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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인보사’, 골관절염 ‘근원적치료제’ 美FDA 허가 흔들

국내 3상 임상서 연골재생 입증 실패 … 효능 논란, 주가 최대 37.8% 폭락

입력 2017-07-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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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
지난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신약 ‘인보사케이주’(개발명 ‘티슈진-C’, TissueGene-C)를 3개월 이상 보존적요법(약물 또는 물리 치료 등)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Kellgren & Lawrence 3등급) 치료제로 시판을 승인했다.

하지만 국내 허가를 받기 위해 진행된 3상 임상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손상된 연골의 재생효과를 확인한 결과 생리식염수를 투여한 대조군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식약처가 부연하면서 시장성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잖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허가 전후 40일을 기준으로 최대 37.8% 폭락했다. 허가를 앞두고 지난달 14일에 19만140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 24일 11만9100원으로 바닥을 찍었다.

인보사를 골관절염 증상을 지속적으로 억제하고 관절의 구조변화를 멈추거나 늦춰 질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을 의미하는 디모드(disease-modifying osteoarthritis drug, DMOAD)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승인을 받겠다는 이 회사의 목표에 노란불이 켜졌다. 골관절염은 완치가 불가능해 FDA로부터 디모드로 인정받은 약은 아직 없다.  

인보사는 세계 첫 골관절염 동종세포 유전자치료제로 통증과 관절기능을 개선한다. 24개월간 진행된 미국 2상 임상연구 결과 무릎관절에 1회 주사투여 후 이같은 효과가 2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전자치료제는 유전물질 발현에 영향을 주는 의약품으로 유전물질 또는 변형된 유전물질이나 이를 도입한 세포를 주성분으로 한다.

이 약은 레트로바이러스 전달체를 활용해 연골세포성장인자인 변환성장인자-베타1(TGF-β1, Transforming growth factor-beta1) 유전자를 연골세포 유전자에 도입한 형질전환 연골세포를 방사선 처리한 것(hChonJb#7)과 정상 연골세포(hChonJ) 두 가지가 1대 3으로 혼합됐다.

인보사를 관절강에 주사하면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TGF-β1을 분비한다. 이 물질이 백혈구의 한 종류인 단핵구를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M2대식세포로 활성화해 연골재생을 돕는다는 게 이 회사의 주장이다. 정상 연골세포는 연골조직에 부착된다.

국내 환자 163명을 대상으로 12개월간 진행된 3상 임상결과 인보사 투여군은 1차 평가변수 중 하나인 무릎 통증·기능성·활동성지수(IKDC, International Knee Documentation Committee, 점수가 높을수록 증상 개선) 향상 폭이 15.1점(투여 전 40.3점에서 치료 12개월 후 55.4점으로 증가)으로 위약(생리식염수) 대조군의 5점(39.6점에서 44.6점으로 증가) 대비 약 3배 컸다.
다른 1차 평가변수인 통증시각척도(VAS, visual analog scale, 0~100점, 점수가 높을수록 통증이 심함)가 24.5점 감소해 위약군 0.3점에 비해 개선됐다.
인보사 투여군은 치료 12개월 후 반응률(response rate, 효과를 보인 환자 비율)이 84%로 6개월 전인 70%보다 14%p 증가한 반면 위약군은 같은 기간 52%에서 45%로 7%p 감소했다. 치료반응을 보인 환자 기준은 IKDC가 20점 이상 증가하고, VAS가 10점 이상 감소한 경우로 설정됐다.

이 약을 투여한 100여명 환자 각각을 3∼10년간 추적관찰한 임상연구에서 안전성 관련 주사부위 국소반응(통증·부종 등), 열감, 두드러기, 종양, TGF-β1 농도 상승 등을 평가한 결과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인보사는 2차 평가변수 중 하나인 연골재생 등 구조개선 부문에선 위약 대비 통계적인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식약처가 지난 12일 공개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4월 인보사의 허가 여부를 논의한 심의위원회의 1차 회의에서 위원들 다수는 인보사 허가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TGF-β 유전자를 도입한 세포치료제의 장기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증상완화를 목적으로 인보사를 사용하기엔 위험부담이 크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시판된 골관절염 세포치료제인 세원셀론텍의 ‘콘드론’나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 등과 직접 비교한 임상연구 자료, 골관절염 구조개선을 입증한 자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달 열린 2차 회의에서 식약처가 심의위원회에 검토의견을 전달하면서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식약처는 “인보사는 1년간 진행된 국내 3상 임상에서 기존 약물치료에도 증상이 지속된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관절기능과 통증을 동시에 평가해 유효성을 입증했으므로 기존 치료제 대비 효능이 개선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제조할 때 방사선 조사해 위해성이 최소화됐으며, 임상연구 결과 유전자치료제 관련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 3000명을 추적관찰해 유전자치료제의 안전성을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와 심의위원회는 국내 3상 임상의 1차 평가변수는 IKDC 및 VAS 점수로 애초에 증상 개선을 목표로 진행됐기 때문에 부차적인 평가변수인 연골재생 입증은 허가의 필수요건이 아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일부 위원은 “기존 치료에 실패한 중등도 골관절염 환자가 인보사 투여로 MRI상 더 나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구조개선 효과를 어느 정도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기존 한국 및 미국 임상에 참여한 환자 중 일부는 연골이 재생됐다”며 “미국 환자 1020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현지 3상 임상에서 장기간 추적관찰해 연골재생 등 구조개선 효과를 입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효능 논란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를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시키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업계에선 인보사가 시판허가를 받기 전부터 새로운 기전의 혁신신약(first in class)이어서 장기간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입증한 임상데이터가 부족하고, 기존 약과 경제성(비용 대비 효과)을 비교 평가하기 어려워 약가 협상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해왔다.

인보사는 현재 임상결과 기준으로 1~2년에 한 번씩 주사해야하므로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증권가는 이 약의 도즈(1회 주사량)당 국내 가격을 400만~500만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지원되면 환자는 급여가의 30%만 부담하면 된다. 

인보사와 자주 비교되는 메디포스트의 줄기세포치료제인 ‘카티스템’은 아직 비급여약제로서 치료비가 비싸고, 임상연구 자료가 부족해 시장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카티스템은 동종 제대혈유래 중간엽줄기세포와 히알루론산나트륨 복합체로 이 회사가 국내 3상 임상연구를 최근까지 추적관찰한 결과 1회 시술 후 통증개선·연골재생 등 효과가 5년간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1바이알(vial)당 약 400만~500만원으로 연골결손 부위 면적에 따라 최대 3바이알까지 투여하고, 시술 비용이 추가돼 가격 부담이 크다. 비급여인 탓에 2012년 1월 연골재생 줄기세포치료제로 시판허가를 받은 지 5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50억원을 넘어섰다.


김선영 기자 sseon0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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