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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人] 도전은 나의 힘! 연극 ‘베헤모스’ 이창엽, “하고 싶은 말을 잘 해내는 배우이고 싶어요”

2016년 '마마돈크라이' 백작으로 데뷔해 이지나 연출 '잃어버린 얼굴 1895'의 고종 그리고 '베헤모스' 한태석 역으로 첫 연극 도전
김태형 연출님과 사적인 얘기를 좀더 나누고 싶어요

입력 2017-02-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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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베헤모스’ 재벌2세 한태석의 이창엽.(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결국 제가 연기했기 때문에 이해 못하는 부분은 없었어요.”

기운이 넘쳤다. “도전으로 가능성을 가늠한다”는 이창엽은 이제 스물일곱의 신인이다. 지난해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드라큘라 백작으로 데뷔해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 고종에 이어 연극 ‘베헤모스’(4월 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블랙)가 세 번째다.

오디션을 통해 표현 그대로 ‘전격’ 데뷔했을 때도 ‘박영수’라는 걸출한 고종 전문배우와 더블캐스팅이 됐을 때도, ‘베헤모스’의 재벌 2세 한태석(이창엽·문성일)으로 첫 연극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그가 무대에 서는 순간 우려는 ‘이창엽’이라는 신인 배우에 대한 큰 관심과 작은 믿음으로 차곡차곡 쌓여간다.


◇선과 악, 이변과 오검 사이의 외줄타기, ‘베헤모스’의 한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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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베헤모스’ 재벌2세 한태석 역의 이창엽.(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어떤 방식으로든 이해하고 구축한 것 같아요. 사실 제 삶이 더 영화 같을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재밌었어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없었는데 ‘인생 참 간사하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죠.”

스스로가 살인사건 용의자인 재벌 2세 한태석이라면 어땠을까를 고민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태석은 절박한 상황에서 눈 한번 감으면 내 탓이 아닌 게 될지도 모를 순간에 맞닥뜨린다.

“설마 나는 (태석처럼 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태석의 출발점 같아요. 확실하게 ‘나라면 그럴 거야’ 하는 캐릭터가 이변(최대훈·김찬호)이라면 ‘나는 아니다’는 오검(정원조·김도현)이죠. ‘그럴 수 있지 않을까’와 ‘그러진 않을 거야’라는 고민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게 태석이가 하는 선택들인 것 같아요.”

이제 막 시작한 신인배우인 이창엽에 태석의 그 순간을 대입하면서 드는 생각은 곧 연극 ‘베헤모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었다. 그래서 태석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고 이창엽은 털어놓았다.

“전 선한 인물과 나쁜 인물을 명확하게 구분 짓고 무대에 오르는 게 안좋다고 배웠어요. 그런 것들이 저의 생각을 멈추게 하거든요. 태석이도 ‘악하고 날카롭고 더러운데 선한 이 느낌은 뭐지?’라는 의문을 떠올리게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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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베헤모스’ 중 오검 역의 정원조와 한태석 이창엽.(사진제공=PMC프러덕션)

 

선악의 경계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위태로운 태석을 고민하면서 이창엽은 “결국 본인의 선택이었지만 태석이 이런 선택을 하게 한 건 도대체 누구?”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진짜 아빠가 그랬을까? 아니면 엄마? 현재의 사회구조가 이변이나 오검 같은 괴물들을 양산해내고 있죠. 제2의 이변이나 오검이 될 수 있는 인물이 태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면에서는 이변도 됐다가 또 어떨 때는 새끼 오검처럼 생각하죠.”

충분히 가능성을 열어두고 선과 악, 이변과 오검 사이에서 끊임없이 외줄타기를 하면서 만들어낸 캐릭터가 이창엽의 한태석이다.


◇포즈들과 재벌스러움 그리고 폐소공포증과 헤모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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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베헤모스’ 재벌2세 한태석 역의 이창엽.(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번 작품은 처음으로 연기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생각해서 준비를 진짜 많이 했어요. 이 작품의 연기 자체가 섬세하고 촘촘하게 짜여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관객들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죠.”

그렇게 준비를 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은 침묵이나 행간의 포즈들(Pause), 태석이 앓고 있는 병증들 그리고 재벌스러움의 표현이었다.

“예를 들어 ‘왜 숨겼어’라고 물었을 때 침묵이 이어지다 대답을 하기까지의 그 포즈들이요. 그런 포즈들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세심하게, 재밌게 준비한 것 같아요.”

재벌2세와 살인 그리고 그가 앓고 있는 폐소공포증과 헤모포비아(피 공포증 Hemophobia) 중 어느 것 하나도 직접 경험하기 쉬운 게 없다.  

