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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식사시 와인 한 잔 건강에 좋다는 흔한말. 결론은 'No!'

입력 2017-02-13 07:00 | 신문게재 2017-02-1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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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돈
 

서양에서는 와인을 ‘노인들의 간호사’라고 부른다. 그만큼 적당한 와인섭취가 생명연장에 효과가 크다는 전통적 믿음 때문이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의 만찬장면에도 결코 와인이 빠지지 않는다. 유럽이나 해외 고급식당들도 식사시 와인 한 잔 곁들이는 것을 한국 전통 식단에 김치가 등장하듯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식사시 소량의 음주 즉 ‘반주’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소화에 도움을 주고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속설은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대중적으로 읽히는 성경책에 보면 ‘반주의 효과’에 대해 언급하는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성경 디모데전서 5장23절에 보면

 

“이제부터는 물만 마시지 말고,

네 위장과 자주 나는 병을 위하여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

 

는 구절이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와인의 항산화작용은 파킨슨씨병, 치매, 류마티즘, 통풍, 퇴행성 관절질환 등의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민간요법에도 자주 등장해 왔다. 

 

저혈압 환자에게는 혈압을 올려주는 약이 되고 불면증에는 숙면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며 프랑스에서는 감기가 걸렸을 때 와인을 데워서 마시는 풍습이 있을 정도로 서양에서는 건강보조식품으로 범용되고 있다.

 

현대의학의 방법론을 따른 연구결과에서도 특히 저녁식사와 함께 섭취하는 소량의 음주는 스트레스 해소기능과 수면을 위한 근육이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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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와인 시음장면, SNS

1980년대 말,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심장질환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유독 프랑스인들만이 심장병에 의한 사망률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포화지방 섭취량이나 혈액 내 콜레스테롤 농도는 비슷한 식사메뉴를 공유하는 영국이나 미국 사람들과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낮은 심장병 유병율과 사망률의 비결은 놀랍게도 레드와인을 식사와 함께 섭취한 것이었다. 이 후 사람들은 이를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 프랑스식 역설)’라고 부르게 되었다
.
역사적으로 프랑스는 건조한 환경 탓에 지하수는 물론 식수도 구하기 힘들어 과일을 발효시킨 와인을 음식 조리할 때 넣고 또 식사 때 함께 마셨다는 것이 와인문화가 발달한 이유다. 

이 가운데서 레드와인은 일반 알코올보다 ‘착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HDL(High Density Lipoprotein, 고밀도지단백질) 양을 2배 가량 늘려주어 심장병 위험도 함께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와인이 건강에 좋은 또 다른 이유는 폴리페놀(Poly phenol)이란 물질 때문이다. 이 폴리페놀의 가장 큰 기능이 항산화 작용인데 와인은 알콜과 항산화제 물질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어 폴리페놀이 알콜에 의해 재흡수되며 이중 항산화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세계 정상들을 비롯한 일반가정까지 이 레드와인을 건강식품으로까지 취급하는 문화가 낯설지 않은 것이다.
 
일본 오키나와와 코스타리카를 비롯한 세계 4대장수촌 사람들의 식습관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전통적으로 식사시 1잔~3잔 정도의 와인(과실주)을 곁들이는 특징이 있었다고 한다.

위와 같이 ‘소량의 반주’ 문화가 장수의 비결 뿐만 아니라 사실상 인류의 역사 속에 꽤 오래 함께 해 온 일종의 전통유산이라는 사실을 뒷받침 해 주는 정황은 사료 곳곳에 나타나 있다.

결론적으로 건강을 위해서는 아예 안 마시는 것 보다 소량의 음주가 낫고 그 수단은 레드와인이 최선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사실 현대인들에게 있어 처음 접하는 사실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조사 결과 이것이 일종의 ‘통계적 위장술’을 채택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다.

뉴질랜드 장수노화연구소(New Zealand Longitudinal Study of Ageing)에서 2908명의 건강한 노년층 실험자들을 대상으로 상대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먼저 이들 가운데 65.52%는 여성, 80%는 음주자(20% 비음주자), 그리고 75%는 고등학력자 이상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 해 남자보다는 여자가 그리고 비음주자보다는 음주자가 또한 저학력자 보다는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더 오래산다는 것이다. 

이를 또 세분하면 대체로 식사시 한 두 잔의 와인을 곁들인다는 답변이 주류를 이룬 ‘적당한 음주를 하는 사람(Moderate drinker)’이 과음(Heavy drinker)이나 금주를 하는 사람(Non-drinker)보다 더 건강하고 오래사는 경향이 있었다. 여기까지는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음주의 양이나 종류가 아닌 ‘제3의 변수’가 숨어있다. 그동안의 연구는 적당한 음주를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회적지위, 부의 수준, 교육수준이 높다는 점을 간과해 왔던 것이다. 

정작 이들 ‘적당한 음주자(Moderate Drinker)’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더 장수하는 까닭은 이들이 반주로 섭취하는 음주의 양이나 레드와인의 항산화작용·폴리페놀 등과는 무관하게 사회적지위, 부의 수준,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적당한 음주가 이들이 오래 사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었다는 그 어떤 증거도 밝혀낼 수 없었다고 한다. 또한 과도한 음주나 아예 금주가 건강을 유지하는데나 수명연장에 방해가 됐다는 사실도 찾아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즉 도수나 양 혹은 주종에 관계없이 음주 자체가 건강에 도움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인데 다만 젊은 사람들보다는 노년층에 더 위험하고 장단점 가운데 장점은 젊은층에만 단점은 노년층에만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한다.

다시 말 해, 만찬에 곁들이는 와인 한 두잔은 건강에 좋다는 말은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면 휼륭한 사람된다”는 정도의 덕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성경에도 명시된 적당한 음주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 얼만큼의 관심과 비용을 할애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뛰어넘지 못했고 과학적으로 밝혀진 장수의 조건은 부의수준, 교육수준, 사회적지위 같은 개인적 환경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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