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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고열에 혀 딸기처럼 부었다면 감기 아닌 혈관 문제

영·유아 가와사키병, 5∼7월 위험 … 해열제로 버티다 동맥경화까지

입력 2017-06-01 07:00 | 신문게재 2017-06-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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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유 육아, 이른바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의 아동학대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최근 고열에 시달리던 한 아이가 엄마의 무지함 탓에 방치되다가 결국 급성 혈관염인 가와사키병을 진단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열이 39도가 넘어가는데도 아이 엄마는 죽과 매실액만 먹이며 병원을 가지 않았고, 심지어 소화기계 문제라고 자체 판단해 관장까지 하는 몰지각한 행태를 보였다.학령기 이전 영유아는 면역력이 조금만 약해져도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고 증상이 나타나도 잘 표현하지 못해 병을 키우기 쉽다. 특히 심혈관계질환은 나이 든 뒤부터 관리하면 된다는 인식과 달리 소아에서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와사키병
가와사키병을 독감으로 오인해 2주 이상 치료를 미루면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등 후유증 위험이 25%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안아키 사건으로 알려진 가와사키병(Kawasaki disease)은 주로 소아 및 영·유아에서 발생하는 급성 혈관염으로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대한가와사키병학회 통계에 따르면 매년 500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2014년엔 5세 이하 소아 10만 명 당 발생률이 194.7명으로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높았다. 남아가 여아보다 1.4배 가량 발생률이 높은 게 특징이다.

2007~2014년 가와사키병을 진단받아 치료를 위해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를 맞은 환자는 3만 9082명이었다. 계절별로는 초여름인 5∼7월과 겨울인 12∼1월에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와사키병은 초기에 기침과 고열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해열제를 먹으며 버티다가 설사, 복통, 두통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된 뒤에야 병원을 찾아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3~5일 넘게 39도 이상 고열이 지속되면서 손·발과 목 또는 사타구니 주변이 붓고 빨개지거나, 양쪽 눈이 충혈되거나, 혓바닥 유두가 염증으로 빨갛게 부어 딸기 표면 비슷하게 변한다면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좋다. 

 

가와사키병

치료가 늦어지면 혈관은 물론 심장근육 자체에도 이상이 생겨 성장 후 동맥경화나 심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은영민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2개월 미만 가와사키병 환자의 경우 또래의 정상 아이보다 심장근육의 움직임이 유의미하게 감소하게 된다”며 “특히 심근 안쪽층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향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드문 확률로 관상동맥 직경이 8㎜ 이상 늘어나는 거대관상동맥류 같은 합병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합병증을 가진 환자는 혈류 흐름이 방해를 받고 혈전이 생겨 심근경색이나 돌연사 위험이 정상인보다 높다. 2주 이상 치료가 지연되면 후유증의 발병률이 25% 이상으로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반대로 발병 후 2주 이내 면역증강제 주사 등 치료를 받으면 후유증 위험을 5%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

이처럼 혈관나이는 신체나이와 비례하지 않으며 어리다고 해서 무조건 혈관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특히 어렸을 때 잘못된 생활습관을 가지면 신체 나이보다 훨씬 빠르게 혈관 노화가 진행돼 30대부터 각종 만성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어릴 때부터 기름진 육류, 달걀노른자, 새우, 버터 등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식품을 자주 먹는 습관을 들이면 혈관이 더 빠르게 노화된다. 장기간 비만한 아이는 혈관 건강이 뚱뚱한 어른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어 규칙적인 외부활동과 건강한 식습관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게 좋다. 시금치, 브로콜리, 딸기 등에 풍부한 엽산은 활성산소를 제거해 혈관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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