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연합) |
청와대가 딜레마에 빠졌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사이에서 어느 누구도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딜레마다.
14일 청와대로 ‘부적격’이라고 적힌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가 도착했다. 청문회를 개최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박 후보자에 대해 “건국과 경제성장을 둘러싼 역사관 논란, 신앙과 과학 간 논란 등에 대해 양립할 수 없는 입장을 모두 취하는 모순을 노정했다”며 장관직에 부적격하다는 의견을 기술했다.
여기에다 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기류도 만만치 않다. 이날 오후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청문보고서를 채택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댔지만 이견차가 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법발전재단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13일에 이어 14일에도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 채택 방안을 논의했지만, 여야 간 입장차로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연합) |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더라도 김 후보자에겐 본회의 인준안 통과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다. 마지막 관문 역시 녹록치 않아 보인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김 후보자가 좌편향 됐다며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단단히 뿔이 난 국민의당도 자유 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져 자칫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때처럼 부결이 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먼저 패를 보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박 후보자에 대한 결정과 관련해 “우리에게도 당분간 시간이 필요하다. ‘당분간’이라는 것은 하루 이틀 정도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며 “야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동의를 해줄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상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이 김 후보자의 국회표결 통과에 확신을 주지 않는 한 박 후보자가 먼저 자진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피력한 셈이다.
박 후보자까지 사퇴를 하고, 김 후보자의 국회표결이 부결로 끝나면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까지 포함해 3명 연속 ‘낙마’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박 후보자도 쉽게 버릴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박 후보자 청문회와 관련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중소기업에 지원할 예산 3조 원을 어떻게 쓸지 등 (중소벤처기업부가) 할 일이 많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검증이 안되고, 박 후보자 머릿속에 들어있는 성향에 대해서만 이야기가 됐다”고 사실상 불만을 내비쳤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박 후보자 인선 과정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경우 특별한 자리다. 30여 명이 후보에 올랐지만 백지신탁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4명으로 후보가 압축됐고, 이 가운데 다시 두 명으로 좁혀 검토했는데 박 후보자는 그 두 명 중 한 분”이라고 밝혔다. 수십 일에 거쳐 어렵게 후보자를 찾았는데 정책검증이 아닌 사상검증에 그쳤기 때문에 청와대 입장에서 박 후보자를 쉽게 버릴 수 없는 입장이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