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금융 > 은행

[청춘의 덫①] 대학생 생활비 대출 1조…‘빚’의 굴레

학자금 대출에다 생활 자금까지
집안사정 어려워 대신 빚내기도
연체율도 껑충, 상환은 언감생심

입력 2018-12-23 11:00 | 신문게재 2018-12-24 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대학생대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누가 청춘(靑春)을 아름답다고 했는가. 누가 푸른 봄이라고 했던가. 고진감래, 웃기는 소리다. 고통은 피하고 싶지만 어김없이 찾아온다. 이게 인생인가 보다. 청춘의 겨울은 더 춥다.

대학생 C씨는 2학년 1학기부터 생활비 대출을 받았다. 그가 지금까지 받은 금액은 한국장학재단 450만원, 은행 100만원 모두 550만원이다. 한국장학재단이 저금리로 한 학기에 150만원까지 생활비를 빌려주지만 금액이 너무 적어 은행권 대출도 받았다.

돈을 빌리기 전까지 C씨는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했다. 낮에는 학교에 다녔고 밤에는 호프집에서 일했다. 취객 상대가 힘들었지만 강의시간과 겹치지 않고, 최저임금을 주는 곳을 찾기 어려워 힘들어도 버텼다고 토로했다.

이후 단기계약직 3곳을 전전했다. 조직은 ‘곧 떠날 사람’ 취급하며 업무를 소홀히 알려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한다. C씨는 결국 일자리 구하기를 그만두고 생활비 대출을 받으며 3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이다.

그가 한 달에 쓰는 생활비는 대략 100만원. 앞으로 졸업까지 1년 반 남았다. 최소 1800만원이 더 필요한 셈이다. C씨는 “그래도 부모님과 함께 살아 주거비가 안 들어 다행”이라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친구들은 생활비 부담이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C씨와 같이 학자금이 아닌 생활비 목적으로 은행돈을 빌리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 ‘학자금 목적 제외 은행권 대학생 대출 현황’에 따르면 17개 은행에서 직업란에 대학생이라고 적은 차주의 대출 금액은 2018년 7월 말 기준 1조1000억원이다. 2014년 말 6193억원에서 4811억원(7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건수도 3만4540건에서 6만8215건 더 늘어나 10만건을 넘겼다.

연체도 껑충 뛰어올랐다. 21억원이던 연체액은 2018년 7월 말 55억원이 됐다. 대출 금액 증가율을 웃돈다.

한국장학재단 통계 역시 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이 늘어난 것을 보여준다. 전체 대출액 가운데 생활비 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3177억원에서 2016년 6107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상담해주는 사회적 기업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의 김희철 대표는 대학생 생활비 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빈곤의 대물림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상담 대학생 중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준비했는데, 집안사정이 어려워 아이 이름으로 학자금 대출받아 쓰는 경우가 있었다”며 “대학생들의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스포츠 도박이나 씀씀이가 커서 대출받는 학생은 10~20%도 되지 않는다”며 “대학생들이 보통 3000만원의 대출금을 끼고 사회로 나오는데 요즘은 졸업 후 취직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니까 학생 때 빚진 게 감당이 안된다”고 말했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