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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FR 내성표적 폐암신약 ‘타그리소’·‘올리타’ 급여화 … 산넘어 산

아스트라제네카, 3상임상 ‘AURA3’ 근거로 효과·안전성 우위 … 급여협상 기한 넘겨 형평성 논란

입력 2017-11-0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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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FR 내성표적 비소세포폐암 신약인 한미약품의 ‘올리타’(왼쪽) vs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한미약품, 초저가로 중증 피부이상 부작용 이슈 돌파 … 3상 임상 일정 확정돼야 급여 개시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내성 표적 비소세포폐암 신약인 한미약품의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 olmutinib)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 osimertinib)가 급여 등재까지 첩첩산중의 길을 걷고 있다.

이들 약은 3세대 EGFR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로 EGFR 유전자 중 T790M(엑손20 위치) 등 내성변이가 발생해 기존 약제에 반응하지 않는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에게 처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속허가제도를 통해 일단 시판을 허가하고 향후 3상 임상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5월과 6월에 각각 올리타와 타그리소를 승인했다. 두 신약은 지난 8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급여 적정성을 각각 인정받았다.

학계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 중 80~85%를 차지하는데 EGFR T790M 내성변이는 아시아 환자에서 3명 중 2명꼴로 발생할 정도로 빈번하다. 안명주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의 ‘폐암의 분자적 치료’ 논문에 따르면 EGFR TKI제제를 사용한 환자 대부분은 약 1년 후 병이 다시 진행되며, 이 중 약 50%는 T790M 등 새로운 유전자변이가 나타난다.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30~50%는 뇌로 종양이 전이된다.

한미약품은 항암신약 가격으로는 파격적인 약 260만원(한 달 기준)을 건강보험공단에 제시해 급여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지었다. 11월 6일부터 보험이 적용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난 1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급여 개시일이 불투명해졌다.

건정심은 허가 후에 3상 임상자료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신속허가를 받은 올리타의 3상 임상이 언제 완료될지 모르므로 보험자가 불확실성을 떠안은 채 약값을 계속 지불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한미약품은 건보공단과 협의해 임상시험 기간을 확정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야만 건정심으로부터 서면의결을 받아 올리타를 급여 목록에 등재할 수 있게 됐다. 올리타는 지난 4월에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세계 최초의 3세대 EGFR TKI로 비교할 만한 대조약이 없고,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에 사용돼 경제성평가가 면제되는 특례대상이었다. 하지만 심평원은 이 약의 적용 가능한 환자 범위가 넓어 재정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회사에 경제성평가 자료를 요구했고, 아스트라제네카는 관련 근거를 제시해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급여 관문을 삼수 끝에 통과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타그리소의 글로벌 3상 임상 ‘AURA3’ 결과를 바탕으로 건보공단에 700만원(한 달 기준) 이상의 약가를 제시했지만 건보공단은 올리타와 비교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지적해 간극이 좀처럼 좁아지지 않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실제 진료현장에서 3상 임상데이터와 일관된 효과·안전성을 보이는 타그리소와 2상 임상만 마친 올리타를 동일 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타그리소는 AURA3 포함 여러 건의 임상연구 결과 뇌전이 환자에서도 효과가 입증됐다.

타그리소는 지난 10월 13일까지 약가 협상을 마치기로 기한을 뒀지만 오는 7일로 협상이 미뤄져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은 심평원의 급여 적정성 평가를 통과한 후에 건보공단과 제약사가 급여 조건(약가)을 협상한 다음 이뤄진다. 건보공단이 제약사에 협상계획을 통보하면 제약사는 통보 후 30일 이내에 1차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협상시작일부터 60일 이내에 약가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자동 결렬된 것으로 결정된다.

협상기한 설정은 약가결정에서 보험자에게 우월적 지위를 줘 보험약가를 낮추고 궁극적으로 피보험자인 국민이 더 많은 수혜를 입도록 한 취지로 만들어졌는데 이번 기한 연장은 건보공단이 아스트라제네카에게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건보공단은 이 약이 필요한 난치성 폐암환자가 적잖기 때문이다. 예컨대 뇌전이가 일어난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에 대한 효과는 타그리소만이 가지고 있다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제출한 경제성평가 자료만으로는 타그리소의 장기간 투여 시 효용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급여 적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회사가 추가로 제시한 최신 분석자료를 토대로 지난달 4일 이 약이 필요한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제기금(CDF, Cancer Drugs Fund)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타그리소 한 달분의 해외 가격은 국내 급여가로 신청한 약제비(700만원선)의 두 배가량인 약 1만2750달러(약 1400만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4월부터 국내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투여 1차년도에 첫 2팩은 환자가 지불하고, 이어 4팩은 회사가, 이후 2팩은 환자가, 이어 4팩은 회사가 공급한다. 2차년도에는 첫 3팩을 환자가 부담한 이후부터 회사가 지원한다. 타그리소는 한 달분인 팩(28정, 1일 1정 투여)당 비급여 가격은 현재 1040만원 수준이다.

한미약품은 발빠른 초저가 전략으로 지난해 9월 2상 임상시험 과정에서 중증피부이상반응인 독성표피괴사용해(TEN, Toxic Epidermal Necrolysis)·스티븐존슨증후군(Stevens-Johnson Syndrome, SJS) 등이 드물게 보고되면서 맞은 안전성 위기를 돌파할 방침이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글로벌 라이선스아웃계약 해지로 입은 경제적 손실을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대폭 완화한 약가를 내세워 독자적인 해외진출을 꾀해 상쇄한다는 전략이지만 불안정성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리타는 투여자 총 731명 중 3명(0.4%)에서 중증피부이상반응이 발생했는데 독성표피괴사용해 발생자 2명 중 한 명은 사망하고, 한 명은 입원 후 회복했다. 스티븐존슨증후군 발생자(1건)의 사망원인은 질병진행으로 약물투여와 상관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됐다. 폐암 말기 환자에 사용되는 약물의 특성상 ‘위험성보다는 유익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 공급이 유지됐다.

올리타는 EGFR 유전자 내 T790M 돌연변이가 있는 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 76명이 참여한 임상 1·2상 결과 객관적반응률(ORR, 종양이 일정 수준이상 줄어든 환자 비율)이 54%, 무진행생존긴간(PFS) 중앙값이 6.9개월로 확인됐다. 뇌전이 환자(62세 남성)에서 뇌에서 종양이 완전히 제거된 사례도 있었지만 이같은 효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김선영 기자 sseon0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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