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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lay 인터뷰] 세상 진지한 세 남자의 ‘광염소나타’ JSK 성두섭·김경수·이선근

입력 2017-02-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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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김경수. 이선근.성두섭 인터뷰9
뮤지컬 ‘광염소나타’의 S 김경수(왼쪽부터), J 성두섭, K 이선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사실 창작산실 때는 얻어 걸렸어요. 조상웅의 J, 이선근의 K, 김경수의 S였죠. 그래서 전 김경수의 S입니다.”

언제나 예상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뮤지컬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으로 공연 중인 ‘광염소나타’(2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J역의 성두섭, S역의 김경수, K교수 역의 이선근 인터뷰에 앞서 이니셜로 표현되는 각자의 극 중 이름으로 캐릭터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만들어 달라고 하자 김경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가 타고난 천재 작곡가,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모두에게 질투와 동경의 대상인 S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이니 틀린 말도 아니다.  

 

뮤지컬배우 성두섭 인터뷰17
뮤지컬 ‘광염소나타’의 J 성두섭.(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K는 King이요.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일단 킹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었고 캐릭터랑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킹’은 K가 동료 교수들과 벌이는 게임을 연상시키는 단어기도 하다. 최강인 줄 알았지만 ‘에이스’에 밀리는 포커의 ‘킹’ 카드처럼 군림하며 S에 대한 열등감을 왜곡해 표출하고 창작에 대한 열의에 들뜬 J를 부추겨 파멸로 이끈다.

“J는 Justice!”

“J를 대표하는 감정은 고통”이라고 정의했던 J역의 성두섭은 ‘정의’를 외쳤다. 인간으로서의 정의와 창작자로서의 욕망 사이에서 고통스럽게 스러져간 작곡가 J에게는 꽤 어울리는 단어다.


◇산고 겪은 ‘광염소나타’, “호불호 갈릴 줄 알았죠!”

뮤지컬배우 이선근 인터뷰12
뮤지컬 ‘광염소나타’의 K 이선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대본이 끊임없이 수정됐어요. 이리 갔다 저리 갔다…굉장히 고통을 심하게 겪으면서 힘들게 공연을 올렸죠.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좀더 여유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커요.”

성두섭의 말대로 산고 끝에 무대에 오른 ‘광염소나타’에 대해 세 사람은 준비 단계부터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작품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단다.

“30분짜리 하루 시연을 위해 주어진 한달은 줄이고 압축하는 과정이었어요. 뭔가를 좀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러닝타임에) 맞추려다보니 아쉬움이 컸죠. 그런 찰나에 지원작으로 선정되고 2주 동안 공연을 한다고 해서 굉장히 기대를 했어요.”

하지만 이선근의 기대는 또 다른 고통으로 이어졌다. 30분짜리 공연을 풀어내기 위해 대본을 수정하고 새로운 곡이 추가되고 넘버의 순서 바꾸기를 반복했다. “이래되 되나” 싶을 정도로 변화를 거듭하며 배우들은 창작의 고통을 호되게도 겪었다.

뮤지컬배우 김경수 인터뷰2
뮤지컬 ‘광염소나타’의 S 김경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창작산실 때부터 함께 했으니 편하게 잘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푸니까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30분짜리는 굉장한 템포감이 있었어요. 관객분들도 저희처럼 새로운 장치와 죽음에 대한 결과물, 그로 인해 J가 얻는 영감 등이 시각적, 청각적으로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를 가지셨을 것 같아요. 아직 저희가 구상한 그림이 완전히 구현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좀더 채워지면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드릴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해요.”

리딩부터 함께 했던 ‘광염소나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김경수에게도 지금까지는 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어렵고 예민하게, 정말 복잡하게 준비했던 것 같아요. 창작산실 때는 대본 수정 보다는 최대한 압축하는 게 1차 목표였어서 감정이나 동선 등 걸리는 게 있어도 ‘왜’를 달지 않았어요. 방향성만 공유하고 연출님이나 작가님이 시키는 대로 혹은 저희가 원하는 대로 템포감 있게 만드는 데 집중했거든요. 그런데 그걸 푸는 작업을 하다 보니 걸리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끊임없이 “왜”라고 묻고 또 물으면서 완성했지만 배우들에게도 여전히 아쉬움이 적지 않은 극은 그들의 예상대로 호불호가 극명하게도 갈렸다.


◇극단적인 감정의 충돌 J 성두섭 “영화 ‘향수’ 그루누이를 떠올렸죠!”
 

뮤지컬배우 성두섭 인터뷰13
뮤지컬 ‘광염소나타’의 J 성두섭.(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J는 창작산실부터 지금까지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지문에 대한 연기를 많이 해야하는 게 너무 힘들고 어려웠죠.”