“돈? 겨우 돈 때문에 사람을 죽여?”
재벌 2세스러운 설정을 위해 이창엽은 이 대사에 집중했다. 비행기 기내식은 고급식기에 서빙되는 게 당연다는 생각이 ‘재벌스럽다’고 예를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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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베헤모스’ 한태석 역의 이창엽.(사진제공=PMC프러덕션)
“태석이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일반인들에게는 아닌 것들이 오히려 더 재벌스럽다고 느껴졌어요.”

더불어 폐소공포증과 헤모포비아는 스스로가 평소 느꼈던 답답함을 떠올렸다. 이에 대해 “특수한 병이라고 생각했으면 쉽게 연기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폐소공포증이든 헤모포비아든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싶다고 생각해요. 저도 사실 공포증 같은 게 있어요. 되게 많은 시선들이 저를 주목하는 순간이 항상 그런 것 같아요. 프레스콜을 할 때면 정말 긴장을 많이 해요. 기자님들이 사진을 찍고 질문을 하실 때면 숨이 막히고 도망가고 싶고 그래요. 캐릭터를 빌어서 연기할 때는 너무 재밌고 좋은데…성격이 원래 예민하고 낯도 좀 가리고 그래요. 그 원인을 찾아보고는 있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배우로서 캐릭터를 표현할 때가 아닌 인간 이창엽으로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야할 때면 식은땀이 흐름과 동시에 “도망가 버릴까”라는 유혹(?)에 시달리고는 한단다.

“그래서 태석이가 앓고 있는 질환들의 설정이나 증상들은 저로부터 시작했죠. (클로즈업이 없는) 연극이라는 장르가 가진 특성상 모든 걸 다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에 정하고 가야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이에 이창엽은 장면으로 보여지진 않지만 배우 스스로는 정하고 가야하는 심리들에 주목하고 고민을 거듭했다.

“예를 들자면 제가 이변의 어떤 행동을 분명 봤는데 어느 시점부터 알아차렸는지, 그에 어떻게 반응하고 언제 티를 낼 건지…그런 고민들의 연속이었어요. 신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미묘하게 연기적으로 툭 치고 들어가는 자연스러운 부분이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갈 건지를 고민하는 게 제일 힘들었지만 또 재밌기도 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기, “김태형 연출님과의 토론에서 혼자 40분을 얘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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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베헤모스’ 재벌2세 한태석 역의 이창엽.(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장르에 상관없이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돼야하는 게 연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작품이든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뿐이죠.”

배우로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역시 연기다. 이에 대본 리딩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충실하게 대본을 분석하고 캐릭터를 세운다는 그는 ‘협업’을 으뜸 요소로 꼽았다.

“연기를 잘 준비한다는 건 결국 협업이 기본이에요. 너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선배들, 친구들, 연출님, 스태프들 말씀 잘 듣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잘 어울리는 게 기본이죠.”

이에 이창엽은 ‘베헤모스’의 김태형 연출과 사적인 얘기를 나누지 못한 데 대한 아쉬우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연출님이랑 연기적으로 필요한 얘기들은 많이 나눴는데 사적인 얘기를 별로 못해봤어요. 가끔 장난이라도 좀 쳐볼까 하는데…너무 먼 강을 건너게 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조심스러워요.”

가끔씩 뒷머리를 쓰담쓰담 하고 지나가는 김태형 연출에 감동 받곤 한다는 이창엽은 공연에 임박해서 겪은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연출님이 담배 태우실 때 슥 옆에 가서 ‘이렇게 하면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왜 이렇다 저렇다 말을 안해주시냐’고 여쭤봤죠. 그랬더니 ‘너 잘하고 있어, 계속 그렇게 해’ 그러곤 가시는 거예요. 잘한다는 건지 못한다는 건지…고민했는데 믿음으로 받아들였어요. 텍스트 분석이나 캐릭터 설정 등에 대해 되게 많이 열어주셨거든요. 온전히 제걸 할 수 있게 도와주신 것 같아 감사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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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베헤모스’ 재벌2세 한태석 역의 이창엽.(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김태형 연출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길고 진지한 토론으로 배우들과 지식을 공유하고 생각이나 의견을 나누곤 한다. ‘베헤모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드라마 원작의 장면들을 어떻게 파괴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였어요. 사적인 대화들이 오가고 서로의 주장과 언쟁도 있었지만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게 해주셨죠.”

