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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4050남성 관객 극장으로 불러 낸 퀸(Queen), 그리고 프레디…한국은 왜 이 영화에 중독됐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미국이어 사실상 세계 2위 흥행 등극, 미국 폭스에서도 놀란 한국의 미친 '퀸'사랑
4050남성 관객들 뜨거운 눈물 흘리며 관람...악기 구매 늘어
2030세대들 퀸 몰랐어도 들었던 음악...반갑고, 공감돼

입력 2018-12-10 07:00 | 신문게재 2018-12-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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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로 불리는 퀸의 멤버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레미 말렉은 제 76회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의 후보로 오른 상태다.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대한민국이 퀸 열풍에 휩싸였다.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 6주차에 7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만났다. 이로써 국내 개봉 음악 영화 중 최고의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이같은 영화의 뒷심은 4050 남자관객들의 극장 나들이, 2030 세대들의 환호와 맞물려리며 여러 분야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국내 흥행 신드롬은 영화를 만든 할리우드와 퀸의 본고장 영국에서도 주목할 정도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퀸뽕’ ‘퀸망진창’등 각종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이끈 문화적 팬덤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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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악영화중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공식 포스터.(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 3번의 역주행, 한국 음악영화 최고 스코어, 싱어롱 최초 시사회 다음은?

지난 10월31일 개봉해 ‘개싸라기’(입소문으로 박스오피스 순위를 역주행하는 현상) 흥행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보헤미안 랩소디’는 무려 3번의 역주행에 성공했다. 

 

화제작 ‘완벽한 타인’에 밀리는 듯 하다가 2주만에 다시 1위에 등극했다. 이후 신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성난 황소’의 개봉으로 순위가 밀리는 듯 하더니 다시 흥행 왕좌에 앉았다. 음악영화 대표 흥행작이었던 ‘비긴 어게인’(2014년 343만명)과 ‘라라랜드’(2016년 359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레미제라블’(2012년 592만명)을 넘어선 대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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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한 장면. 가족이나 다름 없었던 멤버들의 갈등과 화해가 사실감 넘치게 그려진다.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지금의 성공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홍보를 맡은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는 “내부 시사를 하고서 예상한 스코어는 300만”이라면서 “영화를 보는 중간에는 프레디 머큐리의 동성애에 대한 외로움을 음악 이야기보다 더 많이 풀어낸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마지막 20분의 공연 장면을 보고서는 일단 300만명을 넘으면 그 이후는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기본 상영관에 싱어롱(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 이벤트를 진행한 작품이기도 하다. 과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대히트하고 추가 이벤트로 진행된 적은 있지만 자막부터 상영관까지 ‘음악을 위한 영화’를 겨냥한 것은 처음이다. 이런 마케팅은 새로운 풍속도를 낳았다. ‘코블리 스타디움’(코엑스 싱어롱 관), ‘웸등포’(영등포 싱어롱 관)라는 신조어는 퀸의 음악을 따라 부르며 흡사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돌아간 관객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특히 이민자 출신에 성소수자인 프레디 머큐리가 ‘위 아더 챔피언’을 부르며 보여주는 교감은 문화적 바운더리가 넓은 젊은 세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면서 각종 SNS에 해시태크 ‘퀸뽕 ’(퀸 음악에 취했다), ‘퀸망진창’(퀸 음악에 허우적대고 있다)으로 공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벤트인 만큼 또다른 장르가 개척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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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하이라이트로 불리는 ‘라이브 에이드’ 20분 공연 장면.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퀸의 고향 영국도 제친 한국의 남다른 ‘보헤미안 랩소디’사랑…美도 놀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음악의 꿈을 키우던 아웃사이더에서 전설의 록 밴드가 된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따르며 퀸의 음악세계를 그린다. 극장을 찾는 세대가 20대인만큼 흥행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떼창’을 할 수 있는 싱어롱관, 다양한 상영 포맷에서 관람하는 N차 관람 등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영화의 장기 흥행을 이끌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오상호 대표는 “개봉 첫 주 관객을 살펴보면 유난히 4050 세대가 많았다. 퀸이나 프레디 머큐리를 아는 세대였고 국내에서 금지곡일 때도 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더불어 퀸을 새로운 음악으로 받아들이는 2030세대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면서 폭스 본사에서도 한국의 엄청난 스코어와 인기를 신기해하며 이유를 물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 대표는 “사실상 영국 스코어를 넘었다고 보는 게 정확한 것 같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본고장 답게 국내보다 열흘이나 먼저 개봉했고 극장 수나 프로모션도 굉장히 크게 시작한 영화”라면서 “폭스의 국내개봉 영화 중 ‘아바타’에 이어 역대 흥행 2위에 등극한 상태”라고 전했다. 9일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이 영화의 제작비는 약 5200만 달러(580억원). 전세계적으로 지난 주말까지 제작비 대비 10배가 넘는 5억 5175만 달러(6193억원)를 벌어들였다. 영국은 개봉 후 지금까지 5469만 달러(613억원)을 기록했고 한국이 전세계 2위인 4656만 달러(522억원)의 흥행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런 흥행에는 세대간 교감과 팬덤문화가 한몫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연령별 관객 비중은 20대 32.5%, 30대 25.9%, 40대 24.4%, 50대 이상 13.6%로 고르게 분포된다. 쉽게 극장 나들이를 하지 않는 4050남성 관객들이 가족과 함께 이 영화를 보고 그 시절 추억을 되살려 연말 동창회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단체 관람하는 등 행동하는 팬심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특히 메가박스의 대표적인 사운드 특별관 MX는 영화의 후반 공연 장면을 살릴 최적의 사운드 관으로 입소문이 나며 2012년 개관 이래 사상 최대 관객 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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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월드프리미어 현장. 한국과는 다른 대규모 프로모션이 진행됐다.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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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외신에서도 극찬한 싱어롱 상영관.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 영화 밖에서도 퀸의 명성은 계속된다…서적,악기, 콘서트 투어 ing