사실적으로 구현된 무대나 세트가 아니다보니 지문이 고스란히 배우의 몫으로 주어졌다. 오롯이 배우 혼자 자신과의 감정적인 드잡이 끝에 인물 혹은 극의 상태와 상황을 연기하고 표현해야 했다.

“J의 상태만으로도 가져갈 수 있는 힘이 있어서 거기에 집중하려고 하다 보니 너무 애를 쓰게 되더라고요. ‘광염소나타’는 엄청난 음악을 만들고자 했던, 음악에 대한 욕망이 너무 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같아요. 그래서 유혹이 생기고 그 유혹에 넘어가게 되고…제가 생각한 J는 굉장히 희생자의 느낌이 강해요. 물론 본인이 유혹에 넘어가 살인을 행하지만요.”

J는 살인으로 음악을 완성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만 끊임없이 고뇌하고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 그래서 언제 휘몰아칠지 모를 ‘태풍의 눈’과도 같은 캐릭터다.

“살인을 경험할 수는 없으니 그런 인물의 눈빛을 찾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떠올렸던 인물이 영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그루누이였죠.”

배우 김경수. 이선근.성두섭 인터뷰
뮤지컬 ‘광염소나타’의 S 김경수(왼쪽부터), K 이선근, J 성두섭.(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향수’는 독일영화 ‘롤라 런’의 각본, 음악, 연출을 했던 톰 티크베어 감독의 작품이다.

 

생선머리와 내장 더미에 버려진 사생아 장바티스트 그루누이가 아름다운 여성들을 살해하면서 매혹적인 향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잔혹하지만 매혹적인 향수를 만들기 위해 기행을 일삼는 그루누이의 눈빛은 묘하게 J를 닮아 있다.

“S에 대한 라이벌의식이 강하잖아요. J는.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심하다 보니 잘 안풀리고…그러다 보니 다시 S에게 연락을 하게 되죠. 결국 어쩔 수 없이 이 친구(S)의 도움이 필요한가 보다 싶은 자괴감이 들고….”

수많은 감정들이 극단으로 치달으며 충돌하는 J를 연기하면서 배우 성두섭 역시 감정적,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극에 달했다. 게다가 최근 공연가에서는 보기 드는 원캐스트(한 배역에 한 배우)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잘 버텨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극이 끝난 이후엔 빨리 벗어나려고 하죠. 다른 일에 집중하거나 기분 좋은 생각을 하고 많이 웃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성두섭은 김경수가 연기하는 S의 “대가 없이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어”라는 조언에 대해 “S 입장에서는 죄책감으로 남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도덕과 음악가로서의 창작욕 사이에서 고민하며 전화를 한 J에게 S가 준 팁이었잖아요. 그러고 나서 J가 살인을 저지르고…그래서 제(J)가 처음 만든 곡을 마지막에 부르는 거죠.”


◇죄책감 S 김경수 “S 역시 J가 떠난 후 전혀 곡을 쓰지 못했죠!”

뮤지컬배우 김경수 인터뷰
뮤지컬 ‘광염소나타’의 S 김경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S의 역할 자체가 일기장을 펼치니 내레이터인 거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또 아닌 거 같기도 해요. 저는 사실 (내레이터가) 아닌 개념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는데 관객들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실 것 같아요. 일기장 내용을 읊어드리다 보니 그 시점이 헷갈리지 않도록 노력했죠.”

김경수 역시 J와의 통화 중 오간 베토벤과 악상에 대한 이야기에 대꾸한 “대가 없이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어”가 S의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사라고 꼽았다.

“S는 함께 머물던 작업실을 떠난 J를 붙잡고 싶고 현재 상황을 돌리고 싶은 마음을 티내지 않는 캐릭터예요. J가 떠난 후 S 역시 곡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었죠. J는 S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거든요. 하지만 그 말이 J의 살인으로 연결될 거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죠. 나중에 그 말로 인해 J가 살인을 하게 됐다는 걸 알게 되면서 큰 죄책감을 느끼게 되죠.”

타고난 천재 음악가 S는 J에게 질투와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J는 S에게 언제나 궁금한 친구이며 음악적 영감이 되는 존재다.

“(S는) 티는 내지는 않지만 J에 대해 늘 궁금해 하고 있으니 K에게 갔다는 소식은 접했을 거예요. 중간 중간 들리는 라디오 속보의 중심에 이 친구(J)가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경수는 K에 대해서는 “예술에 대한 대단한 집념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예술을 어떻게든 뽑아내려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S는 늘 J를 걱정하고 있어요. K는 정말 사랑했던 제(S) 친구를 희생양으로 삼는, 심지어 죄책감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잖아요. 하지만 S는 도덕적 잣대 위에 예술이 존재한다는 걸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내막을 알고는 이 사람(K)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될 정도죠.”


◇욕망 K 이선근 “K의 게임내용은 비밀이에요!”

