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산업·IT·과학 > 기업경영 · 재계

[이재용 선고 D-1] 구속보다 더 무거웠던 '국민연금 오해'…"서민 노후자금 손 안대"

이재용 부회장 1심 최후진술…"국민연금에 손댔다는 특검 주장 가슴 아파"
"아무리 못나도 서민 노후자금 손대겠나" 최후진술서 눈물

입력 2017-08-24 06:00 | 신문게재 2017-08-24 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법정 향하는 이재용<YONHAP NO-440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장님 한 가지만 꼭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지난 7일 열린 결심공판 서울중앙지법 311호중 법정. 피고인석에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비로소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징역 12년을 구형한 직후에 한 최후진술에서였다. 그리고 2평도 안 되는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새벽까지 몸을 뒤척이며 불면의 밤을 보냈을 그가 “정말 억울하다”는 말로 깊이를 알 수 없는 고통의 일단을 내비쳤다.

그는 “특검과 세간에서는 삼성물산 합병으로 제가 국민연금공단에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고 의심한다”면서 “너무나 심한 오해다. 정말 억울하다. 이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 이 오해만은 꼭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이 부회장이 언급한 오해는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합병 성사를 청탁하고,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연금을 동원해 합병안을 성사시켰다는 혐의다. 그는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서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제 욕심을 채우겠나”는 말을 전하면서 목이 메이는 듯 여러 차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 오해를 어디서부터 따지고 풀어야 할지 답답해하는 그의 말 속에는 짙은 회한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고자 한 의도는 명확했다. 유무죄 여부를 떠나 서민들의 피와 땀으로 모아진 돈을 갈취한 ‘부도덕한 기업인’이란 오해만큼은 받고 싶지 않다는 얘기였다. 이 부회장은 구치소에 면회를 오는 지인들에게도 “‘국민연금에 손을 댔다’는 특검 측 주장은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심적 고통을 자주 호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합병 찬성 결정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측에 재산상 손실을 끼쳤다는 특검측 주장에 대해선 “제가 제 사익을 위해서나 저 개인을 위해서 박 전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다든지 대통령에게 그런 기대를 한 적이 결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가 이 같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99명의 부도덕한 기업인을 적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1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경계하는 일은 더 중요할 수 있다”며 “특검은 물론 펄쩍 뛰겠지만 보편적이지 않은 사실을 정황만으로 국민 법 감정에 호소하면 판사와 피의자 인권침해는 물론 여론재판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부회장 역시 이번 일이 “삼성이 잘못되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저도 나름 노심초사하며 회사 일에 매진해왔다. 하지만 제가 큰 부분을 놓친 게 맞다. 저희의 성취가 커질수록 우리 국민들과 사회가 삼성에 건 기대는 더 엄격하고 커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재계 서열 1위 삼성을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진 40대 젊은 총수의 운명이 오는 25일 법정에서 가려지게 된다.

 

지봉철 기자 Janus@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