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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갑상선암, 종양 작아도 전이 가능성… ‘과잉진료’ 표현은 부적절

진단·치료 미루다 임파선 전이·합병증 위험 … 발생률 1% 미분화암, 평균 6개월내 사망

입력 2017-09-28 07:00 | 신문게재 2017-09-2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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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암’으로 인식되는 갑상선암에 한동안 과도한 수술이 이어지더니 과잉진료 논란에 휩싸인 이후론 수술 건수가 급감하는 추세다. 

 

국내 갑상선암 수술 환자는 2012년 4만 1306명에서 2016년 2만 3832명으로 42.3%나 감소했다. 하지만 이 분야 전문의들은 갑상선암을 ‘아예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병’으로 단정짓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박경식 건국대병원 갑상선센터 교수(외과)는 “갑상선암에서 과잉진료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갑상선암은 종양의 크기뿐만 아니라 발생 위치, 림프절 전이 여부, 환자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치료법과 예후가 급격히 달라지므로 조기진료를 통해 다각적인 요인을 분석하고 그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분별한 수술은 경계해야 겠지만 아예 진단이나 치료 자체를 하지 말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밝혔다.


갑상선

 

갑상선암은 목 한가운데서 앞으로 튀어나온 갑상연골의 아래쪽 기도 앞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기관에 생긴 암이다.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점차 쉰 목소리, 부기, 통증,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고 목에 혹이 만져지는 게 특징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방사선 다량 노출, 유전적 요인, 비만 등이 위험인자로 꼽힌다.


박경식 교수는 “종양이 작으면 당장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있는데 미세한 종양도 갑상선 피막을 뚫고 나가거나 임파선으로 전이될 수 있어 무조건 악성도가 낮은 것은 아니다”라며 “조기에 진단된 암을 키워 나중에 수술하면 오히려 수술 범위가 넓어지거나 합병증이 늘어나고, 방사선 동위원소치료 등 추가치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갑상선암은 보통 암보다 자라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당장 괜찮아 보여도 10~30년 뒤 노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하므로 조기진단 및 치료가 더 중요하다.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갑상선 유두암은 생존율이 90~98%로 높지만 1% 미만의 비율로 나타나는 미분화암은 림프절·원격 전이 속도가 빨라 진단 당시엔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평균 6개월 이내에 사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대한갑상선학회는 초음파검사 상 5㎜ 이상, 1㎝ 이하의 결절은 바로 수술할 필요 없이 세침흡인검사를 실시하거나 추적관찰에 들어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조직검사 및 세침흡인검사에서 악성이 의심되거나 확진되면 수술로 조직을 제거해야 한다. 

 

박경식 건국대 일반외과 교수
박경식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는 “과거 목이나 머리 부위에 방사선치료를 받았거나 갑상선종 또는 양성결절 등이 발견된 환자는 갑상선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갑상선암의 표준치료법은 갑상선 전절제술로 목 앞쪽을 절개한 뒤 갑상선암을 포함한 갑상선 양쪽을 모두 절제한다. 피부가 켈로이드 체질이거나 미용적 측면을 고려할 경우 겨드랑이 혹은 가슴 부위에 최소절개창을 내고 내시경장비를 삽입해 암조직을 제거한다. 종양 크기가 1~2㎝ 내외이면서 갑상선 외 다른 조직에 침윤이 없고 경부림프절 전이가 없다면 갑상선 반쪽만 제거하는 엽절제술을 적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종양 크기가 작고 재발 위험이 적은 저위험군의 경우 엽절제술과 전절제술의 예후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며 “엽절제술은 성대마비, 부갑상선 기능저하, 폐경 이후 비만 등 부작용이 덜한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로봇수술이 갑상선암수술에 도입돼 흉터와 수술 후 통증을 최소화하고 있다. 박 교수는 “오는 11월부터 최신 기종의 로봇시스템을 활용해 내시경 갑상선절제술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갑상선암 로봇수술은 양측 겨드랑이와 유륜부에 직경 1㎝ 내외의 작은 절개창을 4개만 내어 밖으로 보이는 흉터 없이 암을 깨끗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갑상선암 환자의 맞춤형 약물요법’ 연구로 대한외과학회 유유연구학술상(2013), ‘갑상선절제술 후 유착방지제 사용 효과 및 안정성’ 연구로 두산연강학술상(2013)을 수상했다. 2016년 8월부터 1년간 미국 미시간대 앤아버캠퍼스에서 기초실험을 임상에 적용하는 중개암치료 및 암백신 관련 연수를 마쳤다. 향후 환자별 갑상선암 특성을 명확히 구별하는 암유전체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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