그럼에도 그는 팀의 막내였고 이제 뮤지컬 두편을 마친 새내기였다. 게다가 연극은 첫 도전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낯을 가리고 말을 아끼는 성격의 그가 입을 떼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참고 참고 참다가 결국 혼자 40분을 얘기했어요. 묘하고 세심한 심리들을 포착해야하는데 무대에 올렸을 때 클로즈업이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이에 어떤 사건을 넣고 뺄 것인지, 대사는 어떻게 수정해야하는지 연출님의 큰 그림과 제가 생각하는 방향이 좀 달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의 불찰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많은 걸 여쭸어요. 평소엔 말을 잘 안하는데 한번 하면 또 되게 오래하거든요. 제 얘기를 진지하게 경청해주시고 충분히 받아들여주시고 어떻게 풀어갈지를 함께 고민해 주셨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먼저 생각을 물어봐주시기도 하면서 선배들 앞에서 제가 솔직하게 의견을 공유할 수 있게 이끌어 주셨어요.”


◇도전은 나의 힘,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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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베헤모스’ 재벌2세 한태석 역의 이창엽.(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도전이 너무 재밌어요.”

뮤지컬, 연극, TV·드라마 등 경계를 넘나들거나 연기적 변신을 꾀하는 도전도 좋아하지만 인간 이창엽으로서의 도전에도 꽤 대범한 편이라는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재밌다”고 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재밌게 도전해요. 그리고 도전하지 않는 삶을 원체 못견뎌하는 것 같기도 해요. 도전을 해서 모두를 100% 충족시킬 자신은 없어요. 호불호가 있다는 걸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죠.”

그라고 실패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마마돈크라이’로 데뷔하기 전 영화에 빠져 5년 동안 단편영화제, 독립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 빠짐없이 참석해 한편의 상영작도 안빼고 토할 때까지 영화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 기회는 쉽게 다가와주지 않았다.

“독립영화 감독을 찾아가고 수많은 과정들을 거쳤어요. 그때 제 응원을 받으며 레드카펫을 밟는 친구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 친구들이 지금은 너무 잘돼있죠. 그때는 그 친구들이 너무 쉽게 기회를 얻는 것 같았어요. 뒤에서 지켜보면서 너무 힘들었고 좌절감이 컸죠. 하지만 제가 무대에 데뷔를 하고 보니 누군가도 저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제가 잘되는 친구들의 이면과 노력을 보지 못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죠.”

그렇게 그의 실패는 두려움이나 절망으로 남기 보다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이자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저 감성적인 것도 잘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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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베헤모스’ 재벌2세 한태석 역의 이창엽.(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극단적인 감정들을 연기하다 보니 힘들어요. 저를 잃어버리는 거도 같고…친구들이 이 공연(베헤모스)을 보고 ‘쟤(한태석) 그냥 너 아니냐’고 놀려요. 물론 저한테 그런 면도 있겠지만 착한 모습도 분명 있거든요.”

스스로가 다중인격자가 된 것 같아 힘들다는 이창엽은 서정적인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고, 불특정 다수의 연출자들에게 솔직하게 호소(?)했다.

“감성적인 걸 해보고 싶어요. 서정적이고 따뜻한 그런 역할이요. 너무 극한 감정의 역할만 하다보니 얼굴이 자꾸 어두워져요. 저 원래 밝은 사람이거든요. 밝은 것도 잘 할 수 있는데 안맞아서 안시켜주시는 건지…저 잘 할 수 있습니다. 서정적인 거 꼭 한번 시켜주세요.”

감정적으로 힘들어질 때면 혼자 여행을 훌쩍 떠난다는 그는 “개인 프로젝트로 잠깐 혹은 꽤 긴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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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베헤모스’ 재벌2세 한태석 역의 이창엽.(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제가 도전을 할 때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저의 가능성을 가늠하고 잘 해낼 수 있을까가 도전 전의 가장 큰 고민이죠. 제 가능성은 믿음이 어느 수치까지 올라가든 그 믿음을 충족시켜주는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 부담감은 제가 견뎌야할, 제 몫이죠. 실패는 제 인생에 없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실패도 자양분이 되니까요.”

 

그는 스스로의 선택과 도전에 책임감을 가지고 부담을 견뎌내며 실패도 자양분으로 만드는 배우를 꿈꾼다.

“전 휩쓸려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작품을 잘 해내가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런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오롯이 ‘스스로가 하고 싶은 말인지, 아닌지’다. ‘베헤모스’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뭐냐고 묻자 읊조리듯 “시대 비판”이라고 되뇐다.

“편협한 주장이라기보다 모두가 한번쯤은 생각해봤으면 했어요. ‘나쁜 자석’(3월 5~5월 28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은 제 나이 또래에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보고 싶어서 선택했죠. 제가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되고 성공하지 않아도 되고 배우인 저로서는 흥행도 그렇고…그런 건 아직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잘 해내는 게 제일 중요하죠.”

인터뷰를 끝내면서 “바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꽤 어른스럽지만 또 신인다운 답이 돌아온다.

“많이 믿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만큼 열심히 할테니까 많이 예뻐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 꼭 전해주세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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