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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헤지펀드에 멍드는 한국기업들

입력 2018-10-28 16:46 | 신문게재 2018-10-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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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투자로 고수익을 노리는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최근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을 향한 경영 간섭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기업들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외부 펀드의 공격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8일 ‘액티비스트 인사이트 2018’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주주행동주의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글로벌 헤지펀드의 수가 2013년 상반기 275개에서 2018년 상반기 524개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공개적으로 경영에 개입했던 타깃기업 수도 2013년 570개에서 지난해 805개로 약 41% 늘었다. 이 중에는 애플, P&G 등 우리에게 친숙한 글로벌 기업들도 포함돼 있었다.

최근 헤지펀드들은 미국과 유럽을 넘어 아시아 내에서도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었다. 각 펀드들의 아시아 기업 대상 경영 간섭 횟수는 2011년 10회, 2017년 106회로 집계됐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활동들이 일본과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집중돼 있지만, 2015년 엘리엇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개입, 2018년 현대자동차그룹 구조개편 개입 등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는 진단이다.

이들은 회사의 장기적 발전은 뒷전으로 하고 경영 개입 등으로 단기적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만 실현하고 떠나 시장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엘리엇은 2015년 미국 광산업체 알코아의 주식을 취득하면서 이사회 자리 3석을 차지하고 스핀오프(회사 분할), CEO(최고경영자) 사임 등을 요구한 뒤 2017년 마지막 분기 보유 주식의 3분의 2 가량을 매도, 104%의 수익을 얻었다. 써드 포인트 파트너스는 2011년 야후 주식을 다량으로 매수,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고 2012년 CEO 스콧 톰슨을 밀어내는 등 공격적인 경영 개입을 이어오다 2013년 124%의 수익률로 보유주식의 3분의 2를 매도했다.

이러한 간섭활동에 기업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액티비스트 인사이트에 따르면, 시가총액 100억 달러 이상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와 위임장 대결을 할 경우 평균적으로 펀드 측은 700만 달러, 기업은 1400만 달러를 지출(2015~2017년 기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최근 몇 년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경영개입 성향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차등의결권, 포이즌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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