뮤지컬배우 이선근 인터뷰17
뮤지컬 ‘광염소나타’의 K 이선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창작산실에서는 단편적이고 평면적으로 악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소리도 엄청 지르고 표정도 무섭게 짓고 그랬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욕망에 차 있지만 때로는 코믹하게, 좀더 입체적인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J의 살인을 종용하고 이끄는 K를 연기하는 이선근의 말끝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지인 중 누군가는 “K의 게임내용이 뭔지 알려주면 안되냐”고 문의를 해오기도 했단다.

“K가 무대에 등장하는 방식이 치고 빠지는, 긴 호흡이 별로 없는 캐릭터다 보니 살인을 이끌어가는 사람으로서 임팩트를 주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제한적인 등장과 표현 속에서도 “구체적이기 보다는 느껴지는 대로” 악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이선근은 분장팀에 “대놓고 악해 보여야 하니까 눈을 무섭게 그려달라고 부탁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연습을 하면서는 이렇게 해야지 하는 게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공연이 올라가면서는 ‘이렇게 해야지’를 넘어서는 초자아(?)가 있었죠.”

결국 지인이 물었다는 K의 게임내용에 대해서는 “비밀”이라고 함구한 이선근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만드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캐릭터를 벗고 새로운 옷을 입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이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어요.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만드는 과정이 정말 고역이었죠. 공연을 하면서는 감정을 너무 쏟다보니 평소에도 저와는 다른 모습이 보여서 깜짝 깜짝 놀라곤 해요.”


◇못다한 J와 S의 이야기, 사랑이지만 사랑이 아니다?

뮤지컬배우 성두섭 인터뷰19
뮤지컬 ‘광염소나타’의 J 성두섭.(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 친구(S)의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그렇게 못되는 자신에 기분이 상하는 관계예요. 너무 친하지만 그런 감정이 드는 친구가 있잖아요. 대본이 영화같아요. 무대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죠. 대사 중간 중간 스치는 것들이 있기는 한데 그걸로는 관계를 보여주기가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성두섭의 말처럼 J와 S, K, 세 사람의 관계가 제대로 보이지 않다 보니 관객들 역시 전사(이전의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에 이선근은 “그러다 보니 나 역시 J의 감정이 진짜 순수하게 최고의 곡을 쓰려고 했던 건지 S를 뛰어넘고 싶었던 건지 온전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저희만 알고 있어요. 확실히 어필이 돼야하는데 그 얘기를 풀자니 시간(러닝타임)이 엄청 길어질테고…간단명료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꽂힐 무언가가 필요해 보여요. 지금은 관객들이 생각할 거리를 너무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성두섭의 말에 김경수는 “나중에 (본공연으로 돌아올) 기회가 된다면 그런 부분이 보강되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이며 겉으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배우들이 설정하고 공유한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뮤지컬배우 김경수 인터뷰8
뮤지컬 ‘광염소나타’의 S 김경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J와 S의 관계는 대사로 표현하고 있어요. 음악적 영감이라는 표현을 쓰거든요. 그게 정답인 것 같아요. S가 천재라고는 하지만 명예나 자리를 중시하는 스타일도 아니고…어릴 때부터 함께 해온 이 친구(J)에게서 저(S)도 음악적 영감을 많이 받았던 거죠.”

김경수의 설명에 “서로에게 뮤즈이자 자극이 되는 존재, 긍정적 라이벌”이라고 성두섭이 말을 보탠다. 너무 애틋한 라이벌이지 않냐는 반문에 성두섭은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오는 간절함”이라고, 김경수는 “인식하지 못했던 데 대한 애틋함”이라고 답했다.

“열등감을 느낀 친구의 속내를 몰랐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친구의 속내를 몰라 깊게 헤아리지 못했잖아요. 열등감을 못느껴 봤기 때문에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서 애틋하고 친구가 죽고 나서야 내막을 알고는 죄책감을 느끼는 거죠. 그런 애틋함이 혹여 다른 코드로 보일까봐 조심스럽긴 해요.”

김경수의 우려에 성두섭은 “오해할 소지들이 많잖아요”라고 말을 보탠다. 두 사람의 우려는 관객들 사이에서도 ‘사랑’이냐 ‘사람’이냐를 두고 갑론을박 중인 사안이기도 하다.

“저도 되게 친한 남자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랑 가까이 붙어만 있어도 다르게 보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 친구를 사랑하거든요. 그 사랑이라는 표현 때문에 오해도 하시긴 해요. 저희가 완벽한 전사를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시선으로 보실 수도 있지만 절대 동성애 코드는 아니에요.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관계죠.”


