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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연극 ‘대학살의 신’ 이지하·송일국 크로스 “드라마로, 연극으로 연기인생 2막 올랐죠”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부부로 호흡 이지하·송일국, 연극 신출내기 송일국과 드라마 새내기 이지하 “제2의 인생 맞은 느낌”

입력 2019-03-08 11:30 | 신문게재 2019-03-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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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초연할 때는 사부작사부작 좀 다가가 보려고 했어요. 극 중 부부인데다 이 작품은 합이 잘 맞아야 하거든요. 송일국씨는 스타니까요.”

“스타는 무슨! (이지하를 가리키며) 나한테 스타세요. 저에게 이지하 선배는 우상 같은 분이셨어요.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 제일 부러워요. 연극을 진짜 오래, 많이 해야 받을 수 있는 상이잖아요. 저는 이제 달랑 두편 했는데….”

연극 ‘대학살의 신’(3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전혀 다른 성향의 부부인 베로니끄·미셸로 분하고 있는 이지하와 송일국은 서로를 ‘스타’라고 칭하며 “너무 옛날 얘기다” “나야말로 스타는 무슨 스타”라고 티격태격이다. “저희 연습실, 대기실 분위기가 딱 이래요”라며 유쾌하게 티격태격 하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미셸과 베로니끄 부부다.  

 

이지하
연극 ‘대학살의 신’ 베로니끄 역의 이지하(사진=강시열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연극 ‘대학살의 신’은 부도덕한 제약회사의 법적대리를 맡은 변호사 알렝(남경주), 고상한 듯 하지만 남편에게 억눌린 중압감에 토악질을 해대는 아네뜨(최정원), 평화주의자를 자처하면서 햄스터를 내다 버리는 미셸(송일국), 자신이 옳다고 믿는 데 대해 권위적인 원칙주의자 베로니끄(이지하)가 애들 싸움으로 한자리에 모이면서 펼쳐지는 블랙코미디다.

위선과 지질함, 냉소, 깐족거림 등으로 무장한 네 사람은 극이 진행되면서 우아함, 지성미, 사람 좋은 웃음 등을 벗어버리고 민낯을 내보이며 난투극을 벌인다.


◇연극판 신출내기 송일국, 드라마 현장 새내기 이지하

“드라마가 재밌는 건 이 나이에 다시 신인이 된 것처럼 새로 시작하는 느낌을 받아서예요. 100세 시대에 제2의 인생을 맞은 느낌이죠. 그게 주는 에너지가 분명 있어요. 새로운 도전이잖아요.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생 2막이 열린 느낌?”

현재 방송 중인 이나영·이종석 주연의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장나라·신성록·최진혁의 ‘황후의 품격’ 등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한 이지하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싶고 새로 공부하는 데서 오는 기쁨도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1년간 아내와 삼둥이(대한·민국·만세)와 프랑스 파리에서 지내다 돌아온 송일국 역시 2010년 배우 출신의 윤석화 연출작인 연극 ‘나는 너다’ 안중근 역을 시작으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대학살의 신’으로 무대에 오른 자칭 ‘신출내기’다.

송일국
연극 ‘대학살의 신’ 미셸 역의 송일국(사진=강시열 작가)

 

“첫 연극 ‘나는 너다’ 직전 작품이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였어요. 원작만화에 꽂혀서 제작PD처럼 임했어요. 친구, 지인들한테 페라리, 오토바이 등을 빌려오고 촬영 중 넘어져 깨진 수리비 몇백만원도 사비를 털어 물어줬죠. 내면 연기는 온데 간데 없고 오로지 보여지는 데만 매달렸던 것 같아요. 갈 데까지 간 느낌이었죠. 그러다 ‘나는 너다’를 만나면서 배우로 다시 태어났어요.”

