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평양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지난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라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한 내용. (연합) |
총 16회와 0회, 또 0회와 36회, 청와대가 밝힌 지난해와 올해의 남북관계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수치다. 지난해 6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총 16회 무력도발을 감행했던 북한이 올해에는 단 한 차례도 도발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 단 한 차례도 없었던 남북간의 대화가 올해에만 36회에 걸쳐 이뤄진 것이다. 대지를 찢는 듯한 폭발음은 사라지고, 서로의 마음 문이 열리는 대화가 시작된 셈이다.
31일, 2018년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남북관계를 회고해 본다면 1년 전인 지난해 연말만 하더라도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한 해에만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등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 영토를 겨냥한 무력도발을 감행했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향해 ‘미치광이’, ‘로켓맨’, ‘독재자’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 부었고, ‘자살임무를 수행하는 중’, ‘완전 파괴할 수 있다’는 등의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렌서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출격 시키는 등 전운이 고조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1월 1일 김 위원장의 새해 신년사를 필두로 한반도의 전운이 걷힐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을 일삼던 북한의 최고지도자의 입에서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적 환경 마련’ 등 유화적인 단어나 나온데 이어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는 뜻과 함께 장관급 회담 개최의 뜻도 전달하면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녹는 해빙기로 접어든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위원장의 전용기 편으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등 북측 대표단이 남측을 찾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데 이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친서를 받은 문 대통령은 곧바로 대북특사단을 꾸려 북에 파견하면서 4월 27일의 1차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6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대를 향해 맹비난했던 북미 정상이 손을 맞잡은 1차 북미정상회담(6월 12일)의 기초를 닦았다.
사진은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에서 첫 만남을 통해 악수를 나누며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 |
이후 남북은 1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공동선언을 차근차근 이행해 갔다. 북한은 비핵화 약속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남측을 포함한 해외 언론에 공개한 뒤 폭파했고, 남북 이산가족상봉도 이뤄졌다.
여기에다 9월에는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5월 말 판문점 북측지역에서 가졌던 2차 남북정상회담을 포함에 한 해만 남북정상회담을 총 세 차례 열면서 정례화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평양공동선언과 함께 이뤄진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비무장지대(DMZ) 내에 서로를 감시하기 위해 만든 초소(GP)를 철수하는 등 군사적 위협 등도 점차 낮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한반도 정세는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등 빅이벤트가 이어졌던 올해 못지않게 드라마틱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남북관계를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진전 정도에 따라 남북 경제협력도 본격화 할 것으로 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2019년 한반도 정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사건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고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의 시간표에 대한 합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 본부장은 “한국정부는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담하고도 통 큰 협상을 진행하도록 서울 남북 정상회담 등을 통해 적극 설득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