뮤지컬배우 이선근 인터뷰5
뮤지컬 ‘광염소나타’의 K 이선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J와 K의 닮은꼴, S에 대한 열등감


“J에게 K교수님은 배울 점이 많은 분이시죠. 얘(S)를 떠나온 시점에서 스스로를 다시 움직일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다 사고를 겪으면서 이런 음악이 나로부터 나올 수 있다는 걸 깨닫고 걷잡을 수 없이 잘못된 길로 가게 되죠.”

J를 연기하는 성두섭의 K교수에 대한 설명에 이선근은 “넌 늘 내 수업을 망치려 했어 라는 대사가 있다”며 “J와 S 모두 K의 제자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J는 쉬운 제자, S는 학창시절부터 마음에 안드는 제자”라는 이선근의 설명에 성두섭이 말을 보탠다.

“어떻게 보면 K도 J 같았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S는 천재고 유명한 교수인 자신도 못하는 걸 해내는 제자였을 거예요. K 본인도 엄청 유명한 사람이지만 본인의 수준은 스스로 제일 잘 알았을 테고 S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데 더 열등감이 강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가장 가까이 있는 친구 J를 이용해서 자기 이득을 취하려고 한 거라고 저희는 해석했죠.”


◇피아노 연주 “아직 멀었어요!”

 

뮤지컬배우 성두섭 인터뷰12
뮤지컬 ‘광염소나타’의 J 성두섭.(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저는 진짜 아직 멀었어요. 얼마 전에 사람을 죽인 후에 혼자 피아노를 치는 장면에서 미스터치로 좀 많이 틀렸어요. 감정에 젖어 손이 떨려서 그런 걸로 넘어가기는 했지만.”


“저는 정말 잘 못친다”며 웃는 성두섭은 피아노를 직접 연주해야한다는 데 매력을 느껴 ‘광염소나타’ 출연을 결정했다.

 

“이 기회에 한번 해보자 했는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전 완전 생초보였거든요. 지금은 겨우 한두곡 정도 치지만 얻어가는 건 분명 있어요. 앞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도 있을 것 같고….”

성두섭의 말에 김경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면서도 실제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피아노 치는 분량이 많은데 진짜 저희가 연주하는 걸 모르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핸드싱크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좀 억울하기도 해요. 물론 아직도 불안하고, 죽었다 깨어나도 만족이라는 표현은 못쓰겠지만 저희 진짜 열심히 연습했거든요.”


◇추천 넘버 성두섭·김경수 ‘너의 존재’, 이선근 ‘Sonata of a flame 제 3악장 : The Murder’

뮤지컬배우 김경수 인터뷰6
뮤지컬 ‘광염소나타’의 S 김경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J가 S에게 느꼈던 모든 감정을 토해내고 왜 떠나왔는지를 느낄 수 있는 곡이에요.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J의 모습을 잘 나타낸 것 같아요.”

성두섭은 추천 넘버로 ‘너의 존재’를 꼽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리고 J의 뮤즈였고 사랑하는 친구였던 S를 연기하는 김경수 역시 ‘너의 존재’를 추천했다.

“이곡을 통해 S가 J의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처음 알게 돼요. 그리곤 이기적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죠.”

K교수 역의 이선근은 ‘Sonata of a flame 제 3악장 : The Murder’를 추천 넘버로 선택했다.

“살인으로 영감을 얻어 곡을 쓴 걸 알아챈 K가 살인을 종용하게 되는 시작이자 이극의 유일한 삼중창이죠.”


◇한목소리로 Yes? or No!
 

뮤지컬배우 이선근 인터뷰15
뮤지컬 ‘광염소나타’의 K 이선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현재 대본에서 아직도 고민 중인 대사가 있어요.”
김경수는 “사람이 있어야 음악이 있는 거야”라는 S의 대사에 대해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음악을 발견한 것도 사람이니까요. 그런 사실까지 철저히 무시하면서 본능적인 것들을 뽑아내려는 행위들이 원시시대가 아닌 이상은 오히려 조심하고 신중하게 생각해야할 부분인 것 같아요. 그게 이성이 존재하는 사람들의 음악이지 않을까요? 그런 와중에서도 최고의 예술을 뽑아내는 게 사람으로서 음악을 접하는 태도가 아닌가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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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의 S 김경수(왼쪽부터), J 성두섭, K 이선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광염소나타’를 하면서 음악과 예술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됐다는 김경수의 말에 이선근은 “어렵다”고 표현했다.

“예술과 도덕은 너무나도 다른 성질의 것이에요. 예술이 도덕이 될 수 있고 도덕도 예술이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조금 어려워요. ‘대가 없이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도 그래요. 물론 무슨 일이든 대가가 따른 다는 말은 맞아요. 하지만 살면서 무엇을 했을 때 무엇을 못하게 된다면 어떨까는 좀 어려운 질문 같아요.”

누가 으뜸이라고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생각 많은 세 남자의 ‘광염소나타’는 수많은 고민과 우려 그리고 신념으로 매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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