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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걷기’가 곧 삶, 영화, 그림 그래서 ‘걷는 사람, 하정우’

연기력은 물론 ‘암살’ ‘신과함께’ 1, 2편을 흥행시킨 믿보배이자 영화감독, 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이기도 한 하정우
하루 3만보 이상 걷기가 삶, 영화작업, 그림 그리기를 닮았다는 생각 담은 신간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
영화 작업, 걷기, 먹방, 독서클럽, 겨울 걷기의 매력, 촬영 현장 복기, 이탈리아 여행과 하와이 걷기 코스 등

입력 2018-11-27 14:00 | 신문게재 2018-11-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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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하루 3만보 이상을 걷는다는 하정우가 ‘걷는 사람, 하정우’를 출간했다.(사진제공=문학동네)

 

하정우는 꽤 오래 전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다.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이며 ‘암살’ ‘신과함께’ 1, 2편까지 1000만 영화 세편에 출연한 흥행배우기도 하다. 더불어 ‘롤러코스터’ ‘허삼관’의 각본가이자 감독이기도 하다. ‘싱글라이더’의 제작자인가 하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2011년 ‘하정우, 느낌 있다’에 이은 7년만의 신간 ‘걷는 사람, 하정우’의 저자이기도 하다. 


“작업은, 작품은 정직하다. 몸을 움직인 만큼 정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걷기처럼. 작업과 작품도 결코 야료(惹鬧)를 부리지 않는다. 나는 그 정직성을 믿는다.”

삶과 걷기가, 영화 작업과 걷기가, 그림과 걷기가 닮았다고 믿는 하정우는 새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걸을 길 스스로 선택하기’ ‘내 보폭과 숨으로 걷기’ ‘일과 휴식을 어중간하게 뒤섞지 말기’ ‘얼토당토않은 핑계대지 않기’ 등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할 것들은 살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영화 작업을 하면서, 휴식을 하면서 잊지 말아야할 것들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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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글·사진 | 문학동네 출간(사진제공=문학동네)
감독이자 배우였던 ‘허삼관’ 후반작업과 개봉, ‘암살’ 촬영 그리고 하루 13시간 이상 그림을 그리며 LA 전시 ‘PAUSE’ 준비하던 때를 거쳐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고 남의 눈도 의식하지 않고 그린, 뉴욕 개인전에서 단 한점이 팔려나간 ‘나를 닮은 그림’이 주는 깨달음도 걷기가 주는 것과 닮았다.

영화 ‘터널’을 위해 다이어트가 필요해진 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5일이었다. 강남 소재의 집부터 김포공함까지 걷기 시작해 제주도에서 걷고 또 걸으며 터널에 갇힌 채 3주를 보낸 정수의 ‘몰골’(?)을 완성할 수 있었다.

스스로 뿐 아니라 평생을 100kg으로 살다 하정우의 끈질긴 설득에 3년 전부터 걷기에 빠져든 영화제작자 지인 등의 이야기까지 책 곳곳에서 그는 ‘걷기’ 찬양에 여념이 없다.

‘하루 3만보, 가끔은 10만보’ ‘먹다 걷다 웃다’ ‘사람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 3개부에는 ‘국가대표’에 이어 ‘황해’까지 2연속 남자 최우수상 연기상 수상 공약으로 내걸었던 ‘트로피 들고 577킬로미터 국토대장정’ 실행 후 하루 3만보 이상을 걷는 하정우의 소소한 일상과 일 이야기가 나눠 담겼다.

한남대교를 기점으로 동서남북 걷기 코스, 휴식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줬고 생애 마지막 4박 6일이 주어진다면 어슬렁어슬렁 걷고 싶은 안식처이자 제2의 집 하와이 이야기, 영화·그림 작업, 여행 등까지 다양하다.

