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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균형’부터 ‘세상 너머로’까지, 뮤지컬 ‘모래시계’ 제작진과 배우들 “여전히 다양한 시도 중!

우석 역의 강필석 “건너뛰는 부분들의 논리를 찾아가는 중”, 최재웅 “부담 보다는 최선”
조광화 연출 “청년문화 실종의 아쉬움, 서정적이면서 청년다운 감성을 담아내려 노력 중”
김문정 음악 수퍼바이저, 신선호 안무가 “고교시절의 순수함, 거친 20대, 기로에 선 30대 등 시대별 감성 대변에 노력 중"

입력 2017-11-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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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뮤지컬 ‘모래시계’가 연습실을 공개했다.(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몹시 힘들었고 그만큼 죽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광화 연출의 토로처럼 24부작 드라마에 담긴 방대한 이야기, 시대상 등을 120분 남짓의 뮤지컬로 꾸리는 일이 녹록할 리 없다. 14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뮤지컬 ‘모래시계’ 연습실 공개에서 제작진과 출연진들은 입을 모아 어려움을 호소했다.

故김종학 연출, 송지나 작가, 최민수·고현정·박상원·이정재 등의 동명 드라마(1995)를 무대화한 뮤지컬 ‘모래시계’(12월 5일~2018년 2월 11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조광화 연출은 드라마와 다른 점에 대해 “세 사람에 방점을 찍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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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뮤지컬 ‘모래시계’가 연습실을 공개했다. 사진은 혜린 역의 김지현(왼쪽)과 태수 한지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송지나 작가는 ‘모래시계’가 힘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는데 저희 뮤지컬은 잘못된 시대가 청년을 어떻게 상처 입히고 쓰러지게 하는지, 그런 시대를 청년들이 어떻게 이겨냈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렇게 말한 조광화 연출은 “당시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영상이 쇼킹할 수 있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시대를 구체적이기 보다는 보편적으로 다루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젊은 생명들을 함부로 대했던 때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죠. 방식은 다르지만 지금 청년들에게도 그런 어려움들이 많은 것 같아요. 시대의 힘 때문에 무겁고 암울하기만 하기 보다는 청년들의 활력과 감성들을 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힘의 균형’부터 ‘세상 너머로’까지, 강필석 “건너뛰는 부분들의 논리를 찾아가는 중” 최재웅 “부담 보다는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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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뮤지컬 ‘모래시계’가 연습실을 공개했다. 사진은 우석 역의 강필석.(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는 조광화 연출의 설명에 이어 태수(김우형)·종도(강홍석)·건달들(앙상블)의 ‘아웃사이더’, 태수(한지상)의 ‘너에게 건다’ 우석(강필석)의 ‘검사의 기도’, 도식(이정열)·종도(박성환)·군인들(앙상블)의 ‘힘의 균형’, 우석(최재웅)·태수(한지상)·혜린(조정은)의 ‘너무 늦지 않도록’, 도식(성기윤)·혜린(장은아)·우석(강필석)·의원들(앙상블)의 ‘시대유감2’, 태수(김우형)·우석(최재웅)·혜린(김지현)·도식(성기윤)·재희(김산호)·윤회장(손종학) 등의 1막 피날레 곡 ‘세상 너머로’ 등 7개 넘버가 차례로 시연됐다.   


시연 후에는 조광화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신선호 안무가를 비롯해 태수 역의 김우형·한지상(이하 가나다 순), 우석 강필석·최재웅, 혜린 김지현·장은아·조정은, 종도 강홍석·박성환, 도식 성기윤, 윤회장 손종학, 재희 김산호·손동운·이호원 등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힘들다” 혹은 “영광이다”로 비슷한 결의 답변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석을 연기하는 한국종합예술학교 선후배 지간인 강필석과 최재웅은 상반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강필석은 “드라마에서 우석은 머무르고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행동하는 캐릭터”라며 “24부라는 방대한 이야기를 압축한 극에서 이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물리적 시간도 필요하고 이야기도 들려줘야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기는 어려워서 효과적으로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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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뮤지컬 ‘모래시계’가 연습실을 공개했다. 사진은 우석 역의 최재웅(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우석 뿐 아니라 (캐릭터) 해석이 어려운 부분은 점핑되는 상황이에요. 많은 이야기를 압축해 표현하다보니 건너뛰는 부분들의 논리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이건 좀 너무 과한 점핑이다 생각되면 논의하고 신을 추가하기도 하면서 모든 캐릭터를 잘 요리 중이죠.” 

