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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신화부터 H.O.T까지… 반복되는 아이돌그룹 상표권 분쟁

입력 2018-09-17 07:00 | 신문게재 2018-09-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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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포에버 하이 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 콘서트.’(2018 Forever High-five Of Teenagers Concert) 10월 13~1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개최되는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의 콘서트 정식명칭이다. 

 

17년만에 어렵게 재결합한 H.O.T지만 이들은 콘서트 홍보 문구에 H.O.T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한다. 이들의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대표이사 김모씨가 상표권 권리를 주장하며 법적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포스터]Forever High-five Of Teenagers
H.O.T라는 이름을 지우고 로고를 변경한 그룹 H.O.T 콘서트 포스터 (사진제공=솔트이노베이션)

◇H.O.T도 빠져나가지 못한 상표권의 덫  

  

상표권은 등록상표를 지정상품에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특허청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등에 따르면 김씨는 H.O.T가 데뷔하던 해인 1996년 상표권을 출원해 1998년 등록했고 10년 주기로 권리를 갱신해 왔다.

 

김씨는 지난 8월 공연 주최사인 솔트이노베이션(이하 솔트) 측에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중지요청 및 사용 승인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김씨는 H.O.T가 상업적인 콘서트를 개최할 경우 국제 기준에 준하는 로열티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트 측은 내부 법률검토를 통해 콘서트는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홍보문구에 상표권으로 등록된 H.O.T라는 명칭과 공식로고를 모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포스터, 언론배포 자료에는 ‘하이 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 콘서트’로 명시되고 공식로고도 변형해 사용 중이다.   

 

또 멤버들의 사진은 일러스트로 대체했다. 당초 솔트 측은 H.O.T팬클럽의 상징인 ‘클럽 H.O.T’ 우비 등 공식 굿즈를 제작·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상표권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 역시 암초에 부딪혔다. 현재 솔트 측은 김씨와 원만한 합의를 모색 중이다.
 

법조계는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법무법인 건양의 최건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상표권 출원자의 선사용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상표법 제95조 전용사용권과 제97조 통상사용권에 의하면 김씨는 로열티를 요구할 수 있다. 

 

 

일러스트_H.O.T.
그룹 H.O.T멤버들의 일러스트 (사진제공=솔트이노베이션)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변호사는 “상표권자가 사용하지 않는 상표에 대해서는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상표권자가 최근 3년 이내 상표권을 사용한 경우가 없을 경우 등록된 사용권을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H.O.T의 상표권이 SM이 아닌 김씨 개인의 이름으로 등록된 사연은 알려지지 않았다. SM은 H.O.T 이후 S.E.S,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엑소 등 자사 인기 아이돌 그룹의 상표권을 주식회사 SM 명의로 등록해 왔다. 

 

 

김씨는 자신이 H.O.T를 캐스팅하고 키워냈기 때문에 상표권 등록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허청 상표권 등록원칙에 따르면 ‘저명한 스타의 성명’ 상표는 본인 명의로 본인이 출원하거나 본인의 승낙을 받은 자가 출원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실제로 2003년 12월 데뷔한 동방신기의 경우 2004년 처음 상표권 출원 당시 두 차례에 걸쳐 거절당했다. 당시 특허청은 저명한 타인의 성명이며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특허법 제3조, 민법 제5조, 민법 제909조에 의거, 친권자인 부모 동의서가 필요하다고 거절 사유를 밝혔다. H.O.T의 경우 상표권 출원 시점이 데뷔 한 달 뒤인 10월 7일이기 때문에 저명성을 입증하기는 어렵다.


◇신화, 비스트, 티아라까지 연이어 이어지는 아이돌 상표권 사태
 

신화 20주년 스페셜 앨범
그룹 신화 (연합)

  

아이돌 그룹의 상표권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룹 신화는 ‘신화’ 상표권을 가지고 있던 준미디어(구 오픈월드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2012년 상표권 양도소송을 제기해 2015년 조정을 통해 상표권을 돌려받았다. 신화는 이 기간 동안 발표한 11집과 12집 앨범에 신화라는 이름을 지워버렸고 사명도 ‘신화컴퍼니’에서 ‘신컴’으로 변경했다.

 

그룹 티아라 멤버들도 자신들의 이름을 지켜냈다. 이들의 전 소속사 MBK엔터테인먼트는 2017년 계약만료 3일 전 뒤늦게 ‘티아라 T-ARA’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에 은정, 지현, 효민, 큐리 등 티아라 멤버 4인은 특허청에 “MBK의 상표 등록이 거절돼야 한다”는 정보제출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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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티아라 (사진제공=MBK엔터테인먼트)

 

특허청은 티아라 멤버들의 손을 들어줬다. 특허청은 “‘티아라’는 널리 알려진 저명한 연예인 그룹 명칭을 소속사에서 출원한 경우에 해당되는 상표이므로 상표법 제34조 1항 제6호에 해당하여 등록을 받을 수 없다”며 구성원의 동의서 없이는 상표권 출원이 불가능하다고 거절사유를 밝혔다. 


그룹 비스트 멤버들은 끝내 이름을 지키지 못해 강제 개명한 경우다. ‘비스트’의 상표권은 원 소속사였던 큐브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가 2015년 상표권을 출원해 2016년 등록했다. 이들은 2016년 큐브 엔터테인먼트와 계약 만료 뒤 자신들만의 소속사 ‘어라운드 어스’로 이적할 때 소속사와 해결책을 찾지 못해 결국 그룹명을 ‘하이라이트’로 바꾸기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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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하이라이트 (사진제공=어라운드어스)

 

최건 변호사는 “아이돌 그룹의 상표권은 기획사가 기획하고 육성한 팀이라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팀을 구성하고 이름을 정해 활동한 게 아니라 회사의 상품으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기획사의 상표권 권리 주장 목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다만 K팝 산업이 나날이 글로벌해지는 만큼 초창기 상표권 등록시 멤버들의 이름을 함께 등재하고 팀에 불이익을 끼치거나 탈퇴 시 상표권에 대한 권리를 말소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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