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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바람바람' 결국 '내로남불' 불륜 코미디

입력 2018-03-2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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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소재로 다룬 색다른 코미디 영화가 올 봄 극장가를 찾는다. 지난 2015년 영화 ‘스물’을 통해 스무살 세 친구의 우정을 코믹하게 그려냈던 이병헌 감독이 이번에는 철없는 어른들의 농익은 사랑을 담은 영화 ‘바람 바람 바람’으로 3년만의 컴백을 알렸다.

‘바람 바람 바람’은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과 뒤늦게 ‘바람’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매제 봉수(신하균), 그리고 SNS와 사랑에 빠진 봉수의 아내 미영(송지효) 앞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제니(이엘)가 나타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꼬이게 되는 상황을 그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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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근은 결혼 후 20년간 줄곧 아내 담덕(장영남) 몰래 수많은 여성들과 여흥을 즐겨왔다. 봉수는 그런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기에 최대한 연관되지 않으려 하면서도 담덕에게는 이 사실을 비밀에 부친다. 하지만 이런 그의 무던함도 갑자기 이들 앞에 나타난 묘령의 여인 제니에 의해 무너지게 되고, 결국 봉수는 미영과 제니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같은 관계를 이어간다.

‘바람 바람 바람’은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바람’을 소재로 한 만큼 국내 관객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상황 보다 감정에 중점을 두는 등 톤 조절에 신경을 썼다는 이병헌 감독은, 코미디지만 결코 소재를 미화하거나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바람은 바람, 불륜은 불륜. 아무리 노력을 쏟았다 하더라도 불륜 소재 영화라는 타이틀을 떼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병헌 감독의 우려처럼, 불륜을 코미디로 승화시킨 만큼 한 때 부는 가벼운 바람처럼 묘사했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완전히 걷어낼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병헌 감독은 작품에 대해 “하찮은 쾌감의 허무함에 대해 이야기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영화 속 불륜을 저지르는 캐릭터들의 끝이 허무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극중 석근은 불의의 상황에 맞닥트린 후 실의에 빠져 그간의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던 것도 잠시, 이내 일종의 ‘내로남불’ 태도를 취하다가 결국 또 다른 유혹에 빠짐으로써 새로운 행복을 찾게 된다.

봉수 역시 반성이라기보다는 그저 마지막까지 불륜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고, 그로 인해 어딘가 이상하면서도 여상한 ‘행복한 가정’을 얻으며 그 행동에 대한 당위성의 여지를 남긴다. 이렇게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들의 행동은 영화의 급작스러운 분위기 전환, 그리고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와 어우러져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개연성이 없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결말은 모든 것이 해결 된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 무엇도 해결되지 않았다. ‘바람’ ‘불륜’을 코미디 장르에 접목시킴으로써 웃음과 동시에 깊은 여운을 전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그런 욕심이 독이 됐다. 유쾌한 웃음도, 명쾌한 교훈도 담아내지 못한 이도저도 아닌 영화의 스토리는 결국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조차 전하지 못한 채 불륜 소재라는 것만이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찝찝함과 불쾌함을 남겼다.

이병헌 감독은 코미디 영화지만 웃음뿐만 아니라 “무엇이 옳고 그른가와 가족의 소중함, 책임감, 외로움 등 감정에 대한 깊은 생각이 들 것”이라고 ‘바람 바람 바람’만의 차별점을 설명했다. 어떤 작품이든 보는 이들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나름. 과연 감독이 전하고자한 바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오는 4월 5일 개봉. 러닝 타임 100분. 청소년 관람 불가.

김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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