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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100] 심장 움켜쥐고 쓰러진 환자, 1시간 전 AI 닥터 만났다면…

[막 오른 '의료 인공지능 시대'] <下>의료혁신 앞장선 기업…진단·예측 '진일보' <끝>

입력 2018-08-24 07:00 | 신문게재 2018-08-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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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 않은 장래에 의료 인공지능이 정신과 진료를 맡고 연부조직 수술의 집도까지 주도할 날이 올 지도 모른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IBM이 의료 인공지능 연구와 실용화에 성과를 내면서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민간 기업들의 도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그동안 ‘불치’ 혹은 ‘난치’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질병이나 수술 분야에서 확연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실생활에서 누구나 간편하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조기 치료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 덕분에 국내외 의료 기술의 발전도 날로 빨라지고 있다. 최윤섭 박사의 최신서 ‘의료인공지능’ 등에 언급된 ‘디지털 의료’의 멀지 않은 미래를 전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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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AI, 빅데이터로 완벽한 진단·치료”

최근 민간 기업들 가운데 가장 인공지능의 실용화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구글이다. 구글은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의 실수를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 대학병원의 2012~2016년 데이터와 시카고대학병원의 2009~2016년 입원환자 11만여 명의 진료기록을 분석해 중요한 분석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광대한 빅데이터 덕분에 구글 인공지능은 사망 고위험군에 대한 이른바 ‘거짓 정보’를 이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였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구글 인공지능은 하루나 이틀 먼저 환자의 사망을 예측할 수 있다. 재입원 가능성이나 장기입원 가능성도 기존의 여타 예측 모델에 비해 월등한 예측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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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보건원(NIH)가 공개한 결핵 영상. 의사(왼쪽)와 인공지능이 각자 다른 병변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다. 인공지능은 딥러닝으로 병변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했다. (사진=NIH 홈페이지)

구글은 당뇨 판독에도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 당뇨 합병증인 ‘당뇨성 망막병증’의 판독에서 구글은 압도적이다. 이제까지 안과 전문의들이 자신의 경험과 관록에 의존해 눈으로 판독해 내던 것을 구글은 무려 13만장의 안저 사진으로 자체 학습한 인공지능이 맡는다. 


피부암의 조기진단에도 인공지능의 활약이 대단하다. 스탠퍼드대학의 브렛 쿠프렐 박사는 피부과 전문의보다 더 확실한 진단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을 지난해 딥러닝으로 개발했다. 이를 기초로 피부암인 흑색종을 조기진단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피부병변 사진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기만 해도 악성 피부암인지, 양성인지 여부를 즉시 알 수 있다.

아직 미완성이긴 하지만 부정맥 진단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기술 진보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카디오그램이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애플워치에 장착된 심박센서로 심박수를 체크해 그 데이터만 갖고 심방 상태를 파악하려 한다. 심장의 불규칙한 수축·확장으로 심장이 가늘게 떨리는 ‘심방세동’은 물론 맥박이 빠르거나 지나치게 규칙적으로 뛰는 ‘심방조동’까지 곧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자신한다.

유방암을 정복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지브라 메디컬 비전’은 유방 촬영술 면에서 가히 독보적이다. 가장 발병 가능성 높은 유방암은 조기 발견 시 치유 가능성이 높은데 이 회사 인공지능의 활약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세계가 주목하는 ‘토종 의료 AI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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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인 뷰노는 뼈 인식 부문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기업 가운데 세계적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들도 있다. ‘뷰노’가 대표적이다. 일단 골 연령 판독 인공지능을 통한 ‘성장판’ 해독 부문에서 독보적이다. 뷰노는 서울아산병원과 협업해 모두 2만 장에 가까운 골 연령 판독 엑스레이 사진을 확보했고 이를 딥 러닝을 통해 자체 학습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딥 러닝 기반 인공지능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5월에는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까지 획득했다. IBM도 아직은 한국에서 이루지 못한 성과다. 덕분에 5분 걸릴 판독 시간이 단 5초로 단축됐다. 기존 영상의학과 판독 정답률을 10%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뷰노는 또 아산병원과 심정지 부정맥 예측 인공지능을 개발하기도 했다. 부정맥의 하나인 심실빈맥 발생 1시간 전에 예측할 수 있는 수준까지 다다랐다고 하니 의료진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뷰노는 세종병원과도 협업해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병원과 공동 개발 중인 심장마비 예측 인공지능은 각별한 관심과 기대를 모은다. 두 기관은 현재 심정지 예측 인공지능을 연구 중이다. 호흡수, 심장박동수 등 관련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학습토록 해 심정지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막아준다는 계획이다.

 


◇ 정신과 진료 분야도 미래엔 AI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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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의료계가 경악할 수준의 기술적 진보를 이루면서 불치와 난치병을 정복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인공지능의 판독 기능은 이미 전문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앞으로는 정신과 진료에도 인공지능이 대거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환자들이 갖는 기계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 부분 완화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 남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이 인공지능 상담의료진을 세워 환자들과 화상 상담을 진행한 결과, 환자들이 정신과 의사에게 보다 더 솔직하게 자신의 상태와 심경을 털어 놓았다고 한다.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국내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2016년에 IBM 왓슨을 처음 국내로 들여온 길병원이 그 해 말 100여명의 환자에게 “의사와 왓슨의 판단이 다를 경우 누구를 더 신뢰할 것인가”라고 물었더니 모두 왓슨의 손을 들어주었다.

초보 단계인 로봇 수술도 인공지능 덕분에 괄목할 진화가 기대된다. 특히 이제까지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내장이나 근육 혈관 같은 ‘연부조직’ 수술까지 수술로봇이 가까운 장래에 전문 외과의를 대신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외과 의사가 3D 고해상도 카메라를 보며 로봇을 조작해 시행하는 수술의 차원을 넘어 이제는 로봇이 시키는 대로 외과의사가 옆에서 집도를 도울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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