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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서로에게 관심이라고는 없는 ‘글로리아’ 사람들…정원조·이형훈 “무대 뒤에선 마니또!”

입력 2017-08-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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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글로리아’의 딘·데빈 역의 이형훈(왼쪽)과 로린 정원조.(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엄청 무겁게 얘기하지 않아서 그리고 템포가 좀 빨라서 다행이에요. 2시간 20분(인터미션 15분)짜리 공연인데 대본이 95페이지예요. 한페이지를 2~3분이라고 쳐도 대사를 엄청 빠르게 치는 거죠.”

잡지사 편집부 어시스트로 회고록을 쓰기 위해 준비 중인 딘과 2막의 방송사 전산실 직원 데빈을 연기하고 있는 이형훈은 연극 ‘글로리아’(8월 13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편안하고 유머러스하지만 날카로운! 김태형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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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글로리아’의 김태형 연출.(사진=브릿지경제 DB, 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글로리아’는 뉴욕의 한 잡지사를 배경으로 아무런 존재감도 없이 장기근속한 교열부 직원 글로리아(곽지숙) 사건으로 변화를 맞는 팩트체크팀장 로린(정원조), 에디터 낸(곽지숙), 어시스턴트 딘(이형훈)·켄드라(손지윤)·애니(공예지), 인턴 마일즈(오정택)의 이야기다.

젊은 극작가 브랜드 제이콥스-젠킨스(Branden Jacobs-Jenkins)의 작품으로 ‘모범생들’ ‘히스토리 보이즈’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베헤모스’ ‘벙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 ‘팬레터’ ‘로기수’ ‘아가사’ 등의 김태형 연출 작품이다.

“편안하고 배우들에게 스트레스를 안주는 연출이죠.”

‘글로리아’ 초·재연과 ‘베헤모스’로 함께 했던 정원조는 김태형 연출에 대해 “편안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연출”이라고 표현했다.

김태형 연출과 ‘히스토리 보이즈’ ‘아직 끝나지 않았다’로 호흡을 맞춘 이형훈은 “작품을 보는 관점이 재밌다”고 전했다.

“유머가 있는데 차갑고 시니컬해요. 형의 성격 그대로 나오는 것 같은데 좀 달라요. 처음엔 이해가 잘 안되다가도 일단 한번 해보면 이해가 좀 돼요.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각적으로 반영하죠. 현대극, 사회부조리극과 잘 맞는 것 같아요.”


◇딘의 공황발작과 쏘아붙이기 “정말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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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글로리아’의 딘·데빈 역의 이형훈.(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딘을 접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건 공황발작을 표현하는 거였어요. 처음엔 간질발작으로 했어요. 간질발작은 몸의 경련이고 공황발작은 심리적인 문제라고 하더라고요. 공황발작의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에요.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이 엄청난 것 같더라고요.”

‘글로리아’ 준비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을 ‘공황발작’의 표현이라고 꼽은 이형훈은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최근 유행인 ‘스피너’를 돌리기도 하며 딘의 심리와 두려움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저는 사람들에게 선천적으로 못되게 못해요. 그래서 켄드라나 애니한테 쏘아붙이는 신들이 좀 어려웠어요. 애니와 켄드라에게는 같은 공간에서 오래 같이 지내면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면 잘 보여야하는 낸이나 같이 하고 싶지도, 딘의 인생에 가치도 없는 글로리아를 대하는 게 전혀 달랐던 것 같아요.”


◇스태프들과도 도란도란 정원조, 몸도 마음도 건강한 이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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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글로리아’의 로린 역의 로린 정원조.(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형은 형의 이상향대로 잘 가고 있어요. 언제나 ‘쟤 왜 저래’가 아니고 ‘그럴 수도 있지’라고 얘기하거든요. 정말 편한 형님이고 배우죠.”

이형훈은 사람들을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인정하는 ‘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던 정원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극장 내에서 조명, 음향 등을 오퍼레이트하는 스태프들과도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정원조의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고도 증언(?)했다. 이에 정원조가 “그냥 그 친구들이랑 얘기하는 것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한다.

“형은 쉽다고 얘기하지만 저희는 신기해요. 저희 팀 제일 큰 형님이 그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괜히 편해지고 믿음이 가고 그래요.”

카투리안·마이클 형제로 출연했던 ‘필로우맨’에 이어 연극 ‘글로리아’(8월 13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두 번째로 함께 하고 있는 이형훈에 대해 정원조는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라고 평했다.

“배우로서 가장 기본으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형훈이는 정말 열심히 해요. 몸도 마음도 건강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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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필로우맨'에서 형제로 함께 했던 정원조(왼쪽)와 이형훈.(사진제공=노네임씨어터)

이어 “몸도 되게 좋다”고 덧붙이는 정원조에 이형훈은 “요즘은 형 그게 좀…”이라고 머뭇거린다. 이형훈의 머뭇거림에 정원조가 “몸이 안좋아졌어?”라고 반문하자마자 “몸은 좋죠. 자부심은 있어요”라는 즉답이 돌아온다.

“요즘은 저를 자극할 수 있는 무언가를 자꾸 찾는 것 같아요. 예전엔 정신적으로 계속 깨어있고 습득하니까 영감을 많이 받았었는데 요즘은 삶의 무게감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영감을 많이 얻고 싶어서 여행이나 미술관을 가고 싶어 하고 책, 영화를 보고 싶고 그래요. 정신적으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졌어요.”