 

그제야 “초심으로 돌아왔다”고 고백한 송일국은 “솔직히 ‘나는 너다’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만 했다”며 “워낙 좋은 연출님이자 훌륭한 배우이기도 한 윤석화 대표님이 저에 대해 너무 잘 알고 계셨고 상처 안받게끔 잘 지도해 주셨다”고 감사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지금 공연 중인 ‘대학살의 신’은 제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내게 해주는 작품이에요. (김태훈) 연출님은 물론 남경주·최정원·이지하 세 선배님들이 정말 잘 이끌어 주시죠. 제 나름대로 고민해서 되지도 않는 걸 해보겠다고 이랬다가 저랬다가를 정말 많이 했어요. 미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그걸 다 받아주시더라고요. ‘놀아봐’ 이런 느낌? 그래서 정말 마음껏 다 해봤어요. 좋은 선배들을 만나 조금이나마 성장한 것 같아요.”


이지하 송일국
연극 ‘대학살의 신’ 베로니끄 역의 이지하(왼쪽)와 미셸 송일국(사진=강시열 작가)

◇동병상련, 너무 다른 연극과 드라마

 

“연극과 드라마는 전혀 매카니즘이 다르고 메소드(극 중 인물과 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적 연기)도 약간 달라요. 같은 연기여도 테크닉이 너무 달라서 다시 공부하는 느낌이에요.”

이어 “대사 3줄을 자꾸 잊기도 하고…같은 연기를 도출해내기 위해 어떻게 접근방법을 바꿔야 하나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고 덧붙이는 이지하의 말에 송일국이 “제가 연극하면서 느끼는 거랑 똑같다”고 동의를 표한다.

“연극을 하면서 배우로서의 희열과 매력을 다시 느끼고 있다. 연기적으로 갈증도 느끼고 부족함도 절실히 깨닫고…”라며 드라마와는 다른 무대 위 상황에 의아했던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드라마에서는 상대역의 눈을 봐야 해요. 절대로 눈동자가 돌아가면 안되거든요. 그런데 공연하면서 지하 선배 눈이 자꾸 왔다갔다하는 거예요. 처음엔 왜 저러나 싶었죠. 저는 여유가 없으니 이 분(이지하)을 쳐다보기도 바쁜데 선배는 자신의 것을 하면서 모든 상황을 보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다 지켜보면서 빈 공간을 메우고 상대방 대사에 귀 기울이고…(이)지하 선배를 보면서는 어떻게 하면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지 부럽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그래요. 저는 재연 들어서야 조금 그럴락 말락 하는데.”

 

그리곤 유독 발성에 신경쓰는 이유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송일국은 “TV 출신 배우가 가진 발성의 한계에 대한 강박이 생겼다”며 “모두 대사에 힘을 줘서 소리를 낸다”고 토로했다.

 

이지하
연극 ‘대학살의 신’ 베로니끄 역의 이지하(사진=강시열 작가)

“가뜩이나 거대한데 다 힘을 주니까…매회차가 끝나면 연출한테 물어봐요. 잘 들렸냐고. ‘뒤 돌아서 벽 보고 대사를 해도 잘 들리니까 편하게 하시라’고 하는데 아직도 저의 대사 전달력에 자신이 없어요.”

송일국의 토로에 이지하는 “저는 연극만 너무 오래 해서 그런지 드라마 적응이 쉽지 않다”며 “방송하면서 너무 연극 같은 연기가 나올까봐 늘 신경을 쓴다”고 말을 보탰다.

“새로운 데 가면 누구나 걱정이 많아져요. 아직은 작은 역이지만 지금은 큰 역을 줘도 못하겠다 싶어요. 좀 더 적응기간을 가지다 보면 할 수 있겠다 싶은 배역이 오겠죠.”


◇지난 1년의 개인사, 파리 생활이 나를 내려놓게 하다 


2019 대학살의 신_몸싸움하는 베로니끄(이지하)_미셸(송일국)
연극 ‘대학살의 신’(사진제공=신시컴퍼니)

“저도 모르고 있었는데 우리 조연출이 ‘선배님이 너무 무거워져서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가정사, 개인사, 일적인 부분에서 어려운 시절을 보낸 이지하는 “지난 1년 간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좋은 일도 아니고 전부 슬프고 어려운 일들이어선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지하
연극 ‘대학살의 신’ 베로니끄 이지하(사진=강시열 작가)

이어 “그런데 ‘대학살의 신’ 연습을 하면서 본래대로 복귀했어요”라며 잃었던 웃음도 찾아주는 연습실 풍경을 전했다.

