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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선고 D-1] 뇌물 증거는 못찾고 정황뿐…"특검이 무리한 기소"

이재용 12년 구형…형량은 '재산도피'가 높지만 핵심적 쟁점은 '뇌물죄'
특검 주장 '증거' 효력 의문…삼성 "억지로 끼워맞춰 기소"

입력 2017-08-24 06:00 | 신문게재 2017-08-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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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 출석하는 이재용<YONHAP NO-147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

  

‘세기(世紀)의 재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공방이 치열했던 이재용 부회장의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만큼 재판부의 판결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7일 진행된 이 부회장의 결심 공판에서 박영수 특검은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 뇌물을 주었거나 주기로 약속했다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몰두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여기에 회삿돈으로 뇌물을 건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가 추가됐다. 최씨의 독일법인인 코어스포츠에 79억원을 보내면서 외환거래신고를 하지 않은 재산국외도피 혐의와 최씨에게 명마(名馬)를 제공하면서 허위용역계약을 맺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있다.

뇌물 공여 혐의는 징역 5년 이하로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 10년 이상의 형량보다 적지만 이 부회장 재판의 핵심은 뇌물 혐의이며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재산국외도피 등 다른 혐의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뇌물 혐의가 무죄일 경우 다른 혐의도 도미노 무죄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특검은 준비기일을 포함한 55회의 공판에서 뇌물공여 혐의의 대가성에 대해 주로 다퉜다.

 

‘이재용 선고’ 방청권 추첨 (연합)

 

문제는 특검이 핵심인 뇌물혐의를 주로 정황 증거로 밀어붙였다는 데 있다. 특검은 재판과정에서 장충기 전 삼성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휴대폰 메시지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 청와대 말씀참고자료 등을 증거로 제시했으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없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과 공소 사실에는 심각한 법리적 오류와 모순점이 많다”며 “특히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네진 돈이 전혀 없는데도 일부에 대해 단순 수뢰죄로 본 것은 명백한 법적 오류”라고 밝혔다. 실제 이번 사건은 통상의 ‘뇌물 사건’과 달리, 공무원인 박 전 대통령에게 돌아간 이득이 전혀 없다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대가를 바라고 최 씨 등에게 돈을 줬는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오갔는지, 이 부회장이 최 씨에 대한 지원 사실을 알았는지 등이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2일 피고인신문을 받으며 “독대 당시 그룹 현안과 관련해 말씀드린 건 없는 것으로 기억 된다”며 “부탁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공범으로 기소된 전직 삼성 임원들은 “이 부회장은 몰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정 씨의 승마 지원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물론 특검은 이런 삼성측 주장에 대해 거짓 증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승마 지원과 관련해 질책까지 받은 이 부회장이 이를 챙기지 않았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판단이다. 반면 이 부회장 측 송우철 변호사는 “특검이 견강부회식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특검의 주장과 달리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을 뒤집을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맞받았다. 또 “대통령 요청이 아니라 최씨 강요 때문이었다. 강요나 사기 사건이 될 순 있지만 대통령 뇌물은 결코 아니다”라는 주장을 폈다.

결국 판결의 향방은 특검이 확보한 증거가 그 만큼의 증명력을 갖느냐에 달렸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한 변호사는 “정황 증거라 해도 신빙성을 가지려면 시점, 내용 등이 정확해야 하는데 특검이 명분만 앞세우다 보니 우호적 여론에 기대 재판을 끌고간 느낌이 있다”며 “물증 없는 정치적 ‘핑퐁 게임’을 이어가면서 특검이 무리하게 구속기소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봉철 기자 Jan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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