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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만들어진 혹은 타고난 화가 그리고 열등감, 그 치열한 예술논쟁…뮤지컬 ‘달과 6펜스’

폴 고갱의 타히티 섬 생활에서 힌트를 얻은 서머싯 몸의 동명 소설을 모티프로 한 뮤지컬 ‘달과 6펜스’, ‘광염소나타’를 잇는 다미로 음악감독의 예술지상주의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낭독뮤지컬 '어린왕자' 성재현 작가, '리틀잭' 황두수 연출, 김지철·유승현, 박한근·주민진, 김지휘·유현석, 김히어라·하현지 출연

입력 2019-03-06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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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ix
뮤지컬 ‘달과 6펜스’(사진제공=컨텐츠원)

 

“미술이라는 장르만 가져왔을 뿐 소설과는 다른 작품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이 1919년 발표한 동명 소설에서 모티프를 딴 뮤지컬 ‘달과 6펜스’(4월 21일까지 대학로 TOM 2관)의 성재현 작가는 6일 대학로 TOM 2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의 타히티 섬 생활에서 모티프를 딴 소설로 광기에 가까운 예술에 대한 열정을 상징하는 ‘달’과 세속에의 욕망, 그로 인한 애환을 빗댄 ‘6펜스’가 대조를 이룬다. 성재현 작가는 “화가들이 바라는 보는 미술, 대척점에 선 달과 6펜스의 이미지가 재밌어서 캐릭터와 새로운 상징을 어떻게 넣을까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달과 6펜스
뮤지컬 ‘달과 6펜스’(사진제공=컨텐츠원)

◇깊어진 예술 논쟁과 열등감 


“소설에서는 작가 서머싯 몸이 화자로 등장해 작품의 모티프가 된 화가 고갱의 일생을 전기적으로 다룹니다. 달과 6펜스로 이분화되는 작품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어요. 공연 자체가 이미지와 감각,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해석이 함께 만들어가요. 예술에 대해 논쟁하는 부분이나 화가들이 어떤 열등감이 있는지 조금 더 심도 있게 파고 들었다고 생각해요.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디테일한 심리 변화에 강점이 있죠.”


‘달과 6펜스’는 ‘광염소나타’를 잇는 다미로 음악감독의 예술지상주의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다미로 음악감독과 낭독뮤지컬 ‘어린왕자’로 호흡을 맞춘 성재현 작가, ‘리틀잭’을 함께 작업했던 황두수 연출의 의기투합작이다.

성재현 작가는 등장인물들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유안은 어려서부터 엘리트 미술 교육을 받아왔지만 풀리지 않는 예술가로서의 갈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모리스는 교육은 못 받았지만 천재적인, 죽어가면서도 그림에만 몰두하는 화가”라고 소개했다.

이어 “케이는 유안에게 모리스를 소개하는 인물이다. 자라온 가정환경 탓에 자신도 모르게 유안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리스로 인해 변화하면서 깨닫게 된다. 자신이 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 아닌가 죄책감도 가지고 있다”며 “미셸은 겉으론 평화로워 보이지만 속으론 시끄러운, 모리스와 그림을 통해 가장 많이 변화하는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유안은 박한근·주민진(이하 가나다 순), 모리스는 김지철·유승현, 케이는 김지휘·유현석, 미셸은 김히어라·하현지가 번갈아 연기한다. 이들은 프레스콜에서 ‘서곡’(Overture)을 비롯해 ‘달의 얼굴’ ‘처음과 끝’ ‘조용조용히’ ‘스케치 너머 낮과 밤’ ‘시간의 음악’ ‘불쾌한 테이블’ ‘너의 색깔’ ‘여섯 번째 손가락’ ‘나는 나를’ ‘6펜스의 달’ ‘달의 노래’를 하이라이트 시연했다.

달과 6펜스
뮤지컬 ‘달과 6펜스’(사진제공=컨텐츠원)

 

다미로 음악감독은 예술지상주의 시리즈에 대해 “작곡가 이야기(광염소나타) 보다 ‘달과 6펜스’를 먼저 접했다”며 “예술이 인간보다 위에 있나 아래에 있나의 문제는 제게 숙명 같은 문제”라고 밝혔다.

“창작자들 사이에서 ‘예술’은 항상 논쟁이 많아요. 대중성과 순수예술, 딱히 설명할 순 없지만 예술을 하면서 둘 사이에서 혼란스럽게 작곡가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예술로서의 가치가 무엇인가, 때로는 좋지 않은 모습까지도 예술로 인정받아야 하나 등에 대해 관객들도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예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창작진은 물론 배우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모리스 역의 김지철은 “너무 학구적이어서 다른 연습실처럼 컵 차기나 다른 행동들을 하지 못했다”며 “표현주의, 사실주의 등의 그림, 캐릭터 등에 대해 얘기하느라 저희들끼리 깔깔 웃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미 담은 동선 그리고 달과 6펜스
 

달과 6펜스
뮤지컬 ‘달과 6펜스’(사진제공=컨텐츠원)

 

“무대 위에 달의 이미지를 설정해 만들었어요. 모두가 어딘가 갈망하는 곳을 향해가는 장면들로 채워진 작품이죠. 달이 이상이라면 무언가를 쫓아가는 인물들, 무대 위에서 숨 쉬는 모든 캐릭터들, 배우들이 6펜스예요. 달을 바라보고 있는 6펜스인 거죠.”

달과 6펜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황두수 연출은 무대에 걸린 고갱의 그림들에 대해 “의도를 가지고 올린 건 아니다. 극 안에서 설명되어지는 캐릭터들의 기법들과 조금 닮아있는 작품들 중 골랐다”고 털어놓았다.

“액자에 갇혀있는 그림과 그렇지 않은 그림들을 섞어 유안과 모리스의 만남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타히티 섬에 있는 목조건물이 연상되는 그림들도 중앙부에 배치했죠. 바닥에도 많은 색깔이 겹치면서 달의 그림자 중심으로 모여 들어요. 공간들이 겹쳐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거울 등을 통해 분리되기도 하죠.” 

 

달과 6펜스
뮤지컬 ‘달과 6펜스’(사진제공=컨텐츠원)

 

이어 황 연출은 “인물의 동선에 신경을 많이 썼다. 모리스의 작업실과 유안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곳이 겹치고 이 공간을 가로지르는 동선들로 두 사람이 닮아가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을 보탰다.

“모리스가 처음 유안의 집을 찾을 때 달로 표현되는 세트에서 등장한다든가, 모리스로 인한 불안 요소들이 미셸에게 어떤 변화를 줄지 등 디테일한 작업들을 했어요. 미셸이 움직일 때 창문에 그림자가 있는데 빛에 갇힌 감옥 같은 느낌이에요. 그 빛은 감옥의 경계를 아무렇지 않게 넘나드는 모리스와 그의 그림으로 인해 진정 원하는 것을 깨닫게 되면 없어지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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