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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헤지펀드계 전설' 조지 소로스에게 배우는 투자법

입력 2018-11-20 07:00 | 신문게재 2018-11-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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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Guru)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구루는 자아를 터득한 신성한 교육자나 위대한 스승을 뜻합니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이와 같이 일명 구루라고 불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워렌 버핏, 앙드레 코스톨라니, 제레미 시겔, 피터 린치, 제시 리버모어, 앤서니 볼턴, 존 네프, 조지 소로스 등이 대표적인 투자의 구루입니다. 이러한 구루들의 일화와 투자방법 등을 살펴보며 투자의 기본 원칙과 구루별 투자철학을 보면 자산관리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조지 소로스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 워렌 버핏과 정반대의 길

워렌 버핏은 대표적인 bottom-up(상향식) 투자자입니다. bottom-up 투자자는 거시경제 상황보다 개별 기업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을 중시합니다. 반면, 조지 소로스는 bottom-up 투자자와 정반대의 특징을 보이는 top-down(하향식) 투자의 대표주자입니다. top-down 투자자는 경제 환경, 금리, 환율, 물가, 상품가격 등 거시적인 변수들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그 외 업종 및 기업 분석 등은 차순위로 두고 투자결정을 내립니다. 이렇듯 버핏과 소로스 두 구루는 대조되는 투자방식으로 인해 언론에 종종 라이벌로 언급됩니다.



◇ 철학자를 꿈꾸던 청년, 투자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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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투자증권)

조지 소로스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으로 1947년 동유럽이 공산화되면서 런던으로 이주했습니다. 영민했던 소로스는 런던 정경대(LSE)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로 유명한 칼 포퍼 밑에서 철학을 복수전공했습니다.


대학 다닐 때 철학에 심취했던 소로스는 훗날 말하길 “금융업계에 뛰어든 이유는 돈을 벌기보다 철학을 공부하는데 제한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소로스는 대학졸업 후 투자은행에 견습 사원으로 취직하면서 금융업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러다 1956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소로스는 리서치 업무를 시작하면서 뛰어난 주식 종목 선정 능력으로 월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1969년에는 400만달러의 작은 헤지펀드를 운용하면서 펀드매니저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됩니다. 소로스는 1973년에 짐 로저스와 함께 그의 상징과도 같은 헤지펀드인 ‘퀀텀 펀드’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투자인생의 막을 올렸습니다.

 


◇ 영국중앙은행(BOE)을 굴복시킨 사나이

조지 소로스는 1992년 영국중앙은행을 굴복시킨 사건으로 전세계에 이름을 떨치게 됩니다. 당시 영국은 ERM이라는 유럽의 고정환율체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유럽중앙은행(ECB)이 없었기 때문에 유럽의 국가들은 독일의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통화정책을 따랐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을 막 이룬 상태라 동독의 재건에 막대한 돈을 써야만 했습니다. 막대한 지출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 분데스방크는 자국의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2년 동안 10차례나 금리를 인상하는 등 초강수를 뒀습니다. 이로 인해 영국도 금리를 따라서 올려야 했고, 영국 경제는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게 됩니다.

소로스는 여기에 베팅하기로 결정합니다. 1992년 9월 소로스의 퀀텀 펀드는 달러에 대해서는 매수 포지션을, 파운드에 대해서는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나서 시끄러운 공격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소로스는 파운드화 공매도에 대해서 최대한 드러내놓고 이야기했습니다. 각종 경제신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파운드화 절하가 임박했음을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소로스를 따라서 각종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의 파운드화 투매가 이어질 것이고 영국 정부는 이에 항복하고 고정환율체제를 탈퇴해 파운드화의 평가절하를 단행하지 않을 수 없었던 터였습니다.

작전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파운드화에 대한 소로스의 공개적 공격은 시작됐고 몇 주 동안 영국은 파운드화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서 약 500억달러(약 51조원)를 쓰면서 고군분투를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또 영국 정부는 단기금리를 10%로 인상하며 파운드화 방어에 나섰지만 시장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영국은 고정환율체제에서 탈퇴하고 변동환율체제로 선회했습니다. 그 후 영국 파운드화는 폭락했고 이 과정에서 소로스는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습니다.



◇ 재귀성 이론 창시… 대중 심리를 이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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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투자증권)

조지 소로스를 성공으로 이끌어준 투자철학은 ‘재귀성 이론’ 입니다. 재귀성 이론이란 사회의 모든 현상은 인지기능과 조작기능이 서로 영향을 주는 상호순환관계를 통해 나타난다는 주장을 담은 이론입니다. 시장은 불확실성 하에서 움직인다는 이론으로, 시장의 주류인 ‘시장은 언제나 균형상태로 움직인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과는 차별되는 이론입니다.


재귀성 이론은 인지와 조작, 두 가지 기능이 핵심입니다. 인지기능이란 ‘어떤 대상과 상황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쌓는 것’이고 조작기능이란 ‘어떤 대상과 상황을 자신의 생각대로 바꾸는 것’입니다.

소로스는 상승할 때 레버리지를 써서 상승이라는 불에 기름을 붓고, 하락할 때는 공매도를 최대한 사용하면서 주가에 찬물을 끼얹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특정 상황이나 주가가 자기 오류와 왜곡을 끝내고 제자리로 돌아오기 전에 빠져나오는 것이 소로스의 투자 전략입니다. 소로스는 펀더멘털(기업실적)만이 주가를 이끈다는 이론은 잘못된 것이고 주가 그 자체가 시장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역할도 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 소로스로부터 얻는 교훈

조지 소로스에게서 배워야 할 점은 남들과 다른 관점으로 현상을 파악하는 점과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집중투자하는 점입니다. 소로스는 군중과 똑같은 방식으로 투자하고 정해진 몇 가지의 법칙대로만 투자하는 것을 지양했고 항상 변화하는 시류에 맞춰 유연하게 투자 방식을 조정하는 것을 지향했습니다.

막대한 돈을 투기적으로 벌었다고 손가락질 하기보다 본인만의 독특한 투자철학을 세워서 오랫동안 실적을 유지한 조지 소로스의 투자방식을 공부하고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투자의 세계에서 정답이란 없습니다. 워렌 버핏과 같은 정통 bottom-up 투자자 외에도 조지 소로스 같은 top-down 투자자의 투자 방법에도 관심을 기울여 투자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투자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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