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국제 > 국제일반

인도 타타 그룹 회장 찬드라세카르란 취임 1년, 안정적 성장경영으로 호평

입력 2018-02-25 13:4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라탄 타타
라탄 타타(왼쪽) 타타 그룹 전임 회장과 지난해 2월 그룹 회장에 임명된 나탈라얀 찬드라세카르란 회장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BW비즈니스 월드)


인도 최대 재벌기업인 타타 그룹의 지주회사 타타손즈(Tata Sons)의 나탈라얀 찬드라세카르란(Natarajan Chandrasekaran, 54세) 회장이 취임 1년을 맞아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찬드라세카르란 회장은 타타 그룹의 7번째 회장으로 타타 가문의 종교적 배경인 조로아스터교 신자가 아닌 첫 회장이자 비(非) 타타 가문의 두 번째 회장이다. 전임자 강제 퇴출 등 그룹 안팎으로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은 어려운 상황에서 취임한 찬드라세카르란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내외부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전임자이자 타타 가문 밖에서 처음 영입된 아일랜드 국적 인도인 사이러스 미스트리(Cyrus Mistry)가 추진했던 그룹의 개혁과 공격적 경영 방식이 배척을 받으면서 물러났다. 그는 그룹의 실질적 오너이자 지난 1990년대 초부터 2012년까지 20여년 동안 그룹을 이끌었던 보수적인 인물인 라탄 타타(Ratan Tata, 80세)의 세력들에 의해 불명예 해임을 당했다.

부유한 뭄바이 재벌 집안 피라말 그룹(Piramal Group) 출신인 전임 미스트리 회장은 강제 퇴임 당시 타타 손즈의 지분을 18%나 소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지분을 보유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는 타타 가문의 사퇴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박하며 소위 ‘지저분한 집안 싸움’을 시작했다. 타타 그룹 집안의 대표격인 라탄 타타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공개적 비난에 나섰다.

타타 그룹 쪽에서도 그에 대해 내부 정보 규정 위반, 자신과 친분 있는 지인들과 거래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 권력을 쌓기 위한 시도 등으로 매도하며 공방을 벌였다. 이 싸움으로 인도 최고 그룹인 타타의 명성과 더 나아가 뭄바이를 기반으로 한 인도 재벌 기업들과 오너들에 대한 명성에도 금이 가는 사태로 까지 발전했다.

전임자는 특히 라탄 타타가 이룩한 대외적 명성에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 글로벌 회사로 타타를 성장시키고 영국 투자에 대한 보상으로 영국 왕실의 명예 기사 작위를 받은 사실과 대중에게 인식된 겸손과 검소한 이미지, 마음이 따듯한 자선사업가 그리고 가난한 인도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개발했다고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인 타타 나노 스토리 등에 대해 공개적인 흠집내기를 서슴치 않았다.

그룹 본사 건물에 라탄 타타 자신의 개들을 풀어 쉬게 하려는 독특한 성격을 가졌다고 비난하고, 인도 최고의 부자인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 암바니 회장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만든 뭄바이 27층 높이의 저택과 라탄 타타가 퇴임 이후 기거하는 뭄바이 북쪽 150Km 떨어진 저택을 비교하는 등 막장이 연상되는 비판과 비난도 개의치 않았다. 사실 타타 가문이 실적적으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타타 트러스트라는 자선 단체가 타타 그룹 지주회사 타타손즈의 지분 65%를 보유하고 타타 그룹을 막후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미스트리 전임 회장도 이런 타타 집안의 구조적인 경영 간섭에 대한 종지부를 찍기 위해 새로운 기업 지배 구조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그룹 권력에 대한 헤게모니 싸움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학장이자 타타 그룹 이사회 멤버에 새로 임명된 나틴 노리아가 나서서 미스트리의 해임을 통보했고, 그 통보에 충격 받은 미스트리가 반발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미스트리는 라탄 타타가 자신을 해임하기 위해 새로운 이사진들을 선임해서 표결에 나섰기 때문에 자신의 해임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사회에서는 미스트리의 해임과 동시에 라탄 타타가 임시로 회장에 오를 것임을 발표했고, 발표와 동시에 미스트리는 자신의 집무실을 정리해 나서며 “나에게 어떤 사전 동의나 설명도 구하지 않고 진행된 모욕적인 사건이며 구역질 나는 라탄 타타의 인간성을 확인했다”라는 메시지를 전 언론에 보냈다.

