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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감성로봇 '페퍼'와 군사로봇 '치타'의 만남… 축복일까, 저주일까

[김수환의 whatsup] 日 소프트뱅크, 美 로봇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의미

입력 2017-06-12 07:00 | 신문게재 2017-06-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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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다이내믹스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돼 기쁘다. 로봇 분야에서 계속해서 발전하도록 그들을 지원하는 일에 기대하고 있다.”

 

한국계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구글 모기업 알파벳으로부터 인수하기로 했다며 9일 이같이 밝혔다.

 

말을 하고 사람의 감정에 반응하는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Humanoid) ‘페퍼’(Pepper)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과 결합해 어떤 로봇으로 등장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 소프트뱅크,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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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페퍼’.(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홈페이지)
보스턴다이내믹스사는 ‘치타’(Cheetah), ‘핸들’(Handle), ‘아틀라스’(Atlas) 등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부른 독특한 로봇들을 개발했다.

우선 네발 달린 로봇 ‘치타’는 시속 약 45㎞로 달릴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인간 우사인볼트의 100m 기록(9초58)을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37.6㎞이므로, 우사인볼트보다 빠른 다리를 지닌 셈이다.‘핸들’이라는 로봇은 바퀴와 다리를 결합해 날렵하고 균형 잡힌 동작을 선보인다. 로봇이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할 때의 모습은 마치 빙판위의 롤러스케이트 선수가 회전기술을 선보이는 것 같다.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눈이 덮여 미끄럽고 경사진 산길이나 계단 위를 균형 잡힌 걸음으로 두발 자율보행을 한다. 175㎝의 신장에 81㎏의 몸무게다.모래벼룩이라는 이름이 붙은 ‘샌드플리’(SandFlea)도 있다. 네 바퀴 달린 작은 크기의 로봇이지만 10m 높이를 뛰어오르는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니다.

눈치가 빠르다면 이쯤에서 알아챘을 것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잠재적으로 군사적 활용을 염두에 둔 로봇들을 개발해왔다. 회사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나 미 육군의 자금지원을 받기도 했다.

소프트뱅크는 또 다른 보행 로봇업체 샤프트(Schaft)도 인수했다.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을 추구하지만 다리가 없는 소프트뱅크의 ‘페퍼’와 이들 회사가 개발한 다양한 유형의 다리가 만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 아니었을까.소프트뱅크는 이들 회사의 로봇기술과 결합해 보행이 자유로우면서 사람의 감정에도 반응할 수 있는 최첨단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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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 직립 보행을 하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홈페이지)

◇ 발전할수록 두려움도 늘어나는 AI기술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소프트뱅크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다는 발표가 있은 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치타’ 로봇을 접한 ‘JJJS’라는 이름의 해외 누리꾼은 “치타 로봇에 쫓기고 있는 두려움을 상상해보라”는 반응을 보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두발로 보행하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지난해 2월 유튜브 상에 처음 공개됐을 때에도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아틀라스 로봇을 시연한 동영상을 올린 유튜브 계정 ‘DubstepDinosaurs’는 “경량의 무게이면서도 두발로 스스로 움직이는 이 로봇은 단조로운 일상의 일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소개했다.

영상에는 하키스틱을 들고 있는 한 실험자가 상자를 들어 올리려는 로봇을 방해할 뿐 아니라, 로봇을 밀어서 넘어뜨리는 등 한계상황까지 몰아붙이는 모습이 담겼다.인간이라면 충분히 굴욕감을 느끼거나 포기했을 법한 상황에도 이 로봇은 균형을 잡고 다시 일어나 임무를 완수하는데 집중했다. 수차례의 방해와 공격에도 반복해서 일어나는 로봇의 모습에 누리꾼들은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이는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으로 이어졌다.해외의 일부 누리꾼은 “불쌍한 로봇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로봇을 편들기도 했지만, 많은 누리꾼들이 해당 로봇에게서 두려움을 느꼈다는 반응을 보였다.‘Jesella San Juan’이라는 이름의 누리꾼은 “만일 (방해받는) 로봇이 하키스틱을 제거하거나, 더 나쁘게는 하키스틱을 들고 있는 사람을 제거하는 해법을 생각해 낼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고 물었다.

‘Alkhilion’ 이라는 계정의 누리꾼은 “스카이넷(SkyNet)이 우리를 제거하길 원하는 이유가 이것”이라고 말했다.스카이넷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인공지능을 말하는 것으로, 영화 속에서 인류를 멸망시킨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인터넷상에는 얼마 전 바둑의 세계 챔피언인 커제 9단을 울리고 바둑계를 떠난 ‘알파고’가 ‘스카이넷’의 프로토타입이라는 괴담도 흘러나온다.

알파고는 지난해 이세돌 9단과 맞붙어 4대1로 이긴 후 1년 새 폭풍성장을 했고, 올해 전패한 커제가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신선(神仙)’의 경지에 도달했다. 늙지도 죽지도 않고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상상속의 존재 ‘신선’이라는 호칭이 인간이 개발한 인공지능에게 붙었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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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건물 위로 뛰어넘는 로봇 ‘샌드플리’.(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홈페이지)

 

◇ 어느새 한계점 바라보는 인공지능

알파고가 등장하면서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효율적인 수’가 의료나 군사, 교통 등 다른 분야로 확장되는 것을 가정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 로봇을 상상해보라.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딥마인드’는 의료와 과학연구 등 고급 지적 행위를 스스로 익히는 범용 인공지능 개발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보완 또는 대체할 로봇의 등장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그리고 어느 시점에 인간의 육체와 지능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한다면, 그때 인간과 로봇의 관계는 주인과 종(노예)의 관계일까. 만일 그렇다면 그 로봇은 자신을 만든 조물주(인간)를 위해 언제까지 충성할 수 있을 것인가. 비록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로봇이 하는 일에 인간이 방해가 된다고 느낀다면, 효율적인 수를 고려한 로봇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와 같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미래의 세상이 인간과 로봇이 서로 공존하는 유토피아일지, 아니면 SF 영화나 소설에서 보는 끔찍한 디스토피아일지를 거론할 수 있는 것도 로봇 기술이 어느 순간 한계점을 돌파하기 전에나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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