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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창신동이 좋아 아예 자리 잡았죠!” 신현길 아트브릿지 대표의 '창신동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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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8-11 07:00 | 신문게재 2017-08-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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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모를 묘한 위로감이 드는 동네였어요. 대부분 옛것이고 낡았지만 활기찬 느낌이 주는 묘한 위로감에 좋아졌죠.” 

 

주민들을 찾아가는 예술 프로젝트 ‘창신동 문화밥상’, 세종·정조·이순신·박수근·정약용 등 역사인물체험연극, 연극·뮤지컬·봉제 등을 배우는 마을 기반형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뭐든지 예술학교’, 마을 오픈마켓 ‘꼭대기 장터’ 등을 진행하고 있는 아트브릿지의 신현길 대표는 사람을 만날 때면 늘 창신동 찬양론을 풀어놓는다.

 

복개천 위에 불법으로 지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하늘과 맞닿은 절벽 위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집들, 한양도성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가파른 언덕 등이 묘하게 아스라한 감성을 건드리는 공간이다.

 

 

◇ 창신동, 묘하게도 위안과 정감을 주는 힐링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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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길 대표가 자신의 출근길인 창신동 골목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지훈 인턴기자)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오시는 분들 대부분 그래요. 뭔가 모를 힐링 공간이라고 할까요? 특히 4, 50대 분들은 투덜대면서 골목 어귀에 들어섰다가 표정이 바뀌는 게 한눈에 느껴질 정도죠.”

봉제거리, 절벽마을 등으로 불리는 창신동은 다양한 예술가들이 머물다 간 동네로도 유명하다. 99칸 큰대문집에서 살았던 백남준 비디오 아티스트, 지금까지도 ‘청춘’을 상징하는 영원한 가객 김광석, 스물셋의 나이에 분신으로 생을 마감한 전태일과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화가 박수근 등이 머물렀던 이곳은 이상하게도 정감 가는 예술인들의 골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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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은 백남준 비디오 아티스트를 비롯해 김광석, 전태일과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화가 박수근 등이 머물던 예술인들의 골목이다.(사진=오지훈 인턴기자)

그 흔적은 찾을 수 없지만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연기자 양성원으로 故장민호 선생이 수학했던 ‘조선배우학교’가 머물다 간 동네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대표 불령선인 김상옥 열사의 영덕철물상회, ‘아리랑’의 나운규 영화사 ‘나운규프로덕션’ 등이 자리했던 곳이기도 하다. 

 

“다닥다닥 붙은 집이 답답하기도 하고 동네 주민들끼리 재개발을 비롯한 크고작은 문제로 다툼이 있기도 하죠. 하지만 이 좁다란 골목길에 그 많은 오토바이가 오가는데도 사고 한번 안나요. 너무 신기하죠? 미용실 간판인데 들어가 보면 봉제공장이고 지나가던 할머니께서 저희 사무실에 오셔서 물 한잔 드시고 뮤지컬 교실에 등록도 하고 가시고…너무 재밌어요.”  


드라마 ‘시크릿가든’ ‘도깨비’ ‘미생’, 영화 ‘리얼’ 등의 촬영장소이기도 한 창신동에 대해 신 대표는 “아마 제작팀들도 서민들이 열심히 일하는, 활기찬 이 골목이 주는 위로를 알았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자랑이다. 

 


◇공연 실패로 만신창이, 그래도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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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는 이들의 활기와 정겨움이 묻어나는 창신동 골목.(사진=오지훈 인턴기자)

 

“2012년 장영실과 세종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야외 고궁뮤지컬 ‘천상시계’를 기획했었는데 적자만 2억원이 넘었어요. 그해 태풍이 세번이나 왔거든요. 워낙 큰 프로젝트니 이 작품에만 집중했어요. 직원들은 지쳐서 떠나고 극단 배우들도 떠나고 빚만 남았죠.”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신현실 대표가 위안을 느낀 곳이 창신동 골목이었다. 2012년 우연히 발길이 닿은 창신동에 매료돼 주민이 됐고 2014년에는 대학로에 있던 사무실까지 이전했다.

