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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어 고셔병 ERT ‘비프리브’, ‘세레자임’ 대비 비열등성 입증

인간세포 유래, 동물세포 유래 세레자임보다 안전성·편의성 높아

입력 2018-02-2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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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역삼동 샤이어코리아 본사에서 고셔병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샤이어코리아는 자사의 인간세포 유래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 ERT)인 ‘비프리브’(성분명 베라글루세라제알파, velaglucerase alfa)가 동물세포 유래 ERT인 사노피젠자임의 ‘세레자임’(이미글루세라제, imiglucerase)와 비교한 3상 임상연구 ‘HGT-GCB-039’에서 세레자임 대비 항체생성률이 낮고, 투약시간이 짧았다고 26일 밝혔다. 


이 회사는 이날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세계 희귀질환의 날’(매해 2월 말일)을 맞아 희귀 유전질환인 고셔병의 치료법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ERT는 고셔병 환자에게 부족한 효소를 투여해 당지질 축적을 막아 병 진행을 예방한다. 평생 투여해야 하므로 치료제를 선택할 때 내약성과 안전성이 중요하다. 비프리브는 사람 몸에서 자연 생성되는 효소와 구조가 동일해 이미글루세라제보다 안전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20여년간 유일한 ERT로 활용된 세레자임은 중국햄스터난소세포(CHO cell) 유래 GBA 유사체로 사람 효소와 구조가 조금 다르다.


최근 비프리브를 비롯해 ERT와 유사한 효능을 가진 경구용 기질감소치료제(substrate reduction therapy, SRT)인 젠자임의 ‘세레델가’(엘리글루스타트, eliglustat) 등이 국내에 출시되면서 치료옵션이 다양해졌다. ERT의 성분은 효소로 합성의약품인 SRT보다 부작용이 경미하지만 평생 동안 2주마다 병원에서 정맥주사해 편의성이 떨어진다.


고셔병은 리소좀축적질환(Lysosomal Storage Disorders, LSD) 중 하나로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glucocerebrosidase, GBA, 또는 글루코시다아제, glucosidase) 효소 결핍으로 글루코세레브로시드(glucocerebroside, GCB, 또는 글루코실세라마이드, glucosylcermide, Gb1)라는 당지질이 리소좀 안에 쌓이면서 발생한다. 유태인에서 주로 발견된다. 이 당지질을 함유해 비대해진 대식세포(면역세포의 한 종류)를 고셔세포라고 부른다. 고셔세포는 비장·간·골수에 주로 쌓여 비장·간비대증, 골손상, 통증 등을 일으킨다. 비장 기능이상으로 적혈구와 혈소판이 파괴돼 빈혈, 코피, 월경과다 등이 흔히 나타난다. GBA는 글루코세레브로시드를 포도당(글루코스, glucose)과 지방 성분인 세라마이드(ceramide)로 분해한다.


고셔병은 질병 진행속도와 신경증(지능저하·경련·눈운동 이상 등) 동반 유무에 따라 1, 2, 3형으로 나뉜다. 1형은 가장 흔한 유형으로 신경증을 동반하지 않는다. 1세 이전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성인이 된 후 가벼운 빈혈로 우연히 진단된 사례도 있다. 2형과 3형은 공통적으로 신경증이 나타나며, 2형은 3형에 비해 악화 속도가 빨라 대개 3세 이전에 사망한다.


고셔병은 상염색체 열성유전질환이다. 유태인 환자의 약 90%가 1형(비신경형)인 반면 아시아인의 절반가량은 2형 또는 3형(신경형)이다. 국내 진단환자는 총 70여명으로 1형이 약 30명, 2형이 약 15명, 3형이 약 25명으로 추정된다. 유병률이 인구 10만명당 1명꼴임을 감안할 때 국내 환자는 500여명으로 예측된다. 실제 진단받은 환자가 적어 선별검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연구진은 2013년에 발표된 HGT-GCB-039 임상에선 최근 12개월간 고셔병 치료를 받은 경험이 없는 환자를 비프리브투여군과 세레자임 투여군으로 나눠 9개월 간 각 치료제를 투약한 후 항체형성률을 비교했다. 두 그룹의 효과는 동등한 수준이었다. 비프리브 투여군의 항체형성률은 0%(17명 중 0명)인 반면 세레자임 투여군은 24%(17명 중 4명)로 높았다.
 
비프리브는 체내흡수 속도가 빠르고, 항히스타민제 투약 등 전(前)처치가 필요 없다. 전체 투여시간이 약 1시간 이내로 전처치가 필요한 세레자임(1~2시간)보다 짧다. 초(初)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5년간 진행된 ‘TKT025EXT’ 연장연구에선 5가지 임상지표인 △헤모글로빈 수치 △혈소판 수치 △간 부피 △비장 부피 △골밀도(BMD) 수치 관련 치료목표를 100% 달성했다.


비프리브는 세레자임에서 비프리브로 약제를 교체한 환자에서도 장기간 효과·안전성이 입증됐다. 2007~2008년 세레자임 치료경험이 있는 환자 40명이 참여한 ‘TKT304’ 연구에서도 동등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비프리브로 약제를 교체한 지 51주째에 비장 부피가 5.6% 감소했으며, 간비대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53주째에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0.1g/㎗ 감소하고 혈소판 수는 7% 증가했다. 5년간 비프리브로 치료를 유지한 환자 중 항체형성반응이나 약물 관련 치명적인 부작용을 겪은 환자는 없었다.


제1형 고셔병 환자의 75~90%는 골다공증·골괴사·골변형 등 뼈질환이 발생해 치료제 효능 평가에서 골밀도 수치가 주요 평가지표에 포함된다. 비프리브는 ‘HGT-GCB-044’ 연구 결과 18세 이상 환자는 약제 전환 후 2~5년 동안 안정적인 골밀도 수치를 유지했다. ‘TKT025EXT’ 임상연구 결과 초치료 환자에서도 골밀도 개선효과가 확인됐다. 5년간 비프리브로 치료받은 환자는 투여 24개월 후부터 Z-점수 기준 요추 골밀도 수치가 올랐다. 치료 33개월 후부터 대퇴골 골밀도가 높아졌다.


이범희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과 교수는 “ERT는 장기간 임상경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됐다”며 “정기적으로 내원하는 게 불편할 수 있지만 전문의와 함께 치료효과나 이상반응을 자주 모니터링 할 수 있어 안전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이스라엘 연구팀은 비프리브 투약시간을 약 1시간에서 10여분 내로 단축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며 “학계가 이 연구결과를 수용하면 비프리브의 투여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샤이어가 비프리브의 3상 임상연구 목표를 세레델가 대비 비열등성 입증으로 뒀다”며 “임상데이터를 살펴 보면 세레자임에서 비프리브로 교체한 후 리소좀 내 글루코세레브로시드(Lyso-Gb1) 수치가 더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세포 유래인 비프리브가 세레자임보다 대식세포나 골격계에 잘 침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국내 고셔병 환자 중 절반 이상은 신경형이라 혈관·뇌장벽(BBB, 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해 뇌증상도 치료하는 약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분자 크기가 큰 단백질 성분인 ERT뿐 아니라 작은 합성분자인 세레델가도 뇌 관련 악화는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초기 임상연구에서 샤페론요법으로 호흡기질환치료제 성분인 암브록솔(ambroxol, 오리지널약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뮤코펙트’)을 1일 40알 이상 다량 투여하는 시도가 있었으나 회의적”이라며 “일본에서 이 제제 투여 후 걷지 못하던 고셔병 환자가 걷게 됐다는 연구와 상반된 결과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김선영 기자 sseon0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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