즉각 법적인 투쟁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타타 그룹 관련 전직 법무장관과 타타 그룹간 10년 전에 있었던 부적절한 사건 처리 공모 내용 등 각종 추문까지 공개해 타타 그룹과 타타 집안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이런 사건을 바라보는 인도 재계의 시선도 그리 좋지 않았다. 전반적으로는 미스트리의 행동에 대해 비난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인도의 한 유명 은행장은 “무엇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미스트리의 행동은 프로로서 자세가 안된 비열한 행동이며 정부와 기업이 강하게 유착되어 있다. 심지어 인도의 경영 환경이 전근대적이라는 신호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줄 수 있어 심히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남부 시골 출신이자 최초의 완전한 외부 인사인 전직 세계 최고 IT서비스 기업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TCS)의 CEO인 찬드라세카란이 회장으로 선임되었다. 이후 그는 그룹의 복잡한 문제를 잘 매듭지으며 성공적으로 타타 그룹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찬드라세카란은 아마추어 마라토너 출신으로, TCS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라탄 타타에 비해 조용하고 전문적 지식을 가진 인물로, 산업계에서도 두루 환영 받는 인사다.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난 1년간 그룹 주력 타타 스틸의 순익은 5배 증가했고, TCS 시가 총액도 경쟁사를 앞도하고 있다. 타타 화학의 주가도 152% 상승했고 타타 자동차도 역대 최고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경영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타타 그룹과 일본 NTT도코모와 관련된 법적 분쟁, 타타 자동차의 국내 사업과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저가 모델 ‘나노’에 대한 해결책, 그리고 그룹 임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일 등 기업 내부적인 문제가 아직도 산적하다. 미스트리의 지분이 18%가 남아있는 타타손즈를 이끄는 그에게 미스트리가 제기한 법적 분쟁은 아직 그에게 큰 짐으로 남아있다. 타타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타타 집안의 자선단체 타타 트러스트와의 파워 게임도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타타 그룹은 인도의 다국적 대기업으로 뭄바이를 본사로 두고 있다. 1868년 잠셋지 타타(Jamsetji Tata)에 의해 세워져 이제 150년이나 된 글로벌 기업이다.

잠셋지 타타는 전설적인 ‘인도 산업의 아버지’로 불린다. 조로아스터교를 믿는 독실한 신앙인 집안에서 태어나 20대 때 작은 무역회사로부터 시작해 그룹 시가 총액이 2017년 기준 145억 달러인 그룹을 일궈냈다.

그룹 산하에 타타 스틸, 타타 자동차(재규어, 랜드로버 브랜드 포함), 한국의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타타 상용차, 타타 컨설팅 서비스, 타타 파워, 타타 화학, 타타 글로벌 음료, 타타 정보통신, 타타 커피, 인도 최고의 호텔인 타지 호텔 등 29개 상장 기업이 있다. 그리고 6개 대륙에 무려 100개 이상의 계열 기업을 가지고 있다.

그룹이 영위하는 사업은 보석에서 중화학, 소금, 음료, 통신, 병원, 부동산, 우주항공, 에너지, 가전, 항공, 국방, 금융, 보험, 물류 등 사실상 전방위적이다. 그룹 매출 규모는 1000억 달러가 넘고 66만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말 그대로 초대기업이다. 하지만 도덕적이고 모범적인 현재의 가족기업 이미지와는 달리 창업 초기 부를 일구는 과정에서 아편을 통해 부를 일궜다는 흑역사도 가지고 있다.

권기철 기자 speck007@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