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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폭염속 한강공원서 쓰레기와 싸우는 환경미화원들

입력 2018-07-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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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여의나루역에 쌓인 쓰레기 더미 (사진=강진 기자)

 

“여기 전단지 뿌리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이 사람들 다 전단지 줍는 사람들이라니까.”

서울 낮 최고기옥이 38도를 넘어 1994년 이후 최고기록을 달성한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역 일대에서 얼음물을 파는 A씨는 주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미화원들을 보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했다. 이날 여의도 한강공원은 더위를 피해 놀러온 사람들로 붐볐다.

일주일 이상 폭염이 이어져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피서를 오는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동시에 쓰레기 배출량도 늘고 있다. 한강공원 군데군데 전단지 수거함이 비치돼 있었으며, 여의나루역 한 켠에는 쓰레기 봉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사람 키 만큼 높이 솟아있었다.

피서객들이 공원에 몰리자 환경미화원들의 일도 늘어났다. 지난 22일 서울녹색산업 소속 환경미화원들은 저마다 공원 곳곳에 설치된 쓰레기통을 뒤지며,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쓰레기들을 하나하나 집어내고 있었다. 강변은 바람이 불어 시원했지만, 공원 안쪽으로 들어서는 순간 악취가 코를 찔렀다.

이처럼 고된 환경미화원 일자리도 언제까지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서울녹색산업 여성 환경미화원 A씨는 캔을 밟아 찌그러뜨리며 “이건 밤에 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라며 “나는 좀 더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름하절기 7~8월만 우리를 쓴다”며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달라고 알음알음 부탁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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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자원봉사자라고 소개한 환경미화원 노인이 쓰레기 수거함 옆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강진 기자)

 

비단 직장이라서가 아니라 자원봉사를 겸해서 쓰레기를 정리한다는 미화원도 있었다. 붉은색 해병대 모자를 눌러 쓴 노인 B씨는 자신을 자원봉사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집게로 쓰레기를 주워담다 더위에 지친 나머지 악취나는 쓰레기 수거함 옆에 주저앉아 쉬었다.

노인은 한 청년이 건넨 물을 받아먹고는 “물을 준 건 고마운데 괜찮겠냐”며 “내가 먹던걸 가져가게 됐다”고 미안해했다. 그의 옷에는 이미 쓰레기 냄새가 깊게 뱄다.

공원에는 일반 쓰레기 수거함 말고도 가로세로 1m 크기 정사각형 모양의 그물망 쓰레기 수거함, 음식쓰레기 수거함 등이 비치돼있다. 그러나 분리수거는 대부분 환경미화원의 역할이었다. 치킨, 소주병, 비닐봉지, 켄 등이 수거함을 가리지 않고 버려져 있었다. 환경미화원들은 “종이는 어디에 버리면 되냐”는 한 피서객의 질문에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강진 기자 jin90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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