‘참 쉬운 하루 3만보 걷기 교실’, 하정우라는 이름에 늘 붙어 다니는 ‘먹방’을 탄생시킨 레시피, 서울 뿐 아니라 하와이에도 존재하는 걷기 추천 코스와 맛집, 영화의 흥행이나 촬영 과정에서 울고 웃었던 에피소드, 다년간 사용한 결과 추천하는 스마트워치 핏빗, 한겨울 걷기의 숨은 매력, 올 3월 유학처럼 걷고 배웠던 이탈리아 여행 등이 자연스레 씨줄과 날줄로 엮여 ‘걷는 사람, 하정우’를 완성시킨다.

하정우
올 3월 유학하듯 걸으며 배웠던 이탈리아 여행 중 이른 새벽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의 하정우(사진제공=문학동네)

 

운동화 상시착용부터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거부, 서서 얘기하며 어슬렁거리기, 재난 상황이 아니어도 비상구로 다니기, 제자리 뛰기 하며 TV보기, 직행 않고 멀리 돌아가는 ‘돌려깎기’, 하루 중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 주변 공원이나 걷기 좋은 장소 물색하기 등 일상에서 걸음수 알뜰살뜰 모으는 ‘생보’(생활 속에서 걷기) 비법이나 먹방 레시피, 걷기 코스 등은 꽤 유용한 정보다.

그의 대학시절 삭발하고 연기했던 연극 ‘오셀로’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윤종빈 감독과의 ‘군도’ 작업은 스스로 주창하는 “웬만하면 내 다리로 걷기”를 실천하듯 모든 문제를 자신 안에서 찾고 반성하고 배워 제 것으로 차곡차곡 쌓아가는 계기가 됐다. 기대치에 못미쳤고 충격에 가까울 만큼 상처가 됐던 ‘군도’의 흥행성적에 윤종빈 감독과 1년 가까이를 촬영 당시 현장에서의 결정과 선택을 복기하듯 짚고 또 짚었다.  

 

하정우
한강고수부지를 걷는 하정우(사진제공=문학동네)

그 복기에서 배우고 깨달은 것들은 고스란히 그의 내면에 쌓여 다음 작업은 물론 살아가는 데 투영되곤 한다.

“자유롭다는 건 언제 무슨 일이 생겨도 바로 투입될 수 있게 단련돼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하정우는 하루 3만보 이상을 걷는 이유를 전했다.

술자리를 즐기면서도 자정만 가까워지면 졸려 사라지는 통에 갖게 된 ‘신데렐라’라는 별명, 자신의 두 다리를 움직여 걷는 만큼 내 손을 움직여 준비하는 매 끼니, 그 과정에서 깨달은 ‘먹기와 걷기는 환상의 짝꿍’이라는 사실과 요리비법, 걷기와 독서의 오묘한 공통점을 깨닫고 시작한 수요독서클럽 등은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을 단단히 하려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하정우는 걷기에 대해 “나이들고 아파 병원비를 왕창 들일 생각을 하면 1만보는 억만금의 가치”이며 “걷기는 나 자신을 아끼고 관리하는 최고의 투자”라고 단언한다. 더불어 “어떤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걷기, 요리해 밥 먹기 등 일상의 소소한 행위가 늪에서 나를 건져올린다”는 믿음을 피력하기도 한다.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는데도 꾸준히 감독으로 현장에 서는 그에게 “연기만 하세요”라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리곤 한다. 그 댓글들에 “스무살 연극 무대에 오른 후 배우로서 서른 무렵, 10년 만에 간신히 빛본 사람”이라 스스로를 표현하며 이제 몇년 안된 “감독 하정우는 배우 하정우에게 빚졌지만 언젠가 역전되리라”는 믿음을 전하는 그는 흔들림이 없다.

책을 읽다 보면 “죽을 만큼 힘든 사점(死點)을 넘어 계속 걸으면 결국 다시 삶으로 돌아온다. 죽을 것 같지만 죽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조금 더 걸을 수 있다. 삶 역시 마찬가지”라며 “걷기는 인생을 닮았다”는 하정우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책 곳곳에 배치된, 지금도 하정우의 휴대폰에 담겨 있다는 사진들, 퀸시 존스부터 찰리 채플린까지를 적어 내려간 책 마지막 펼침 면의 ‘스페셜 땡스 투’(Special Thanks To)도 지극히 하정우답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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