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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lay 인터뷰] 라흐마니노프 박유덕·안재영, 연극 ‘보도지침’의 변호사 황승욱, 검사 최돈결로!

입력 2017-05-2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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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뮤지컬배우 안재영. 박유덕10
연극 ‘보도지침’ 검사 최돈결 역의 안재영(왼쪽)과 변호사 황승욱 박유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나를 내려 놓는 작품” 그리고 “그 시절 꿈꿨던 연극”. ‘보도지침’(6월 11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2관)은 박유덕, 안재영에게 그런 작품이다. 1986년 한국일보의 김주언 기자가 문화공보부가 시달한 보도지침을 월간 ‘말’ 9월호에 폭로한 실제 사건을 다룬 ‘보도지침’은 같은 대학 연극동아리 출신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일간지 사회부 기자 김주혁(김경수·봉태규·이형훈, 이하 가나다 순), 월간 ‘독백’ 편집장 김정배(고상호·기세중·박정원), 변호사 황승욱(박유덕·박정표), 검사 최돈결(남윤호·안재영), 판사 송원달(서현철·윤상화), 남자(김대곤·최연동), 여자(이화정·정인지) 등이 풀어가는 법정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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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변호사 황승욱 역의 박유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전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에서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천재 음악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를 번갈아 연기했던 박유덕과 안재영은 ‘보도지침’에서 김주혁을 변호하는 황승욱과 그를 기소한 검사 최돈결로 한 무대에 섰다.



◇보도지침? 세상 어디에나 있는!
  

“보도지침이라고 칭해서 그렇지 ‘지침들’은 어디나 있는 것들이잖아요. 군대도 있고 사회생활에서도 얼마나 많아요. 아버지한테 혼나고 어머니께 당부를 듣고…집에서도 그런 일이 있으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놀랍다기 보다 아무 생각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절 발견하면서 김주언 기자님의 용기를 다시 돌아보게 됐죠.”

박유덕은 그렇게 생각이 많아졌다. 안재영과 ‘현실적인 건 뭘까’를 토론하고 고민하기도 했다는 박유덕은 “현실적인 건 적응하고 산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김 기자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잖아요. 씁쓸하기도 해요. 당연한 걸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정말 당연하지 않은 걸 말하는 게 당연하기도 하잖아요. 내가 이러고 살아왔구나 싶어 생각이 정말 많아졌죠.”

그렇게 박유덕은 지금까지 자신한테 일어난 일을 뒤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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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검사 최돈결 역의 안재영(왼쪽)과 변호사 황승욱 박유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지난해에 ‘보도지침’이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접했어요. ‘뭐 이런 게 있어’라고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영화 ‘데스노트’에 취재하려는 방송국들을 보고 경찰들이 ‘방송하지 말라고 해!’라고 막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을 보면서 저 역시 빨리 방송 못하게 해야지 했었는데 이제는 ‘저거 보도지침이네’ 하죠. 잘못됐다는 인식 자체를 못하고 살았던 거죠. 되게 생각없이.”

극 중 대사처럼 “100% 언론의 자유가 있을 수 없다”면 어느 정도 자유로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했고 한국 나이로 겨우 두 살이었던 보도지침 사건 당시가 새삼 궁금해져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기도 했단다.

“정치색이나 가치관이 바뀐 건 아닌데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다는 경각심과 관심이 부족했다는 걸 반성하면서 지난 한해를 살아온 것 같아요.”


◇대본 그대로의 승욱과 돈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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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검사 최돈결 역의 안재영.(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지금까지는 치열하게 창작하고 여기서 이 캐릭터를 어떻게 해야 나만의 색을 낼 수 있을까에 집중했고 고민했어요. ‘보도지침’은 고민의 결이 달랐죠. 텍스트에 충실하는 데 애를 먹었어요. 텍스트에 숨겨진 뒷이야기가 아닌 텍스트 자체를 그대로 전달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박유덕과 안재영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배우 마다의 색과 결을 달리하기보다 텍스트가 주는 힘과 깊이에 집중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이 작품은 뭘 할 게 없을 것 같았어요. 나태한 게 아니라 (오세혁) 작·연출님이 쓰신 대로만 하면 되겠구나 싶었어요. 이전에는 ‘이걸 왜 이렇게 했지?’ ‘그럼 이렇게 해볼까?’ 라고 했다면 이번엔 그걸 안하려고 노력했어요. 대사도 분위기도 캐릭터도 굳이 색을 넣지 않더라도 다 표현되고 있었거든요. 거기에 색을 넣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았어요. 도무지 안되는 부분은 조율을 하지만 대본을 읽고 또 읽고…최대한 텍스트대로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자신을 내려놓고 텍스트에 집중할수록 오히려 박유덕다운 황승욱이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안재영 역시 그랬다.