“뭐든지 도서관을 같이 만들고 연극 교실을 운영하고 영화도 보면서 그해 겨울을 지냈어요. 돈도 없고 빚만 잔뜩인 상황에서 남아있던 배우, 기획팀들과 보낸 그 겨울은 정말 따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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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았지만 창신동 특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골목길 (사진=오지훈 인턴기자)

그렇게 다시 힘을 얻은 2013년 뭐든지 예술학교를 설립하고 어린이 연극교실, 그날의 식물을 정하고 그에 대한 그림책을 읽어주고 심기도 하는 그림책-원예교실, 뮤지컬교실, 대형인형만들기 교실 등을 기획·운영 중이다. 

 

지난해 연습실 구비하며 공간의 여유가 생긴 뭐든지예술학교에서는 7월부터 창신동 봉제의 달인 '동대문 그여자'(김종임)가 '드르륵 뚝딱 봉제 공작실'을 열어 '아버지 봉제교실' 등 다양한 봉제 체험을 함께 하고 있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에 선정돼 6월부터 ‘창신동 문화밥상’을 운영 중이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도시락 배달과 함께 공연, 전시 등을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다.   

 

동생들의 학업을 위해 청춘을 봉제공장에서 불태운 누나들을 위한 ‘누나 고마워요’, 봉제거리의 상징물과도 같은 오토바이로 배달하느라 겨울에도 땀으로 흠뻑 젖는 이들을 위한 ‘봉제로와 배달의 기수’, 이 시대 가장들을 위한 ‘봉제공장 옆집 아빠 박수근’, 창신동 청춘을 대표하는 김광석을 노래하는 ‘봉제로의 청춘열전’ 등 창신동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으로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문화밥상이 있는 주에는 동네분들이 오셔서 계란, 전 부치고 분홍 소시지 굽고 도시락 120개를 넘게 만드느라 북적대요. 손목 아프다, 화상 입었다 투덜거리시면서도 입가에는 웃음이 잔뜩 묻어 있죠.”

2013년부터 2년 동안 마을공동체 창신마을넷의 대표를 지냈고 2017년에 다시 대표로 재임명된 신 대표는 창신동 마니아로서의 기질을 변함없이 발휘 중이다.

 

 

◇아트브릿지가 벌써 10년… “앞으로도 창신동과 함께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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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절벽 위에 다닥다닥 지어진 창신동 집들.(사진=오지훈 인턴기자)


“벌써 10주년이네요.”

정동극장,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등에서 공연기획으로 잔뼈가 굵은 신 대표는 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30분만에 한바퀴를 돌고 나가는 걸 보고 우리 역사를 재밌게 알려줄 방법을 찾다 아트브릿지를 설립했다. 꼭 10년 전인 2007년의 일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 근현대, 선사시대 별로 놀며 체험하는 역사탐험극 ‘박물관은 살아있다’, 야외 고궁뮤지컬 ‘천상시계’, ‘소년, 이순신 무장을 꿈꾸다’ ‘세종, 인재를 뽑다’, ‘정약용과 함께 하는 실학여행’ 등 역사인물 체험연극 시리즈를 무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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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아 정동극장에서 특별공연 중인 ‘세종, 인재를 뽑다’(사진제공=정동극장)

이와 더불어 아시아 문화를 탐험하는 ‘레츠고 아시아’,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연극에 선정돼 개막했던 박수근 화백 이야기 ‘쪽마루 아틀리에’를 시작으로 한 ‘전기수(조선시대 이야기꾼) 시리즈’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10년차를 맞은 신현길 대표의 아트브릿지는 현재 여름방학을 맞아 정동극장에서 ‘세종, 인재를 뽑다’를 상설공연 중이다. 이와 더불어 진행하고 있는 정동문화탐방은 원래 30명이 한팀이지만 매번 40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인기라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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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창신동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창신동바보' 신현길 대표.(사진=오지훈 인턴기자)

“동네에서 알아보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서 이제 술 먹고 비틀거리지도 못해요. 이제 꼼짝마라, 바른생활사나이가 돼 가고 있죠.”

지난해 창작산실로 선정된 박수근 화백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 ‘쪽마루 아틀리에’ 공연 당시 아르코극장부터 사무실까지 매일 15분씩 산책을 하면서 “창신동이 더 좋아졌다”는 신 대표는 창신동과 함께 살아가는 꿈을 꾼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부족해도 다 같이 보듬고 살아갈 수 있는 공간, 연극이 어렵지 않은 주변 이야기라는 인식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어요. 어려서 함께 연극을 하고 뮤지컬을 하고 공연을 하면서 아이들의 고향으로 기억되길 바라요. 처음 연극을 했던 마음으로 주민들과 더불어 저도 위로받고 위로를 전하고 싶어요. 박수근 화백을 시작으로 김광석, 전태일, 백남준, 김상옥 열사 등 창신동 예술가와 사람들 이야기를 연극화하는 작업을 계속 할 겁니다” 

 

 

‘창신동바보’ 신현길 대표의 추천뷰

 

●창신소통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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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좁고 가파른 골목을 오르면 창신소통공작소가 보인다.(사진=허미선 기자)

  

“이곳에서 보는 노을이 정말 예술이죠. 비오는 날, 바람부는 날, 심난한 날 한양도성을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돼요.”

