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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마음으로 소통의 밀도를 높여라"

[2017 신년기획] '4不 탈출' 돌파구를 찾아라
유영만 지식생태학자 '소통의 기본' 강조

입력 2017-01-05 07:00 | 신문게재 2017-01-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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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만 한양대 교수·지식생태학자

 

소통의 ‘양(量)’은 날로 늘어나고 있지만 소통의 ‘질(質)’은 퇴보하고 있다. 소통의 빈도(頻度)와 속도(速度)는 늘어나고 빨라지고 있지만 소통의 강도(强度)와 밀도(密度)는 약해지고 있다.

소통의 빈도나 속도보다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소통의 밀도다.

소통의 밀도는 소통을 통해 주고받는 삶의 의미가 던져주는 충만함의 정도다. 소통의 밀도가 속도에 지배되면서 블특정 다수와 소통은 더 많이 하고 있지만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소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만 정작 소중한 사람과 소통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소통 ‘기술(技術)’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소통 ‘기본(基本)’은 날로 무너지고 있다. 소통의 ‘기본(基本)’을 지키지 않으니 소통의 빈도는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기분(氣分)’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소통으로 ‘인맥(人脈)’은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지고 있지만 소통으로 쌓이는 ‘인격(人格)’은 날로 격하되고 있다. 인맥은 넓어지고 있지만 ‘인격’ 없는 ‘인맥’은 ‘치맥’보다 치명적인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쉽게 맺은 인간관계는 쉽게 깨지기 마련이다.

생일날 수많은 문자나 sns 메시지가 날아들지만 정작 오프라인 공간에서 인간적 접촉을 즐기며 케이크 자를 친구는 없는 현실이다. 2009년 버거킹이 재미난 이벤트를 실시한 적이 있다. 페이스북 친구 10명을 끊으면 햄버거 하나를 공짜로 주는 행사였다. 10일만에 8만여명이 참가했다.

쉽게 맺은 인간관계는 햄버거 하나만도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소통이 빈번해지면서 가슴에 박히는 못은 많아지고 있지만 박힌 못을 빼내고 치유하는 소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소통으로 속 깊은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지기보다 소통으로 상처받으며 속상해지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불통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따뜻한 정이 흐르는 소통의 비결이나 비법은 무엇일까?

소통은 상대의 아픔과 슬픔, 숱한 사연과 배경, 어둔 그림자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얼룩을 모두 가슴으로 끌어안는 사랑이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상대와 진심으로 소통할 수 없다. 소통은 상대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슬픔을 쓰다듬어주며 어둔 그림자에 빛을 드리워주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얼룩을 덮어주는 사랑이다.

사랑으로 소통한다는 의미는 나와 마주보고 있는 사람이 함께 발을 딛고 서 있는 주어진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올곧이 응시하는 일이다. 소통을 가로막는 껍데기를 걷어내고 속 깊은 내면으로 함께 파고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따뜻한 가슴으로 만나 소통한다는 것은 혼자로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일을 기꺼이 꺼내놓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찾아보며 감당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수·지식생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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