“인물의 전사나 돈결의 변절이유 등이 중요한 내용은 아닌 것 같아요. 법정이자 광장이자 극장인 곳에서 얼마나 진실된 말이 뱉어지고 관객들이 들어주는지가 중요한 작품이죠.”

이에 안재영의 고민은 검사 입장에서는 불리해지는 말들이 나오게끔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주혁과 정배, 승욱이 발언할 수 있게끔 돈결이 던져야 하는 물음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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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검사 최돈결 역의 안재영(왼쪽)과 변호사 황승욱 박유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주혁이 ‘보도지침’의 강제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던지는 ‘왜 강제성이 있습니까?’ 같은 질문이요. 사실 검사 입장에서는 굳이 안물어볼 것 같거든요. 불리해질 게 뻔한데. 검사가 불리해지지 않으면서도 주혁이 얘기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기 위해 고민했죠.”

 

돈결은 최후 독백도 ‘진심’을 쏟아내는 주혁·정배·승욱과 달리 철저히 검사의 언어로 전하는 인물이다. 홀로 주혁·정배·승욱의 반대편에 서있으면서도 그들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막강함이 있어야 그들의 절규와 독백이 돋보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질문을 던지면 저들의 이야기가 더 절절하게 관객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에 집중한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저들이 절규하고 토해내는 말들이 더 설득력이 생기게 질문을 할까를 고민했죠.”

고민 끝에 찾아낸 것이 ‘너희들이 암만 떠들어봐야 세상은 안바뀌어’라는 돈결만의 정의였다. 세 친구의 절규와 독백에도 재판장에 돈결로 꼿꼿이 서있기 위해서는 안재영 스스로도 생각만이 아닌 진심으로 그 정의를 구축해야 했다.


◇돈결이어서 외로운 안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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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검사 최돈결 역의 안재영.(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초연에서 정배를 연기할 때 돈결은 ‘저 답답한 새끼’였어요. 코웃음이 나는 캐릭터였거든요. 그런 돈결이 되려면 저 스스로 어떤 일에도 무너지지 않을, 속이 비지 않은 정의관을 찾아야 했죠.”

‘아무리 그래봐야 소용없다’고 그들을 비웃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보니 무대 위가 아닌 일상 속 인간으로서의 가치관도 흔들려 또 고민이라는 안재영을 가장 힘들 게 하는 일은 정배가 아닌 돈결로 무대에 서는 것이다.

“원래 (주혁, 승욱과 함께) 저기 있었는데 올해는 혼자 따로 떨어져 있으니…요즘에도 공연하고 있으면 외로워요. 무대가 바뀌어서 너무 멀어지다 보니 더 외로운 것 같아요.”

지난해 촛불집회가 있기 전 정배로 무대에 섰던 안재영은 역사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배가 가장 뼈 있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웃으면서 쉽게 툭툭 던지듯 하는 말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죠. 정배가 스치듯 ‘남영동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광주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는 대사가 있어요. 사실 남영동 가지고도 영화 한편이 만들어지잖아요. 그래서 역사를 역주행하듯이 하나하나 다시 짚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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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검사 최돈결 역의 안재영(왼쪽)과 변호사 황승욱 박유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겉핥기로만 알고 있던 광주 5.18 광주민주화운동, 부림사건, 민혁당 사건 등을 꼼꼼히 공부하며 어떻게 잘못 보도됐고 그로 인해 스스로 얼마나 잘못 알고 있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배우가 굳이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만 툭 읽어줘도 끌고 가는 힘이 있는 작품이에요. ‘보도지침’은. 그 좋은 작품에서 두 가지 배역을 했다는 게 어마어마한 영광이죠. 세혁 연출님께서 농담처럼 나중에 원달이도 한번 하라고 하셨는데 새삼 감사해요.”


◇겨우 10살 박유덕 “저에게도 ‘보도지침’ 같은 사건이 있었죠!”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몇년을 해도 도무지 못이겠더라고요. 그냥 받아들이게 됐죠.”

주혁을 변호하는 승욱을 연기하는 박유덕에겐 잊혀지지 않는 어린시절의 기억이 있다. 사업을 하는 아버지가 대기업과 법정다툼을 벌인, 그가 열살 남짓일 때의 일이었다. 개인사업자에게 대기업은 끄떡도 하지 않는 거대한 벽이었다.

“저한텐 정말 큰 사건이고 충격이었어요. ‘보도지침’을 하면서 그때는 어떤 상황이었을까 다시 돌아보고 상상도 해보곤 했어요. 그때의 변호사 아저씨도 떠올려보고….”