 

또 다른 우석 역의 최재웅은 “건형·필석, 두 형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습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다”고 말문을 열었다.

“저는 특별히 어떻게 해야겠다 하는 경우가 아니에요. 신의 리듬, 말의 텐션, 리액션 등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특별히 부담을 가지는 건 없습니다. TV와 무대는 전혀 다른 장르이니 무대 위에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음악, 안무 등 여전히 다양한 시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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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뮤지컬 ‘모래시계’가 연습실을 공개했다. 사진은 태수 역의 김우형과 종도 강홍석(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이날 연습실 공개에서 가장 먼저 시연된 ‘아웃사이더’에 휘파람으로 삽입된 유명 OST ‘백학’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창작진과 배우들의 의도가 온전히 전달되지는 못했다. 

 

의문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아버지 윤회장(손종학·송영창)에 카지노사업을 물려 받은 혜린, 본격 힘 키우기에 나선 태수, 검사가 된 우석의 엇갈린 운명을 노래하는 ‘너무 늦지 않도록’의 검은 우산 신은 신선호 안무가가 참여했던 ‘그날들’의 무영 장례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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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뮤지컬 ‘모래시계’가 연습실을 공개했다. 사진은 혜린 역의 조정은(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이에 창작진들은 여전히 다양한 시도와 고민 중임을 토로했다.  

 

김문정 음악 수퍼바이저는 “고교시절의 순수함, ‘아웃사이더’처럼 거친 20대, 기로에 선 30대를 위한 ‘검사의 기도’ 등 시대별 감성을 대변하도록 록, 재즈 등을 가미하고 있다”며 “악의 주축인 종도, 도식 등은 록을 가미하지만 위협스러운 느낌이 아니라 희화적으로 해석하다 보니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펼쳐두고 계산하다가도 실제 그림을 만들다 보면 이게 아니구나 싶어지는 순간들이 많아서 아직도 작업 중입니다.”  

 

신선호 안무가는 “음악과 드라마 안에서 튀지 않는 것이 안무 포인트”라며 “시간의 흐름, 움직임 등에 따라, 장면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 안에 녹아드는 움직임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생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움직임, 군대나 조직, 체제 속 근엄함에 대한 풍자, 세상 너머에 또 다른 희망이 있겠지 라는 메시지를 가지고 작업 중이에요. 매일 고민과 수정을 반복하며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8분짜리 장면도 있고 보여드릴 게 많아요. 우리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빛나기를, 장면에 녹아들어 살아 있을 수 있도록 잘 만들어 보겠습니다.”

조광화 연출은 “서정적이면서 청년다운 감성을 담아내려고 노력 중”이라며 청년문화의 실종에 대한 아쉬움과 바람을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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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뮤지컬 ‘모래시계’가 연습실을 공개했다.(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정치적, 사회적으로 절박하게 투쟁하면서도 낭만이 있었던 청년문화라는 게 없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하고 싶은 일, 멋진 꿈을 위해 공부하는데 경제적으로 쫓겨서 힘들어하고 있죠. 시대가 청년을 배려 못해준 게 아닌가 생각해요.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하고 싸워야할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어 조광화 연출은 ‘레미제라블’을 언급하면 “방대한 원작을 요약하면서 어떻게 저 많은 인물들을 녹여냈을까 싶었는데 ‘인간’에 주목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고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청년들이 모여 뜨거운 마음으로 부당하에 맞서는 보편적 상황, 공간, 모습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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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뮤지컬 ‘모래시계’가 연습실을 공개했다. 사진은 태수 역의 김우형과 종도 강홍석(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구체적이거나 고증에 가까운 시대 묘사가 아닌 사랑과 우정, 청년이라는 코드에 방점을 두고자 합니다. 억압하는 곳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보편적 감성과 인간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코드로 풀어가고자 합니다.”

시스템을 통제하려는 도식 역의 성기윤은 “비극성이 강조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창작의 고통 때문에 지쳐 있어서 그러니 대신 사죄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어 웃음을 자아냈다.

“딱 좋은 시기에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시대 얘기는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간이죠. 그 안에는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지켜가려는 것들이 있습니다. (무대)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비극성과 희극을 오가며 다채로운 재미를 주는 장면이 있을 거예요. 이제 드라마 ‘모래시계’의 시간을 뒤집어 뮤지컬 ‘모래시계‘의 시간이 차오르게 될 겁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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