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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걷는 사람, 하정우’만의 소통방식…“작가도, 화가도 아닌 오롯이 배우”

1000만 영화 ‘암살’ ‘신과함께’ 1, 2편을 흥행시킨 믿보배이자 영화감독, 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
하루 3만보 이상 걷기가 삶, 영화작업, 그림 그리기를 닮았다는 생각 담은 신간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
영화 작업, 걷기, 먹방, 독서클럽, 겨울 걷기의 매력, 촬영 현장 복기, 이탈리아 여행과 하와이 걷기 코스 등

입력 2018-11-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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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신간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를 출간한 하정우(사진제공=문학동네)

 

“마음속으로 다짐하기로는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5년에 한번 삶을 (책으로) 정리해 나간다면 후배들에게 좋은 가르침까지는 아니어도 가이드는 줄 수 있는 선배 영화인, 사람이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영화배우이자 감독, 제작자이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기도 한 하정우가 책 ‘걷는 사람, 하정우’의 저자로 기자들 앞에 섰다. 첫책 ‘느낌있다, 하정우’ 출간 후 7년만이다. 하루 최소 3만보를 걷는 일상과 삶의 가치관, 영화작업, 그림 그리기 등에 대한 소회를 담은 에세이다.


◇7년 간의 화두, 가성비 높은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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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사진제공=문학동네)
5년마다 출간을 생각했지만 시기가 늦어진 데 대해 하정우는 “(감독·각본 및 출연을 했던) ‘허삼관’을 끝내놓고 ‘암살’ ‘아가씨’ ‘터널’ ‘신과함께’ ‘1987’ ‘PMC’까지 촬영하면서 시간이 밀린 것 같다”고 전했다.

“‘PMC’ 촬영이 끝나고 ‘클로젯’ 촬영 전까지 1년 정도 휴식기를 가지면서 책을 준비했어요. 7년 동안 너무 바쁘게 일하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얘기가 ‘어떻게 휴식을 취하면 좋을까’였던 것 같아요. ‘주어진 시간 안에 가성비 높은 휴식을 가지자’가 화두였죠.”

영화, 그림에 이어 대중들과 책으로도 소통을 시도한 하정우는 “어려서부터 DVD나 책을 사 모은 걸 좋아했다. 지금도 저는 제 작품 DVD를 소장하고 책을 곁에 두고 생활한다”며 “따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하지 않기 때문에 5년에 한번 정리해서 책을 내는 것으로 많은 분들과 소통하는 저만의 방식”이라고 털어놓았다.

“책은 아날로그 감성이 아닌 영원히 없어지지 말아야할 필수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1년에 1000명 이상을 만난다는 하정우는 “무의식적으로 일기로 그때 그때 감정들을 기록한다”며 “3월부터 이번 책을 준비하기 위해 일기를 뒤적이면서 어떤 얘기를 풀까 고민했고 이탈리아로 한달 동안 여행을 다녀와 4월부터 집필을 시작했다”고 과정을 전했다.

“책이 나오고 되게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한손에 잡히는 책 안에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걷기에 대해 모아뒀다는 게 그냥 단순하게 뿌듯했어요. 다음에 과연 할 얘기가 있을까, 걷기 심화 편을 얘기해야할까 고민하면서 단순하고 순진하게 그저 좋았습니다. 뭔가를 크게 정리한 듯한 그런 기분이었죠.”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제 출연 영화가 재밌는지 판단도 어려운데 책은 더더욱 모르겠다”며 “걷기는 보편적이지만 살아가면서 중요한 일상활동이라는 것,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얘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진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행간에 숨은 진심과 마음을 읽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정우의 걷기 찬양에 “정우성·주지훈도 뜨겁게 걷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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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가장 뜨겁게 걷고 있는 동료배우로 정우성(왼쪽)과 주지훈을 꼽았다(연합)

 

“걷기 후 집으로 돌아가는데 문득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가 끝나고 엄마가 무슨 밥을 해줄지를 기대하며 기분 좋은 피곤함을 느끼던 때를 떠올렸어요. 바깥 공기를 몇십년 만에 느꼈어요. 입맛이 생기고 후각이 깨어나고 밤에 졸립고 때 되면 배고픈 일상을 다시 찾게 해준 게 걷기죠. 그런 일상을 계속 느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리곤 “촬영이 없으면 무조건 걷고 하루 종일 월 먹을지 고민한다”고 일상의 즐거움을 찾아준 걷기에 대한 찬양을 이어갔다. 그는 “많이 걸을수록 맥주맛이 좋아지는 걸 알았다. 촬영이 없으면 걷고 맥주 마시고 곯아떨어지는 게 저의 일상”이라며 자신의 걷기 찬양에 동참하는 이들 중 가장 열심히 걷는 동료배우로 정우성과 주지훈을 꼽았다.