 

박유덕의 그 충격적인 기억은 승욱의 캐릭터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때 법정에 선 변호사 아저씨를 본 적이 있어요. 엄청 떠시더라고요. 사석에서 아버지랑 얘기를 하실 때는 안그러셨는데 법정에서는 엄청 버벅거리시고 얼버무리시고. 그래서 승욱을 연기하면서 어떻게 하면 대사를 좀 틀려볼까, 얼버무릴까…안해도 되는 고민을 좀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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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변호사 역의 황승욱 박유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보도지침’의 오세혁 작·연출이 배우들에게 유일하게 요구한 것이 ‘드라이하게!’였다. 하지만 ‘욱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에 배우들은 온도를 낮추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텍스트 자체가 욱하게 하다 보니…그나마 승욱이는 돈결을 제외하고 셋(주혁·정배·승욱) 중 그나마 객관적인 사람이에요. 당연히 하다 보면 분위기에 휘말려서 ‘우악~’ 할 때도 있죠. 목이 쉴 정도로 열이 오를 때도 있고…그렇다고 인위적으로 너무 차가워지려 노력하다보면 또 박유덕이 들어가게 되거든요. 최대한 연출님께서 말씀하시는 분위기를 느끼고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 중이에요. ‘차갑다’기 보다 서늘한 느낌 같아요. 웃는 신에서도 서늘한, 드라이아이스가 깔리는 느낌이랄까요?”


◇“정의를 찾으러 가는” 돈결 안재영, “정의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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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검사 최돈결 역의 안재영.(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정의를 정의내리는 게 아이러니한 것 같아요. 돈결이는 연극반 시절 (금지된 연극을 준비하다 누군가에게 끌려가 고문을 당한 후)에도, 마지막에도 ‘정의를 찾으러 간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정의는 정의내릴 수 없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입장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잖아요.”

이렇게 말한 안재영은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예로 들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활약하던 히어로 군단 어벤져스는 통제하고 감독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찬반 진영으로 갈려 갈등하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돈결에 접근했던 거 같아요. 무자비한 폭력시비를 하는 국민에게 총을 쏴도 되는 것인가, 정부가 국민에게 총을 쏘기 시작하면 그들의 기준 아래 권력을 휘두르게 될 테고…생각이 알파만파 퍼져나갔어요. 정답은 말할 수 없지만 돈결을 연기할 때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하죠.”

정의의 정의에 대한 안재영의 고민은 무대 위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연극반 시절 돈결이 찾으러 간다고 했던 정의와 극 마지막의 정의는 다를 수도 있어요. 돈결이 변절했다거나 현실에 타협했다기 보다 예나 지금이나 정의를 쫓고 있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접근하다 보면 저도 혼란스러워져서 마인드 세팅을 하고 무대에 올라가기도 해요. 그렇게 접근하지 않으면 이들과 붙을 수가 없거든요.”


◇승욱의 ‘지침’이 던지는 물음 “힘 없는 정의, 정의 없는 힘 그리고 힘 있는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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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변호사 황승욱 역의 박유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승욱이의 방향은 말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학생 때는 얼마나 뜨겁고 어르신들은 또 얼마나 심하게 단절시켰겠어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를 막아버렸으니 자신이 가야할 방향을 찾아 간 거죠.”

대학시절, 금지된 작가인 브레히트의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를 준비하다 어딘가로 끌려가 고문을 당한 후 방향을 찾으러 가겠다고 하던 승욱은 극 마지막 재판이 끝난 후 ‘지침’을 찾으러 가겠다고 선언한다.

“돈결이가 ‘정의를 찾아 가겠습니다’ 할 때 저(박유덕의 승욱)는 돈결이를 한번 봐요. 저 친구가 원하는 정의가 ‘힘이 있는 정의’인지 ‘정의가 없는 힘’을 뿐인지를 정말 많이 생각해요. 돈결의 정의는 정의 없는 힘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승욱) 비록 힘은 없지만 정의를 찾으러 가겠다, 힘과 정의를 가진 지침을 찾아가겠다고 하는 거죠.”

언젠가 박유덕은 ‘지침’을 ‘돈결’로 바꿔 본 적도 있다. ‘지침을 찾으러 가겠습니다’ 대신 ‘돈결이를 찾으러 가겠습니다’라고 했을 때는 그렇게 짠해지더란다. 

