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사회 > 사건 · 사고

경비 24시간 근무는 산재 아냐"…고시·법규 개정 목소리 높아져

입력 2017-05-04 09:44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현대판 노예계약 피해 '학교 경비원'
작년 9월 충북 모 중학교 건물에서 이 학교 경비원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
24시간 근무하던 경비원이 사망해도 산재를 좀처럼 인정받지 못해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업무상 재해를 더 인정받도록 법규를 바꾸고 나아가 이같은 사망을 예방하자는 목소리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진만)는 지난 4월 23일 60대 경비원 A씨의 부인 B씨가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을 대상으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의 소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대구의 한 중소업체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동일한 해 12월 16일 24시간 근무를 끝내고 다음날인 17일 오전 8시 귀가 뒤 가슴에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9일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숨졌다.

그의 업무 형태는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해 다음날 6시 30분까지 24시간 일하고 다음날 24시간 쉬는 격일제였다. 12월에는 휴무일에 교육까지 받았다.

공단은 A씨가 지병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외려 격일제가 지병을 악화시켰다고 보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이 행정부에서 산재가 인정되지 않고 기나긴 사법부 절차를 밟아야 인정되는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최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고용부는 경비원 같은 감시·단속 업무의 업무 시간이 애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같은 고용부 판단이 산재를 인정하는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 고시에 의하면 만성과로 기준은 1주에 60시간이다. 격일제 근무는 기준을 넘기에 충분하나 애매한 시간을 다 빼면 이에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최민 전문의는 “업무를 하면서 가만히 있는 시간이 많더라도 24시간 그 자체가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된다”며 “정부가 산재를 더 폭넓게 인정하는 자세를 보이든가 고시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건강연대의 박혜영 활동가 역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에도 감시·단속 업무를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며 “법규에 있는 편견도 걷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망 등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적용되는 산재뿐 아니라 애초에 건강 악화를 최소화하도록 교대제를 바꿀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 전문의는 “우선은 산재 적용을 확대하되 격일제 같은 장시간 노동의 위해성과 인건비 문제를 모두 논의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 제한을 신설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태현 기자 newt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