 

창신동 봉제거리를 따라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컨테이너 건물로 서울 성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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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커피.(사진=오지훈 인턴기자)

이곳의 바로 앞 골목에는 현빈·하지원 주연의 드라마 ‘시크릿가든’, 공유·김고은 주연의 ‘도깨비’ 속 길라임(하지원)과 지은탁(김고은)의 집이 있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옛 개천의 흔적인 깎아지를 듯한 절벽 위에 지어진 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창신소통공작소와 달커피 사잇길은 그 구불거림과 경사의 가파름에 ‘회오리 길’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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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소통공작소 건너편에 위치한 사랑방이자 카페로 이진영 작가의 작업실이자 소통공간이다.

 

창신소통공작소와 달커피 사이길은 동명웹툰을 드라마화한 ‘미생’의 장그래(임시완)가 지친 어깨와 마음을 달랬고 김수현의 영화 ‘리얼’의 촬영현장이기도 하다. 

 

달커피는 임시완, 김수현의 대기공간으로 쓰이기도 했던 곳으로 현재는 ‘단지와 3번 마을버스’라는 창작영상 준비 공간이기도 하다. 

 

●창신골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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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족발로 유명한 창신골목시장.(사진=오지훈 인턴기자)

 

수요미식회에서도 인정한 에베레스트, 야들야들한 족발로 유명한 와글와글 등 족발을 비롯해 네팔 전문 음식점으로 즐비한 맛집 성지. 백선생 백종원 등 유명인사들이 다녀간 매운족발집들이 들어서 있고 서민들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다. 

 

●김광석 집터와 안양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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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故김광석이 살았던 집의 터가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는 봉제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오지훈 인턴기자)

 

김광석이 살았던 집의 터가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는 봉제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김광석 집터에서 가까운 안양암은 바위 절벽에 새겨진 관음전을 비롯해 작은 불상 하나까지 보물이며 문화재로 알려진 암자다. 김광석의 유해가 한동안 안치됐던 곳이기도 하다. 

 

●백남준기념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백남준을 기억하기 위해 한옥에 꾸린 기념관으로 전시장과 카페 등이 자리잡고 있다. 중정 형식의 한옥으로 백남준의 연혁, 그의 책상, 그가 머물던 뉴욕 작업실 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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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에서 살았다고 알려진 화가 박수근 길과 집터. (사진=오지훈 인턴기자)

●박수근 길과 창신동 집터 

 

한국의 유명 작가 박수근도 월남해 창신동에 둥지를 틀었다. 박수근 길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좁고 눈에 띄지 않는다. 

 

생계를 위해 미8군 PX에서 초상화를 그렸다는 일화와 더불어 그 대단한 국선 특선 화가가 얼마나 곤궁한 삶을 살았는지가 느껴져 더 애틋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현재는 순대국밥집, 돈가스집 등 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한양도성 산책로

 

동대문서 낙산공원까지 걸을 수 있는 산책로로 데이트족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신 대표 역시 해질녘이면 올라 시원하게 바람을 만끽하는 곳.

 

●청룡사

 

청룡사의 정업원은 조선시대 왕가에서 쫓겨난 여인들의 한이 서린 곳이다. 왕가여인들의 도피처로 정순황후, 노비로 전락한 단종의 친누이 경혜공주 등이 머물렀다. 


●무지개호프

 

반건조 갑오징어를 두툼하게 잘라 특제소스에 찍어먹는 재미가 쏠쏠한 동네 맛집. 문득 그 맛이 생각나 강남에서 원정을 올 정도라는 신 대표의 귀띔.

 

큰손갈비

 

푸짐한 돼지갈비를 시키면 홍어가 서비스로 나오는 갈비집. 한번 빠지면 1주일에 한번씩은 들려야 할 만큼 중독성이 있는 맛집.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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