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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돈만 내면 가입? 보험 언더라이팅의 이해

보험사기 특징, 단기에 많은 보험료 납입하거나
특정 조건 과다 설계도…보험사, 납입능력 의심
“소득증명서류 보내라” 고객피해 최소 안전장치

입력 2018-10-30 07:00 | 신문게재 2018-10-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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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부 A씨는 휴일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받는 보험에 자신의 남편 B씨를 가입시켰다. 가입 후 A씨는 휴일에 B씨를 승용차로 유인해 살해하고 사고사로 위장했다. 보험금 10억원을 받았지만, A씨는 나중에 보험사기 사실이 들통나 무기징역형에 처해졌다.
 
# 마땅한 직업은 없지만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산으로 유복하게 생활하는 C씨. 지인의 간곡한 부탁으로 고액의 종신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보험사에서 보험료 납입능력이 있는지 증명할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다. C씨는 보험은 돈만 내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절차가 까다롭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보험 가입 때 계약자는 청약서를 작성하고 서류를 보험사에 보낸다. 보험료를 납입하면 보험 가입이 완료되지만, 중간에 엄격한 심사가 이뤄진다. 보험사마다 기준이 있어 이를 충족해야만 보험이 최종적으로 체결된다. 이 과정을 보험사들은 ‘언더라이팅(Underwriting)’이라고 말한다.

언더라이팅은 고객의 신체적, 환경적, 재정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미 사고났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을 보험사가 모르고 가입시키면, 기존 고객들이 손해를 본다.

대다수 고객들은 과거에 앓았던 질병이나 직업적 위험에 따라 보험가입이 제한되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보험료를 내는 게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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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기 증가…‘재정 언더라이팅’ 중요성 강화

최근에는 자산가들이 종신보험을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의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고액의 보장성보험을 가입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재정 언더라이팅’을 심도 있게 진행하는 보험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또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하는 흉악범죄와 조직적 보험사기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재정 언더라이팅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실제 2017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730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최근 3년간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다수 보험에 가입한 후 거짓이거나 과다하게 청구하는 보험사기가 크게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및 60대 이상 고령층의 보험사기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기를 저지를 의도로 가입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고액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단기간에 많은 보험료를 납입하면서 무리하게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휴일이나 교통사고 등 특정 조건에 충족할 때 사망보험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거나, 짧은 기간에 여러 회사에 분산해서 가입하고 고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보험사기를 의심할 수 있다.


◇ 금융당국, 재정심사 프로세스 구체화 권장

그래서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게 보험료를 납입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재정 언더라이팅’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절차로 본인의 재정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것을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보험가입자들의 재정 언더라이팅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크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재정심사 프로세스를 구체화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정 언더라이팅은 고객이 보험청약서에 기재한 직업, 소득수준, 다른 보험사를 포함한 보험가입내역 등을 점수화해 종합적인 위험도를 예측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위험이 높은 계약으로 분류되면, 고객은 보험료 납입능력을 입증할 만한 재정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재정서류는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종합소득과세표준확정신고서, 재산세 납부 증명서 등과 같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정 가능한 서류여야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고객의 재정상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재정질의서를 추가로 요청하기도 한다.


◇언더라이팅, 보험사기 방지 및 고객 피해 최소화 안전장치

재정 언더라이팅은 보험사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기능 뿐만 아니라, 과다한 보험료 납입으로 재정적 부담을 느껴 가입 후 단기간에 보험료 미납으로 실효되는 등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안전장치 효과도 있다. 보험계약 특성상 조기에 해약하면 납입한 보험료를 거의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보험영업 현실에서는 고객이 재정 능력을 보험설계사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재정 언더라이팅을 거쳐 가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보험산업의 건전성 확보와 선의의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인 만큼, 선진국처럼 정확하고 합리적인 재정 언더라이팅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화생명 언더라이팅팀 김락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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