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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 사학과 '사유담 협동조합' 설립..더 이상 “문송하지 않습니다”

입력 2018-02-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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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 사유담
한남대 사학과가 설립한 사유담 협동조합이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대전지역 초등학생들이 참여한 역사문화 탐방을 실시했다.사진제공=사유담협동조합
“문송합니다”

인문계 학생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취업난을 ‘문과여서 죄송합니다’라는 신조어가 표현하고 있듯이, 각 대학들은 인문계 취업률 끌어올리기에 골몰하고 있다.

그중 대전에 있는 한남대학교 사학과도 융복합 과정 개설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36명이 입학하는 한남대 사학과는 2학년 말 3학년 초가 되면, 3개 학과가 연계한 문화관광이나 4개 학과가 참여한 기록관리, 지난해부터 6개 학과가 연합해 개설한 문화재박물관 전공으로 구분해 진로를 준비한다.

이 가운데 문화관광 분야는 사학과 출신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지만, 다수의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에 개설된 관광관련 학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관광 관련 기업들과 오래 전부터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관광 학과들과 달리 사학과에서의 문화관광 전공은 취업 역량 제고에 필요한 현장 경험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남대 사학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기업체를 설립하고 나섰다.

한남대 사학과에는 ‘사유담(史遊談)’이라는 협동조합이 있다.

사유담은 2016년 7월, 5명의 사학과 교수와 졸업생 3명 등 8명이 1천만 원을 출자해 설립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대전시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역사문화 탐방 프로그램 운영이 주 사업이다.

이 협동조합은 사학과 교수들이 재학생들의 취업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면서 시작됐다.

사유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주현 교수(한남대 중앙박물관장 겸임)는 “우리 학생들이 취업 전에 현장경험을 쌓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직접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다.”며 “이곳의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이 좋은 곳으로 취업하거나 창업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수들의 협동조합 설립에 공감한 동문 2명이 직장을 그만두고 참여하면서 사유담은 역사문화탐방 교육업체로서의 모양새를 갖췄으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사유담은 지난해 대전·세종 지역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탐방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1년 동안 8회에 걸쳐 국내 유적지를 탐방하는 ‘멀리탐방’, 근현대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근현대탐방’, 그 외 드림탐방과 제주도 탐방, 해외 탐방 등 10여 가지 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탐방은 보통 한 팀이 20~25명으로 이뤄지며, 지난해 5개 팀 110여 명이 참여해 1억1천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매출로는 지난해 채용한 졸업생 1명을 더해 4명의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대출을 받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탐방 신청자가 1월에 벌써 6개 팀이 모집됐고, 자유학기제와 창의적 체험학습 등을 지역 교육청과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서양사 1인, 한국사 3인, 중국사 1인으로 구성된 전공 교수들이 경쟁력 있는 탐방 프로그램 만들어 낼 노하우가 충분하며, 학생들이 이 분야에 눈을 뜬 만큼 링크플러스사업단이 지원하는 창업동아리나 캡스톤디자인, 현장실습 교육 등을 통해 다양한 아이템이 쏟아질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한남대 사학과의 이색적인 협동조합은 현장체험뿐 아니라 좋은 아르바이트로도 손색이 없다. 탐방여행에 동참한 재학생 몇 명은 등록금의 상당액을 이곳에서 벌었다고 한다.

이주현 교수는 “애들 살길을 열어주기 위한 방편으로 시작했지만,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으니 수익뿐 아니라 소외계층에게도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사회적경제조직으로서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어 “조합 직원들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임금을 현실적으로 높이는 것과 함께 더 많은 졸업생을 채용할 수 있도록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밝혔다.
김동홍 기자 khw09092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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