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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톱스타·작가 자존심 흠집… 가성비 甲배우, 신진작가 훨훨

입력 2017-06-12 07:00 | 신문게재 2017-06-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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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tvN 드라마 ‘시카고타자기’로 안방에 복귀한 배우 임수정은 예상 밖의 저조한 시청률에 눈물을 삼켜야 했다. ‘시카고 타자기’는 임수정의 복귀 외에도 빼어난 연기력의 유아인이 출연했고 ‘해를 품은 달’ ‘킬미힐미’로 필력을 인정받은 진수완 작가가 집필을 맡아 여러모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시카고 타자기’의 최종회 시청률은 2.2%.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같은 채널에서 직전에 방송된 ‘도깨비’가 20% 시청률을 돌파한 것을 감안하면 시청률이 십분의 일로 떨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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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tvN 드라마 '시카고타자기' 임수정, SBS '사임당: 빛의 일기' 이영애, KBS2 '완벽한 아내' 고소영.

 

임수정 뿐 아니다. 올해 상반기 안방극장은 톱스타의 무덤이었다. ‘대장금’ 이후 13년만에 SBS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를 택한 이영애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첫회 15.6%로 출발한 ‘사임당’은 최종회 시청률이 8.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반토막이 났다. 배우 고소영의 10년만의 복귀작인 KBS2 드라마 ‘완벽한 아내’는 6.1%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스타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던 시대는 지났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높은 배우들, 탄탄한 스토리에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올 초 화제를 모은 KBS2 드라마 ‘김과장’은 차태현 출연이 불발되면서 차선택으로 캐스팅한 남궁민의 준비된 연기가 빛을 발한 사례다. 여기에 현실을 코믹하게 꼬집은 박재범 작가의 대본이 시너지를 내면서 방송 당시 ‘사임당’을 누르고 시청률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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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김과장' 남궁민.


최근 종영한 OCN 주말드라마 ‘터널’ 역시 콘텐츠의 힘만으로 성공한 작품으로 꼽힌다. 최진혁, 윤현민, 이유영 주연의 ‘터널’은 이미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시그널’에서 이미 선보였던 타임슬립 형사물이라는 소재를 색다르게 버무려 톱스타 부재에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이 드라마의 최종회 시청률은 6.5%. OCN 드라마 역대 최고 기록이다. 주인공 박광호 역의 최진혁은 초반 부진한 연기력을 딛고 갈수록 맞춤옷을 입은 듯 역할에 동화됐고 김선재 역의 윤현민도 안정된 연기력으로 최진혁과 앙상블을 이뤘다. 이유영은 첫 드라마 신고식을 무사히 마쳤다.

무엇보다 ‘터널’의 가장 큰 성과는 이은미-신용휘라는 새로운 스타 작가와 PD를 발굴해냈다는 점이다. 이 작가는 KBS2 단막극 ‘드라마스페셜-불청객’(2013)과 지난 2015년 방송된 OCN ‘실종느와르 M’ 6화 집필을 맡긴 했지만 미니시리즈 집필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연출을 맡은 신용휘 PD 역시 ‘터널’이 그의 첫 메인 연출작이다.

 

 

◇방송사 톱스타, 작가 선호도 여전…신인 발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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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주말드라마 '터널'.


이처럼 업계에서 ‘톱스타 무용지물’론이 나오며 신선한 얼굴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방송사들은 여전히 톱스타 캐스팅을 고집한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방송사들은 연기자의 스타성을 드라마 편성의 최우선 요건으로 본다. 비슷한 수준의 대본이면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등급이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톱스타를 캐스팅할 경우 시청률 5%를 담보한다고 판단하지만 그보다 등급이 낮은 연기자 혹은 신인 배우를 기용할 경우 시청률 마지노선에 도달하기 힘들다고 본다는 얘기다. 시청자들은 스타가 출연해도 드라마 내용이 새롭지 않으면 리모컨을 돌리지만 방송사들은 “A급 연기자가 출연했으니 그나마 이 정도 시청률을 유지한다”는 시각이다.

이 관계자는 “통계적으로 봤을 때 스타 출연 드라마의 성공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스타 캐스팅이 어려울 경우 필력이 좋은 작가 혹은 연출력 좋은 PD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다. 일종의 리스크 관리다.

방송사들과 달리 실질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외주제작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톱스타와 작가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갔지만 이들이 시청률을 담보하는 시대는 지났다. 특히 지난해부터 김수현, 박지은, 김순옥 등 A급 작가들도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제작비 과열 경쟁의 주범인 톱스타나 작가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는 게 제작사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한 외주제작사 대표는 “제2의 남궁민, 제2의 이은미처럼 가성비가 좋은 연기파 배우, 재야에서 필력을 쌓고 있는 중고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는 드라마가 점점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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