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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생명과학, 지카·메르스 예방 차세대 DNA백신 개발 앞장

고농도 대량생산 ‘에어믹스’ … 체내전달률 높이는 전기천공 ‘셀렉트라’ 특허기술 보유

입력 2017-12-2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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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백신(위)과 플라스미드 DNA를 활용한 백신의 작용 원리. 자료 진원생명과학

플라스미드 DNA를 활용한 백신이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병 예방백신으로서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DNA백신은 병원체 중 항체 생성률이 높은 특정 항원 부위(dominant viral antigen)만 활용한다. 병원체를 통째로 약독화하거나 사멸한 후 체내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기존 백신보다 효과·안전성, 생산·보관 편의성이 뛰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10월 지카바이러스를 예방하는 DNA백신 ‘GLS-5700’의 북미 1상 임상결과가 세계 의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지난 9월에 DNA 기반 메르스바이러스(중동호흡기증후군,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MERS Co-V) 예방백신 ‘GLS-5300’의 미국 1·2a상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한 지 한 달만이다.

이 회사는 미국 이노비오(Inovio)와 치사율이 약 40%에 달하는 메르스·에볼라바이러스, 영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병을 예방하는 DNA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DNA백신은 세균의 세포 안에서 독자 증식하는 고리형 DNA인 플라스미드(plasmid)에 다량의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병원체의 항원 유전자를 삽입해 만든다. 유전자를 재조합한 플라스미드 DNA를 숙주인 대장균 세포 안에서 대량 배양한 다음 정제 과정을 거친다. 유전자재조합 플라스미드 DNA를 고농도로 함유한 백신을 몸에 근육주사하면 항원 유전자가 세포내 번역시스템을 통해 단백질로 발현된다. 이 항원 단백질은 체내 면역반응(항체 생성)을 일으킨다.   

DNA백신은 항원특이 항체와 킬러T세포(세포독성T세포, cytotoxic T cell, CD8+ T cell)를 동시에 생성한다. 감염병 예방을 비롯해 암·자가면역질환 등에서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치료용 DNA백신은 플라스미드에 항원 유전자 대신 치료 유전자를 삽입해 만든다. 치료용 DNA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기업으로는 진원생명과학 외에 제넥신, 바이로메드 등이 대표적이다. 

DNA백신은 기존 백신이 항원특이 항체만 생성해 감염병 예방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보다 활용 범위가 넓다. 또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며, 1개월 만에 단기간 제조가 가능하다. 기존 백신은 냉장보관하고, 제조에 약 6개월이 걸린다. 에볼라는 아프리카에서 유행하므로 보관이 얼마나 간편한지가 상용화의 관건이다. 메르스는 중동에서 주로 발생해 시장성이 낮다는 이유로 제약사들의 개발이 적극적이지 않다.     

DNA백신이 의약품으로 처음 관심을 받은 것은 1992년이다. 데이비드 와이너(David Weiner)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유전자치료학 교수, 해리엇 로빈슨(Harriet Robinson)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의대 병리학 교수, 마가렛 리우(Margaret Liu) MSD 연구원은 비슷한 시기에 쥐 등 크기가 작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DNA백신의 예방효과를 입증한 연구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하지만 DNA백신이 영장류 등 크기가 큰 동물 대상 실험에서는 유효성 입증에 실패해 2005년을 전후로 개발 열기가 사그라들었다. 데이비드 교수는 연구를 이어가 항체 생성률이 낮은 원인으로 DNA백신은 세포내 전달률이 낮고, 플라스미드의 집중화(concentraion, 고밀도화)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한 결과 차세대 DNA백신은 기존 DNA백신보다 항체 생성률이 약 100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진원생명과학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DNA백신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기술인 △플라스미드를 고농도(집중도를 높인 슈퍼코일 형태) 및 고순도로 대량 생산하는 ‘에어믹스’(Airmix) △DNA백신의 세포내 전달률을 기존 기술보다 약 1000배 높이는 전기천공기(electroporator) ‘셀렉트라’(Cellectra) △DNA백신 유전자 설계 프로그램 ‘신콘’(Syncon)을 보유하고 있다. 에어믹스는 이 회사의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cGMP)급 생산 자회사인 미국 VGXI가, 셀렉트라와 신콘은 파트너사인 이노비오가 전세계 특허권을 갖고 있다.

GLS-5700은 건강한 미국·캐나다 성인 총 40명이 참여한 1상 임상에서 2㎎ 용량을 연구 시작시점(baseline)인 0주, 4주, 12째에 총 3회 접종한 결과 효소면역정량법(ELISA, Enzyme Linked Immunosorbent assay) 기준 12주째 항체생성률이 95%(20명 중 19명)였다. 1㎎ 용량을 같은 기간에 총 3회 투여한 그룹의 70%보다 높았다. 두 그룹은 공통적으로 14주째에 100% 항체가 생성됐다. 항원특이 킬러T세포 생성도 관찰됐으며, 심각한 이상반응은 발생하지 않았다. 발생률이 약 50%로 흔한 부작용은 주사부위 통증·발진 등이었다. 
 
GLS-5300은 건강한 미국 성인 총 62명이 참여한 1·2a상 임상에서 3회 접종 후 항체생성률이 92%(57명), 킬러T세포 생성률이 98%(61명)로 각각 확인됐다. 중대한 이상반응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들 백신의 글로벌 임상은 조엘 매스로우(Joel Maslow) VGXI 최고의학부책임자(전 펜실베니아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가 주도하고 있다.

정문섭 진원생명과학 연구소장(신약개발본부 이사)은 “우리 회사가 확보한 차세대 DNA백신 제조 특허기술은 DNA백신의 상용화 한계를 극복했다”며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항원보강제(adjuvant) 등을 첨가하는 기존 백신보다 안전성 우려가 적은 게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현재까지 1000여명에 투여한 결과 주의할 만한 이상반응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국내 기업이 세계적으로 감염위험이 높은 지카바이러스·메르스·에볼라바이러스 등을 예방하는 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한 중남미에서 진행한 1상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미국·캐나다 정부가 지카바이러스 예방에 촉각을 세우고 있어 2상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현지에서 조건부 신속허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1987년 11월 의류용 심지 제조·판매 회사로 코스피에 상장된 ‘동명’이 회사의 모태다. 2005년 11월엔 DNA백신 개발로 주력 업종을 변경하고 ‘VGX인터내셔널’로 이름을 바꿨다. 이어 2008년 5월 미국 텍사스주 우드랜드에 플라스미드 DNA 임상용 시료 위탁생산(CMO) 자회사 VGXI를 설립했다. VGXI는 개발 중인 신종 감염병 예방백신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및 국립보건원(NIH)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김선영 기자 sseon0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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