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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내가 떠나면 어떡하나'… 일상 생활 속으로 들어온 신탁상품

“신탁상품 얼마나 아시나요” 치매, 유언, 양육, 반려동물
유언장 법적효력 보다 더 넓은 유언대용 신탁도 관심높아
신탁설계 복잡할 수록 수수료율 높아져 반드시 따져봐야

입력 2016-12-20 07:00 | 신문게재 2016-12-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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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원에 사는 장모(여·71)씨는 지난해 치매 진단을 받았다. 장씨는 최근 3명의 자녀와 상의 끝에 전 재산을 은행의 '치매신탁'에 맡기기로 했다. 모든 재산을 미리 나눠주면 요양병원에 옮긴 이후 자녀들이 자신을 내버려 두고 치료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자신을 부양 중인 첫째 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면 다른 자녀들과 불화가 생길 수 있어 자신이 죽고 난 이후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넣었다. 치매신탁은 후견인으로 지정한 장씨의 아들이 병원비 등을 은행에 청구하면 은행은 바로 돈을 지급한다. 

 

#2. 온갖 고생 끝에 5층짜리 자그마한 빌딩주가 된 신모(남·79)씨는 10살, 12살 손녀 두명을 홀로 키우고 있다. 5년 전 지병으로 부인을 먼저 떠나보냈고 3년 전에는 교통사고로 아들과 며느리를 잃었다. 신씨는 최근 몸에 이상 신호를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암진단을 받았다. 다행이 초기에 발견돼 위험수위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두 아이 때문에 매일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씨는 고민 끝에 70억원 가치를 가진 빌딩을 은행에 신탁했다. 아이들이 성년이 되기 전 자신이 먼저 떠나면 후견인이 잘 보살펴 주도록 매월 후원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또 손녀들이 성년이 됐을 때는 매월 300만원의 생활비를 지급하고 아이들이 40세가 되면 빌딩을 처분해 공평하게 나눠주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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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객(위탁자)이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 등에 돈을 맡기면 위탁자 계약 내용대로 재산을 처분해주는 신탁상품이 일상 깊숙히 파고 들고 있다. 그동안 신탁 상품은 거액 자산가용 상품이었지만 금융사들이 다양한 신탁상품을 만들어 내면서 일반인들도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상품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위탁자 요구대로 설계하는 치매·펫 신탁

치매신탁상품은 단순하게 돈을 나눠주기 보다는 치매 이후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위탁자가 은행과 치매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돈을 맡긴 후 치매가 발병했다면 후견인이 치료와 요양자금을 받아 위탁자에게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미리 재산을 활용해 상속방식을 정해주면 치매가 발생했을 때 은행은 위탁자의 요구대로 자금을 집행하는 것이다. 신탁해지 등의 중요한 사항은 후견감독인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후견인의 부정행위로 위탁자의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펫 신탁도 노년층을 중심으로 관심을 크게 받는 상품이다. 고객이 은행에 자금을 맡기면 미리 지정한 부양자에게 돈을 지급해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방식이다. 반려동물에게도 유산을 주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반려동물은 재산이기 때문에 상속이 가능하지 않다.

기존에는 펫 신탁은 일시금만 지급했다. 하지만 최근 수요가 늘면서 은행들도 분할 지급 방식을 추가했다. 위탁자가 미리 지정하면 은행은 부양자에게 지정일 날짜에 돈을 지급하고 생존여부까지도 확인해준다. 



◇효도 상품인 유언대용, 사전증여 신탁 관심

유언대용신탁은 ‘효도용 신탁’으로 불리기도 한다. 재산을 미리 증여, 상속하면서 가족간 재산 분쟁 사례가 크게 늘면서 이 상품의 관심도 함께 높아지는 추세다.

유언대용신탁은 절차가 복잡한 유언장 작성보다 간편하고 효력의 범위도 넓다. 사망 이후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유언장과 달리 노후에서 사후까지 맞춤형 상속 설계가 가능하다. 유언장은 민법에서 정한 사항에 대해서만 효력이 생기지만 유언대용신탁은 원하는 모든 사항을 담을 수 있다.

특히 유언장은 최초 상속인이 사망하면 효력이 없어지는데 반해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하면 2대, 3대 까지 연속으로 상속을 지정할 수 있다. 가령 자녀에 이어 며느리나 사위, 손자·손녀에게 까지 줄 유산을 미리 정할 수 있다.

사전증여신탁은 올해 8월까지 4000억원 가까이 판매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탁에서 발생한 수익과 원금을 자녀에게 줄때 연 10%씩 할인해 증여세를 계산하는 세법 조항을 활용해 설계됐다. 이 신탁은 일반 증여보다 증여세를 4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세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금 10억원을 자녀에게 단순 증여하면 증여세는 2억원 넘게 발생한다. 신탁을 통해 10년간 나눠 매년 1억원씩 증여하면 증여세는 1억15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나온다. 또 신탁 상품 자산은 국공채 지방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 얻어 수익을 자녀 명의 계좌로 입금된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맡겨둔 신탁자산에도 수수료 잘 따져봐야

현재 생활 밀착형 신탁상품 수익률은 1~2% 수준이다. 국공채 등 우량 자산에 투자해 안정성을 높였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수익률은 낮은 편이다. 금융사별로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신탁상품은 연간 0.2~0.5%의 관리 수수료를 뗀다. 따라서 신탁 상품을 결정할 때는 관리 수수료인 신탁보수를 눈여겨 봐야 한다. 위탁 자산 규모가 크고 배분방식이 단순하면 보수율은 낮지만 반대로 복잡한 배분 방식을 정하면 보수율은 높아질 수 있다. 자칫 신탁보수가 과도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어 가입시 꼼꼼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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