이렇게 토로하는 이형훈에 정원조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다”고 토닥인다.


◇분위기 메이커 손지윤 제안으로 “우리 마니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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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또로 팀워크를 다지는 연극 ‘글로리아’ 팀.(사진제공=노네임씨어터)

 

“저희 팀끼리 마니또를 하거든요.”

이형훈의 전언에 따르면 극 중 서로에게 관심이라고는 없는 ‘글로리아’ 팀은 마니또로 팀워크를 다진다. 그 게임에서 정원조는 ‘배달통’이다. 모든 마니또를 알고 있는 유일한 존재로 팀원들의 부탁을 받아 그들의 마니또에게 다양한 이벤트를 해주거나 선물을 전달하는 역할로 이형훈의 표현의 빌자면 ‘마니또 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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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또를 제안한 '글로리아' 켄드라 역의 손지윤.(사진제공=노네임씨어터)

“누구나 (정)원조 형이 되면 좋겠다고 해서 뽑혔어요. 저도 (일하면서 마니또는) 처음인데 재밌어요. 미쳐 관심가지지 못했던 동료들을 눈여겨보고 관찰하게 되죠.”

정원조 역시 “즐겁고 재밌다”며 “분위기 메이커인 켄드라 손지윤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증언하자 이형훈이 손지윤에 대해 말을 보탠다.

“밝은 에너지가 있는, 옆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이죠.”


◇책을 쓰고 싶은 정원조, 하고 싶은 게 부쩍 많아진 이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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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글로리아’ 중 책을 쓰고 싶어하는 켄드라 손지윤(왼쪽)과 딘 이형훈.(사진제공=노네임씨어터)

 

“저도 책을 쓸 거예요. 제가 감히 연기론을 쓸 수는 없고 연기 관련 책을 쓰려고 고민 중이죠. 책을 내는 것도 내는 건데 사랑받고 공감받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선지 정원조는 책을 쓰고 싶어 하는 딘과 켄드라의 마음이 “너무 이해 간다”고 털어놓았다.

“이 사회에서 어떤 얘기를 하면 좋을까,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는 것처럼 연극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것과 제 생각을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이들과 공감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에요. 그래선지 딘과 켄드라가 ‘책책책’을 외칠 때 너무 공감이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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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글로리아' 딘, 데빈 역의 이형훈.(사니제공=노네임씨어터)
정원조의 말에 이형훈은 요즘 부쩍 해보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수영이요. 요즘 왜 이렇게 수영이 배우고 싶은지…뭔지 모르게 자극을 받고 싶어요. 최근에 박준 시인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이랑 (봉태규의) 에세이집 ‘개별적 자아’를 읽고 있는데 그런 에세이도 쓰고 싶고 그림도 잘 그리고 싶고 기부도 해보고 싶고 테니스도 치고 싶고 야구장에도 가고 싶고…뭐가 많네요.”

그리곤 “며칠 전엔 보는 골프를 배웠다”며 “제대로 보는 법도 배우고 싶다”고 덧붙인다.


◇사회문제에 늘 관심을 가졌던 정원조, ‘보도지침’ ‘글로리아’로 눈 뜬 이형훈

“연극을 통해서 그런 생각을 하기 보다는 항상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다 보니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돼요. 최근엔 원전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자본주의의 극대화라고 생각하거든요. 싸게 만들어 비싸게 파는 기업으로 인한 피해는 대다수 소비자들의 몫이죠. 인간의 생명 보다는 돈만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대화해 보여주는 게 원전문제 같아요.”

‘베헤모스’ ‘생각은 자유’에 이어 ‘글로리아’까지 사회성 짙은 작품에 출연해온 정원조는 “관심을 가져서 그런 작품에 출연한다기 보다 연극 자체가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장르다 보니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며 “내가 존재하고 있는 때, 내가 어디 살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저도 로맨틱코미디나 멜로극에 캐스팅해주시면 합니다. 하지만 어렵다는 걸 알아요.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해요. 그런 의미에서 책도 쓰고 싶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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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글로리아' 로린 역의 정원조.(사진제공=노네임씨어터)
늘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정원조와 달리 이형훈은 ‘보도지침’과 ‘글로리아’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바뀌어야할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전엔 관심은 있지만 선입견이 생길까봐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촛불집회도 가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활동하진 않았는데 ‘보도지침’에 합류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많이 하기 시작했어요. ‘보도지침’ 같은 일을 겪은 사회를 살고 있고 여전히 그 일들이 이어지고 있음을 깨달았죠.”


◇정원조 “고민 보다는 기대하려 노력 중!”

남들이 뭐라 하든 아직까지는 연극배우라는, 스스로가 좋은 길을 걷고 있다는 정원조는 고민 보다는 기대하려 노력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물리적으로 숫자가 주는 압박감은 분명 있어요.  50이 넘어서도 아무렇지 않게 지금처럼 걸어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죠. 하지만 요즘은 고민보다는 기대를 좀 많이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아직 못가본 데가 많거든요. 제가 걷고 있는 한은 이 길이 계속 될 수 있고 새로운 게 펼쳐질 수도 있잖아요. 아직 못해본 것들에 대해 상상하며 기대감을 가지고 있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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