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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에도 하고 있으면 슬플 것 같다”던 지탱극 ‘모범생들’의 김태형 연출·지이선 작가 "내년부턴 탕아로!"

입력 2017-06-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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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모범생들'.(사진제공=이다엔터테인먼트, 쇼플레이)

 

“10년 후에도 이걸 하고 있으면 슬플 것 같다.” 


김태형 연출과 지이선 작가는 꼭 10년 전, 두 사람 인연의 시작점인 연극 ‘모범생들’(8월 27일까지 드림아트센터 4관)에 대해 이렇게 한목소리를 냈었다. 그리고 그 ‘모범생들’이 10주년을 맞았다.

연극 ‘모범생들’은 명문 외고를 배경으로 비정하고 비열한 현실을 고발한다. 극은 상위 3%의 모범생들인 수험생 김명준(이호영·윤나무·강기둥·김도빈·문태유)과 박수환(김슬기·정순원·김지휘·안세호·안창용)이 수학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계획한 커닝작전에서 시작한다.

그 계획이 단순무식한 야구선수 출신의 졸부집 아들 안종태(김대종·홍승진·임준식·양승리·박은석·권동호)에 들통 나고 전교 1등인 반장 서민영(홍우진·김대현·문성일·강영석·조풍래·정휘)까지 얽히면서 극은 부조리하고 비열한 사회를 반영하고 비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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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모범생들'.(사진제공=이다엔터테인먼트, 쇼플레이)

 

8일 드림아트센터 4관에선 진행된 연극 ‘모범생들’ 프레스콜에 참석한 김태형 연출은 “좋은 성적이 사회적 성공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이 작품이 얘기하고 있는 바가 빨리 촌스럽게 느껴지고 사회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어서 통하지 않는 이야기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저희 이야기가 학교에서 벌어지지 않는 일이고 납득 불가한 이야기이기를 바랐습니다. 시험에 매달리고 점수를 잘 받으려 영혼이라도 팔 것 같은, 나쁜 짓도 서슴지 않는 아이들이 어른이 돼서 벌이는 일들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라 슬퍼요. 더 이상 (‘모범생들’이) 공연할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이선 작가는 ‘모범생들’이 10년 동안 사랑받은 이유에 대해 “사회가 도와주고 있다”며 “김태형 연출의 노동집약적 연출 스타일이 그 시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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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모범생들'의 김태형 연출.(사진=브릿지경제 DB, 양윤모 기자)

“(김태형 연출과 지이선 작가) 같이 작업을 할 때 별명이 ‘지탱극’이에요. 대학로 최고의 악연으로 시작해 잘못된 만남이 10주년을 맞았어요. 믿고 싸운 관계예요. 좋아하는 코드가 잘 맞고 제가 뭘 주면 (김태형 연출이) 하나 더 얹어주고 김태형 연출이 얘기하면 제가 10개를 펼쳐 선택하고…그런 관계가 10년을 쌓여왔죠.” 

 

두 사람은 ‘모범생들’을 시작으로 ‘벙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 ‘룸스’ 등을 비롯해 개막을 앞둔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를 함께 했다.

 

지이선 작가는 “같이 작업을 안하고 싶은데 계속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김태형 연출에 대해 “치밀하고 치열하게 접근하는 연출이라서 저도 늘 긴장한다. 기대치와 믿음 때문에 더 잘하게 만드는, 앞으로도 즐거운 작업을 기대하게 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말하는 지이선 작가에 대해 ‘전우’라고 표현한다는 김태형 연출은 “작가에게 지기 싫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창피한 장면을 보여주기 싫었어요. 서로에 대한 호승심이 있죠.지지 않겠다는 마음, 경쟁과 적의에서 시작해 후회하면서도 좀 더 가까이 하게 된 것 같아요. 다른 데서 일을 하면서 또 이렇게 적의를 드러내고 열심히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가 별로 없구나를 깨닫고 있죠.”

지이선 작가는 “그때는 저도 김태형 연출도 사회에 화가 많이 나 있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10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 관객들을 만나고 사회에 여러 가지 일이 있으면서 저희들이 많이 달라진 건 사실이에요. 바라보는 인물이나 힘주는 부분이 조금씩 달라졌죠. 명준이, 민영이를 보다가 나이가 들면서는 종태를 더 바라보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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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모범생들'.(사진제공=이다엔터테인먼트, 쇼플레이)

이어 지 작가는 “10주년을 준비하면서 아쉬웠던 건 남녀공학인데 왜 남자만 4명이 나올까 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 아쉬움에는 그때의 제가 있어요. 10년 전의 제가 어땠는지를 보게 됐죠. 10년 전의 저에게 아쉬움은 있지만 공연 자체로는 감사해요. 아쉬운 건 저의 몫이죠. 이제 (‘모범생들’은) 저 혼자 쓴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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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모범생들'.(사진제공=이다엔터테인먼트, 쇼플레이)

10년 동안 공연계 모범생이었던 두 사람에게 문제아적 행동을 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김태형 연출은 “어릴 때부터 모범생으로 살았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게 일탈”이라며 “10년 동안 상업극판에서 엉뚱한 일을 하기도 했지만 웰메이드 뮤지컬, 연극을 만들려 애써 왔다. 다른 시도는 형식에 대한 것이지 문제아적 작품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연극사에 길이 남을 문제아적 작품을 위해 내년엔 쉬려고 했는데 이미 하기로 한 작품이 너무 많아요. 최소한의 것만 하고 육아에 전념하며 와이프와 아이 그리고 저 스스로를 위해 주 양육자로 살려고 합니다. 사랑의 힘을 얻어 10년을 왔고 나머지 10년 동안 모범생적인 작품, 희한한 작품을 더 만들어 봐야지 생각 중이죠.”


‘모범생들’ 뿐 아니라 현재 공연되고 있는 스스로의 자아와 존엄성을 찾는 성소수자 이야기 ‘프라이드’(7월 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장애와 존엄사 등에 대한 ‘킬미나우’(7월 1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등의 대본을 집필한 지이선 작가는 “사회 문제, 약자의 이야기 등에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작업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내년부터는 연극계 탕아로서, 어른으로서 열심히 후대에 영감을 주는 작품을 많이 하자고 김태형 연출과 얘기했어요. 새롭고 다른 방식을 이제는 좀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좀더 적극적으로 움직여볼 생각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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