“정우성 배우는 저한테 ‘새 세상을 만나게 해줘 고맙다’고 했어요. 주지훈 배우도 (걷기) 팀 안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걷기를 생활화하고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걷기’라는 루틴의 힘, 무라카미 하루키, ‘최고의 휴식’으로 확인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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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고수부지를 걷는 하정우(사진제공=문학동네)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달리기를 대하는 태도, 그 작가가 가진 루틴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최고의 휴식’이라는 책에서도 알고 있는 공간을 반복해서 걸을 때 효과가 크다는 걸 확인했죠. 저도 걸으면서 느꼈던 것들을 공감하고 확인받았어요.”

하정우는 ‘걷기’라는 루틴이 가진 힘에 대해 강조하며 “걷기에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는 필요없다. 다만 원칙은 있다”고 털어놓았다.

“휴식을 꼭 취해야하고 밑창좋은 운동화를 신어야 해요. 고수부지, 집앞 골목길, 아파트 단지, 시내의 어떤 블록 등 목표를 설정해 적은 양부터 실천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커지죠. 꼭 제 책을 읽지 않아도, 제목만 보고라도 걸으시길 바라요.”

그리곤 “무엇보다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며 “처음부터 과욕을 부려 하루 2, 3만보를 걷다 한달만에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단계별로 목표설정을 해 점차 늘려가야 한다”고 요령을 전했다.

“걷기를 좋아하지만 저도 매일 움직이기 싫고 귀찮아요. 비오면 차라리 잘됐다 하기도 하는데 한번 움직이고 나면 행복감이 엄청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생각을 줄이고 몸부터 움직이죠. 그게 어느새 습관이 돼버렸어요.”

‘클로젯’을 위해 체중감량이 필요했던 하정우는 스스로 ‘제2의 집’이라고 일컫는 하와이에서 8월 15일부터 31일까지 하루 40킬로미터씩, 600킬로미터 가량을 걸으며 8킬로그램을 감량했다.

“극단적으로 식단 조절은 안했어요. 첫끼는 탄수화물 위주의 한식과 가정식, 점심도 먹고 싶은 걸 먹었어요. 저녁만 좀 간단하게 먹었지만 맥주는 마셨습니다. 하루 1만~1만 5000보 걷기를 생활화하고 설탕, 소금이 많이 가미된 음식과 탄수화물을 줄이면 무조건 효과를 보게 되실 거예요.”


◇걷는 사람 하정우 “작가도, 화가도 아닌 오롯이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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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를 출간한 하정우(사진제공=문학동네)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기도 하지만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있어요. 어려서부터 늘 남들보다 노력하고 공부해야 했죠. 그게 어려서부터 습관으로 밴 것 같아요.”

영화, 그림에 이어 책까지 쓰며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데 대해 하정우는 이렇게 얘기하며 “남들보다 생존본능이 발달했다고 할까요”라고 덧붙였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면서도 연기를 아주 잘하지도 못했어요. 10~20대의 그런 상황이 저를 더 움직이고 실천하게 했어요. 그게 어느 순간 통하고 빛을 낸다는 걸 확인받는 순간 가속도가 붙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더 재밌는 영화, 감독으로서 더 나은 작품을 만들고자 도전하고 실천하고 움직이게 돼요.”

그리곤 “시간이 주어지면 산티아고 순례길, 히말라야 트래킹코스 등을 꼭 가보고 싶다”며 “이렇게 계속 실천해나가고 싶다. 계속 걷고 싶고 소중한 일상을 늘 마음에 새기며 담백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책을 냈다고 제가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림도 마찬가지죠. 저는 배우고 올곧이 배우로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어렵거든요. 제가 살아온 날을 정리한 일기장 같은 것이고 (영화, 그림, 책, 걷기 등) 작업을 하면서 좋은 것들을 나누고 싶을 뿐이에요. 그림도 그래요. 못다한 것들을 캔버스에 쏟아내며 치유받는 것 같아요.” 이어 하정우는 “제가 그럴싸하게 살고 있다고 자신하진 않지만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묵묵히 자기일 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면 원하고 바라고 꿈꿔온 것들 부근에 가까이 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배우로서 한 작품 한 작품 하다보면 또 얘기하고 싶은 것이 분명 생길 거예요.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5년 뒤 다시 이런 자리를 가지고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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