영화의 흥행은 문화를 기반으로 한 경제 분야에 온기를 더하고 있다. 극중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라이브 에이드’ 자선공연은 영화 개봉 후 유튜브에서 재생수 1억뷰가 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2일 MBC에서는 당시 ‘라이브 에이드’ 재편집본이 전파를 탔고 10일에는 ‘퀸 특집 다큐멘터리-내 심장을 할퀸(QUEEN)’도 방영을 앞두고 있다. KBS 역시 9일 ‘프레디 머큐리, 퀸(Queen)의 제왕’을 방송해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와 풍부한 아카이브 영상을 선보여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중장년층 남성들의 지갑도 함께 열렸다. 5일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영화개봉 후 40대와 50대 이상 소비자의 기타와 드럼 등 악기구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4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퀸’의 음악을 들으며 젊은 시절을 보낸 50대 이상 소비자의 드럼 세트와 드럼 스틱 구매는 이 기간 각각 433%와 1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렉트릭 기타 구매는 14%, 기타 줄, 이펙터 등 기타 관련 용품 판매도 11% 각각 늘었다. 밴드 연주에 쓰이는 이동식 앰프 판매량도 121%나 늘며 50대 이상의 밴드 음악 열풍을 증명했다.

퀸과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관심은 서적 판매량으로 입증되고 있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영화 개봉 전후 약 한달간 퀸과 머큐리 관련 서적의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퀸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판매량이 11월 한달 간 전월에 비해 약 30배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저널리스트 레슬리 앤 존스가 쓴 ‘프레디 머큐리’는 약 15배, ‘Queen 보헤미안에서 천국으로’는 10배 가량 판매가 증가했다.

영화의 세계적 열풍에 힘입어 그룹 ‘퀸’의 오리지널 멤버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직접 무대에 오르는 콘서트도 진행된다. ‘퀸’은 지난 3일(현지시간) 공식 사이트를 통해 내년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서 총 23회의 순회공연을 펼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프레디 머큐리 대신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아덤 램버트가 이 공연에 합류한다.

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작품성 인정받기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6일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주최 측에서 발표한 공식 후보 리스트에 따르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작품상 역시 ‘브랙팬서’ ‘스타 이즈 본’ 등 쟁쟁한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수상에 대한 결과가 주목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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