 

‘내 친구를 찾으러 가겠습니다’, ‘난 쟤를 변화시키겠습니다’라는 의미였는데 어떻게 보면 욕심이죠. 이 극의 의도랑은 안맞는 것 같았지만 굉장히 짠했어요. 변호사, 검사로 만났지만 얘(돈결)도 친구잖아요. 사실 이 네 친구들이 재판이 있기 전에는 자주 못만났을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잊고 있던 것과 나를 다시 돌아보겠는 의지를 담아봤죠.”


◇주변사람들이 궁금해진 박유덕과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는 안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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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변호사 역의 황승욱 박유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전에는 바쁘기도 하고 다른 데 신경 쓸 시간에 좀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제 시간을 많이 가졌다면 ‘보도지침’을 하면서는 주변사람들이 궁금해졌어요. 이전까지는 저만 봤다면 지금은 저를 좀 내려놓고 주위를 많이 보게 됐죠. 자꾸 가족, 친구, 군대 선임 등의 안부를 묻게 되고 전화로든 SNS로든 연락도 엄청하게 돼요.”

연극 ‘보도지침’의 황승욱 변호사 역을 하면서 아내, 가족이 전부였던 연락목록이 많이도 늘었다는 박유덕은 “큰 영향을 미친 고마운 작품”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고3, 대학교 1학년 때의 밑도 끝도 없는 연극에 대한 열정이 되게 생각나는 작품이었어요. 그때 막연하게 ‘연극은 이래야 하는 거 아냐’했던, 연기 공부할 때 꿈꿨던 그런 연극이요. 배우나 관계자 형들이 입시생이 보면 좋겠다고들 얘기해요. 지금까지 대사량이 이렇게 많은 연극이 없었어요. 최후독백신만 해도 한 사람당 5분이 넘게, 3명이 다 하는 연극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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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검사 최돈결 역의 안재영.(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2016년 초연에 정배 역으로 합류했다 2017년엔 최돈결 검사를 연기하고 있는 안재영은 “초심이 많이 생각나는 작품”이라고 했다.

“작년에 정배를 하면서 깨달은 건데…이렇게 긴 대사를 딱 센터에 서서 해본 적이 없었더라고요. 최후 독백이랑 (경연대회에서의) 찰리 채플린 독백 같은 신이 너무 기다려지는 거예요. 1년이 지났고 또 1년 만에 ‘보도지침’을 만나면서 ‘이 작품이 그랬지’ 하면서 더 뜨거워지고….”

안재영에게 ‘보도지침’은 배우를 꿈꾸던 때의 열정과 절박함을 되살아나게 하고 다시 끓어오르게 하는 작품이다.

“그 때는 돈 안줘도 되니까 무대에만 섰으면 좋겠다고 하던 때였어요. 열정페이는 당연히 잘못이죠. 이제는 돈을 안주는 건 잘못됐다고 할 나이가 됐지만 그때의 서투르게 뜨거운 마음(무대에만 섰으면 좋겠다)은 너무 좋아요. 꼭 ‘보도지침’을 하지 않더라도 그 마음만은 돌아오도록 하려고 노력해야죠.”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 박유덕의 가족과 안재영의 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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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검사 최돈결 역의 안재영(왼쪽)과 변호사 황승욱 박유덕.(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저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역시 가족 같아요.”

오세혁 작·연출은 ‘보도지침’을 “정의를 외치기보다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이에 자신을 움직이는 힘에 대한 질문을 던지니 박유덕은 ‘가족’, 안재영은 ‘초심’이라고 답했다.

“지난주에 가족 한명이 교통사고가 났어요. 예전엔 늘 있던 일이었거든요. 누군가 아파서 1년에 한번, 몇 개월씩은 병원에 가는 게 너무 당연했어요. 그랬는데 올해는 ‘이 사람들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겠구나’ 싶더라고요.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서 아는 게 아니라 절로 느껴졌죠.”

취미, 일 등이 우선순위였던 박유덕의 무게중심은 ‘보도지침’을 하면서 가족에게로 방향을 틀었다.

“제가 배우로서 움직이게 하는 힘은 그렇게 하고 싶어 했고 무대에 서고 싶었던 초심 같아요. ‘보도지침’을 하면서 느껴서 그런지 지금은 그래요. 연기가 진짜 재밌거든요. 하고 싶은 걸 함으로서 느끼는 행복, 그 마음이 저를 뻔뻔하게, 당당하게 무대 위에 서게 하는 힘이 아닐까 싶어요.”

가끔 그 마음을 잊고 ‘쉬고 싶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는 스스로를 다잡다는 안재영은 “저를 강하게 하는 건 그걸 하고 싶은 꿈이고 마음”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예전엔 4명의 관객 앞에서 연기할 때도 힘들었는데 요즘 같아서는 한명 뿐이어도, 휴대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도 구애 받지 않고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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