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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간형인간? … 때이른 열대야, 타고난 ‘생체시계’도 망가뜨려

나이들면 아침형 비율↑ … 저녁형, 후천적 노력 통해 회복탄력성 높이면 피로감 덜해

입력 2017-07-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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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체시계와 사회적인 환경이 불일치할 경우 심리치료로 회복탄력성을 높이면 피로감과 우울증을 줄일 수 있다.

지난 11일 올해 첫 열대야가 시작되면서 잠을 설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잠을 자기가 어렵고 수면의 질이 떨어져 다음날 피곤함을 느끼기 쉽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고유의 생체시계가 교란돼 호르몬 분비, 면역체계 등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


인간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잠에서 깰 수 있는 이유는 알람시계보다 강력한 생체시계가 몸 속에 들어 있어서다. 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좁쌀만한 크기의 시신경교차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은 빛이라는 스위치를 통해 생체시계를 조절한다. 눈 망막세포가 감지하는 빛이 많아질수록 시신경교차상핵에서 각성을 일으키는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지고, 일조량이 줄면 수면과 관계된 단백질이 다량 생성된다. 이런 과정으로 생성된 생체리듬은 인체의 모든 세포시계를 동기화시켜 매일 일정한 시각에 졸리고, 배가 고프고, 호르몬이 분비되고, 체온이 바뀌게 된다.


하루 중 선호하는 활동시간에 따라 아침형·중간형·저녁형 인간으로 구분하는 ‘크로노타입(Chronotype)’도 생체시계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생체시계가 일찍 자고 일어나는 것에 맞춰졌다면 아침형, 반대로 올빼미족 생활이 편하면 저녁형으로 분류된다. 세 가지 타입 중 아침형과 저녁형 사이에 해당하는 중간형이 가장 많고 아침형이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체시계는 유전적으로 타고나 사람마다 다르고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침형인간과 저녁형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어 노력이나 훈련으로 바뀌지 않지만 나이들수록 점차 아침형 경향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생체시계가 저녁형에 맞춰져 있다면 통상적인 사회적 리듬과 불일치해 사회생활에서 불리하다. 아침형은 오전에 집중력이 가장 좋고 오후 6시가 지나면서 급격히 산만해지는 반면 저녁형 인간은 오후부터 집중력이 높아지기 시작해 오후 6시에 뇌가 가장 활발히 활동한다. 해가 진 뒤에야 정신이 또렷해지고 일이 손에 잡히기 때문에 아침형인간을 선호하는 직장에서 적응하기 힘들다.


저녁형은 건강 면에서도 좋지 않다. 아침형 크로노타입보다 수면의 질이 불량하고 우울과 불안 등 정서적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이로 인해 삶의 질이 낮아지고 알코올과 담배 등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는 낮에 일하고 저녁에 쉬는 일반적인 현대사회 구조에서 비롯된다. 즉 저녁형인간이라고 해서 무조건 건강이 나쁜 게 아니라 야간에 왕성히 활동한 데다 학업이나 출근을 위해 일찍 일어나느라 잠이 부족해서 생긴 결과다.


반면 독창성이나 창의성 면에선 저녁형이 우수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대 연구팀이 2013년 청소년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저녁형인간이 아침형인간보다 귀납추리·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고 지능지수(IQ)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녁형인간은 독창성, 유연성, 정교함 등을 측정하는 테스트에서도 아침형인간보다 좋은 성과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저녁형인간은 시인·발명가·예술가 등 창의적인 면이 필요한 직업, 아침형인간은 공무원·회계사 등 논리적인 면이 강한 직업이 잘 어울린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엔 생체시계와 크로노타입에 더해 회복탄력성(resilence)이라는 개념이 새로 주목받고 있다. 회복탄력성은 정신의학, 심리학, 교육학 등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는 분야로 부정적이거나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는 개인의 역량을 의미한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저녁형이더라도 피로감, 우울증, 불안감이 덜하다. 전문가들은 회복탄력성은 후천적 노력으로 높일 수 있으므로 타고난 생체시계가 아침형 또는 저녁형에 맞춰져 있더라도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게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올빼미형’으로도 불리는 저녁형인간은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피로나 우울감 등에 노출되기 쉽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됐다”며 “하지만 회복탄력성은 즉각적인 변화가 어려운 생체시계와 달리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심리치료프로그램 등으로 향상시킬 수 있으므로 자신의 생체시계와 사회적인 환경이 지나치게 불일치해 고민이라면 전문가를 찾아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을 강구해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요즘 같은 열대야 시기엔 가급적 생체시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해야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혹시 무더위에 지쳐 밤을 지새웠더라도 다음날 아침엔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활동하는 게 좋다. 밤에 늦게 잤다고 해서 늦잠을 자버리면 생체리듬이 깨져 다음날 잠자는 시간도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잠자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면 체온을 낮추고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단 잠자기 직전에 목욕하거나, 너무 차가운 물로 씻으면 역효과를 볼 수 있다. 잠을 청한 후 15분 내에 잠이 오지 않으면 잠깐 일어나 몸을 식힌 후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게 좋다.
더워서 잠들기 힘들다고 에어컨을 장시간 강하게 틀어놓고 환기를 시키지 않으면 냉방병에 걸려 두통, 피로감, 신경통, 소화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 생체시계를 유지하고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에어컨을 약한 강도로 오래 틀어놓는 게 낫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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