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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연이은 폭로·제작거부...전운이 감도는 MBC

입력 2017-08-25 07:00 | 신문게재 2017-08-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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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 전운이 감돈다. 현업에 있는 아나운서, PD들이 들고 일어났다. 보도국 밖으로 쫓겨난 기자들과 전 정권에 경력직으로 채용된 기자들도 제작 거부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12년 MBC는 장장 170일의 파업 이후 상처가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파업을 철회했다. 당시 언론노조 MBC본부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MBC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의 약속을 믿고 6개월여의 파업을 철회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파업을 주도했던 노조 간부들은 해고당했다.   


적극적으로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 PD, 아나운서들은 자신들의 주업무에서 배제돼 스케이트장의 관리 인력으로, ‘뉴스데스크’의 자막수정자로, 주조의 MD로, 라디오국 조연출로 살아왔다. 설상가상 당시 노조 홍보국장을 맡았던 이용마 기자는 복막암으로 투병 중이다.   


5년 8개월이란 시간동안 굴욕을 감내했던 MBC 구성원들이 ‘PD수첩’ 사태로 다시금 봉기했다. 지난달 21일 ‘PD수첩’의 일부 제작진은 ‘한상균(민주노총 위원장)을 향한 두 개의 시선’이라는 기획안이 부당한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내조의 여왕’ 등을 연출한 김민식PD는 지난 6월부터 사내 곳곳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김PD는 SNS 생중계를 통해 시민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김PD는 출근정지 20일의 징계를 받은 상태다.

PD들의 제작거부는 아나운서들의 폭로로 이어졌다. MBC 아나운서 27명은 지난 22일 그간 겪어온 부당전보·방송 출연 배제 사례를 폭로했다. 사회공헌실로 전보된 손정은 아나운서는 제작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각종 프로그램에서 배제된 사례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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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일후 아나운서는 모교 특강 요청에 “너는 지금 아나운서가 아니니 아나운서를 보내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며 발언의 당사자가 “지인의 딸이 아나운서 준비를 하고 있으니 한번 만나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미 MBC 아나운서 50여명 중 박혜진, 최현정, 문지애, 오상진 등 간판급 아나운서 12명이 퇴사했고 11명이 부당전보된 상태다. 이 자리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메우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사태를 빚은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은 2000년 이후 최장수 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신 국장은 여전히 ‘시선집중’ 등 주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MBC의 한 아나운서는 “과거 1980년대 장기 재직한 국장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2000년대 이후 가장 오래 재직한 국장은 신동호 아나운서”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MBC 출신 인사는 “국장은 후배들의 길을 열어줘야 하는 자리인데 자신이 주요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호 아나운서와 함께 이른바 ‘양치대첩’으로 주목받은 배현진 ‘뉴스데스크’ 앵커는 여성 최장수 앵커 기록을 앞두고 있다. 배씨는 2012년 파업 당시 “노조에서 폭력과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파업을 철회했고 이후 아나운서에서 기자로 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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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 MBC스케이트장은 주업무에서 배제된 기자, PD들의 대표적인 유배지로 꼽혔다. (사진=브릿지경제DB)

 

연이어 폭로가 이어졌다. MBC 박건식PD는 자신의 SNS에 “손석희 앵커가 ‘시선집중’을 그만두게 된 건 당시 사측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제작진을 괴롭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광화문 1인 시위로 보도국에 있지 못하고 뉴미디어뉴스국에서 일했던 김주하 앵커가 취재하고 기사를 쓰자 김주하라는 기자명을 빼라는 윗선의 지시가 떨어졌다”고 공개했다.

아나운서뿐 아니다. 핵심 콘텐츠 제작부서인 예능·드라마 부문과 라디오 PD들도 총파업에 동참하겠다고 결의했다. 17일 편성PD 30명, 18일 드라마 PD 50명, 21일 예능PD 56명과 라디오 PD 36명이 이같은 의사를 밝혔다. 간판 ‘무한도전’의 김태호PD도 포함됐다. 다만 프로그램별 진행 및 계약 상황 점검 뒤 제작거부 합류 여부를 개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상처만 남았던 2012년 파업으로 쉽사리 파업에 돌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MBC가 총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4~29일 동안 총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간다. 현재로선 가결될 가능성이 큰 분위기다. 경력기자 중 9명이 언론노조 MBC본부에 노조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MBC의 한 관계자는 “김재철·안광한 사장 시절 채용된 경력기자는 물론 2012년 파업 때도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인사들도 이번 파업에 동참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구성원들의 퇴진요구에도 불구하고 김장겸 MBC사장은 “퇴진은 절대 없다”고 선언했다. 김장겸 사장은 2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저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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