 

“제가 파리에 있는 동안 지하 선배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더라고요. 그러더니 가뜩이나 잘 했는데 더 잘하는 거예요. 그럴 줄은 알았지만 아픔의 시간이 오히려 본인을 깨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저번보다 훨씬 더 빛을 발하고 있죠”

송일국의 극찬에 “마찬가지로 저는 드라마 현장 가면 초짜”라는 이지하에 송일국은 “드래곤볼에서 ‘초사이언’이 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저랑은 출발점부터 달라요. 저는 바닥에서 요만큼 올라간 거라면 지하 선배는 도무지 올라갈 데가 없는데 거기서 또 올라간 느낌이죠. 계속 레벨이 상승할 것 같아요.”

그리곤 “남경주·최정원 선배도 지하 선배를 많이 의지한다”고 귀띔했다. 이에 이지하는 “(송)일국씨는 드라마, 선배님들은 뮤지컬계, 저는 연극에서 오랜 동안 해왔으니 각각의 색이 분명 있기는 하지만 사실 드라마, 뮤지컬, 연극 등 장르 간 경계가 없어진 지는 오래”라고 대꾸했다. 100세 시대,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산 이지하와 송일국은 내려놓기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제는 연극도 쉽게 기회가 오지 않는 나이가 됐어요. 예전에는 작품 끝나기가 무섭게 몇 개씩 출연의뢰가 들어오곤 했는데…지금은 진짜 그렇지 않아요. 메인으로 작품을 책임지는 것도 쉽지 않은 나이가 됐죠. 여배우는 특히 더 그런 것 같아요. 모든 면에 솔직하게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걸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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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대학살의 신’ 미셸(사진=강시열 작가)

 

그리곤 “우리 직업의 한계가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라고 말을 잇지 못하는 이지하에 송일국은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 비정규직의 비애”라고 말을 보탠다.

 

“저 역시 애매한 나이에요. 그런 면에서 1년 간의 프랑스 생활이 저를 내려놓게 한 것 같아요. 처음으로 24시간을 아내, 아이들과 붙어 있는데다 저는 언어도 안되잖아요.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어요. 게다가 프랑스에는 백인 여자, 백인 남자, 아시아 여자, 강아지, 비둘기, 아시아 남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그나마 덩치가 커서 노골적으로 당하지 않았을 뿐 스트레스가 배로 오더라고요.” 

 

그렇게 알게 모르게 차별 아닌 차별을 겪으면서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졌다. 게다가 24시간을 내내 붙어있기는 처음이다 보니 생전 안하던 부부싸움을 많이도 했단다. 그 경험은 고스란히 연극 ‘대학살의 신’ 장면 장면에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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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대학살의 신’ 미셸 역의 송일국(왼쪽)과 베로니끄 이지하(사진=강시열 작가)

 

“그간은 계속 드라마 주인공만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환경이 저를 만들었던 부분이 있었단 걸 깨달았죠. 그 시간이 저를 많이 돌아보게 하고 내려놓게 했어요. 그렇게 1년을 보내니 ‘대학살의 신’이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2년만에 만나 술 한잔 하면서 얘기를 하다 보니 선배도 일이 많았더라고요. 고민도 많고.”

그리곤 “선배는 잘 될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신기하게도 나랑 했던 배우들은 다 잘 됐어”라는 송일국의 다독거림에 “그 기 좀 받아서 잘 되게 도와주세요”라며 밝게도 웃는다.

“배우로서는 잘 되면 좋지만 잘 안 되도 잘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잘 안된다고 해서 인생 망가지지 않게, 잘 나이 먹고 잘 살아내고 잘 죽을 수 있게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시리즈 # 즐거운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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