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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본인 세포로 키운 각막… 부작용 없는 이식 길 열렸다

[김희욱의 언더커버] 호주 멜버른대·CERA, 각막 자가 재생 기술 개발

입력 2016-12-19 07:00 | 신문게재 2016-12-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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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적 실명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최근 안과의학계에 한 줄기 빛이 전해졌다. 호주 멜버른 대학교 연구팀과 호주 안구연구센터(CERA,Centre for Eye Research)가 공동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합성필름에 각막을 배양하여 이식 가능한 크기까지 키워내는 기술이 완성됐다고 한다.

동물실험을 통해 이번에 공개된 방법으로 각막세포를 추출하여 머리카락보다 얇은 합성필름에 배양하여 정상 각막과 같은 사이즈로 키워내고 이를 합성필름과 함께 이식하면 시력을 되찾는 동시에 합성필름은 2개월후 자동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직접 환자 본인의 각막 세포를 추출하여 특수필름에 배양하는 만큼 거부반응도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각막은 안구의 가장 앞부분에 위치하는 검은 동자로서 까맣게 보이기 때문에 흰자 가운데 있는 ‘검은자’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눈 안에 빛이 없기 때문에 검게 보일 뿐, 가장 투명한 인체조직 중의 하나다. 하지만 각막이 외상을 받거나, 심한 염증을 앓거나 혹은 선천적인 이유 등에 의해서 ‘혼탁(의학용어 : 투명한 각막이 뿌옇게 됨)’이 생기게 되면, 시신경을 비롯한 눈의 다른 모든 기능이 정상적이라 할지라도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이에 약물이나 레이저 등의 치료가 힘든 경우 수술적 요법으로 각막을 절제해내고 빛이 눈의 내부로 잘 들어갈 수 있도록 각막이식수술을 받아야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20만명의 시각장애인이 있고 이 가운데 각막질환으로 인한 후천적 시각장애인은 대략 2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한 해 각막이식건수는 4백 여건이고 이나마도 절반이상은 수입각막을 이용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장기기증 홍보의 활성화와 매스컴을 통한 캠페인 등으로 각막 기증도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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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각막필름,프레쉬사이언스 보도자료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최근 한국도 당뇨망막병증, 환반변성, 녹내장 등 주로 노년층에 빈발하는 망막질환으로 급기야 시력을 잃게되는 ‘선진국형 실명’도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80년대 이전 후천적 실명의 31%가 백내장 그리고 각막질환이 17%로 각각 1·2위 순이었지만 80년대 이후 망막질환으로 인한 실명도 12%에서 16%로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한안과학회는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과 만성질환의 증가로 망막질환은 증가하는 반면, 영양개선과 위생 및 건강상태 향상으로 각막질환은 감소해 선진국형 양상을 띠게 됐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도 인구고령화에 따라 후천적 시각장애인의 비율이 동반상승하고 있다는 데 있다. 망막의 경우 사실상 재생이 불가능하고 이식에 있어서도 안구이식과 비슷한 수준의, 사실상 미지의 영역에 있다.

하지만 각막의 경우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기 전 제때 이식을 받으면 망막은 물론 시력을 잃는 것은 막을 수가 있는데 이 각막은 사실상 재생이 불가능해 누군가로부터의 ‘이식’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문제는 최근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고령화 속에서 각막의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나는 ‘수급불균형’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발 앞서 고령화시대에 진입한 일본의 실명원인 가운데 녹내장(24.3%), 망막변성(23.1%), 당뇨망막병증(20.6%) 같은 후천적 질환이 68%에 달한다는 후생성의 통계자료가 있다.

㈔생명을 나누는 사람들(이사장 임석구)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만 각막이식을 필요로 하는 신청자가 2천명에 달한다고 한다. 사단법인 생명을 나누는 사람들은 올 6월 미국의 안구은행 ‘에버사이트(Eversight)’와 업무협약을 맺었고 이들은 한국에서 각막이식을 기다리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에버사이트와 각막 공급에 적극 협조키로 했다. 하지만 민간단체의 이 같은 노력만으로는 원활환 각막공급의 측면에서 역부족인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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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케이 오쎌릭박사, 프레쉬사이언스 보도자료

이번 연구로 새로운 특허를 취득한 버케이 오쎌릭박사는 먼저 호주 안구센터와 협력해 고분자과학을 응용한 합성필름을 개발했고 일단 특허심사를 통과했다. 이는 각막세포 배양에 맞게 얇고 투명한 동시에 산소투과가 가능하며 배양된 각막세포와 실제이식되는 안구 표면에 일종의 접착제역할을 하고 시력이 회복된 후 저절로 녹아서 없어지는 기능을 갖고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연구성과에 대해 ‘환자 본인의 각막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 어떤 다른 사람으로부터 기증받은 각막이식보다 리스크는 적을 것이다’라는 입장이다. 이번에 배양에서부터 이식까지 사실상 전 과정을 성공한 동물실험에 이어 내년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번 자가배양을 통한 각막이식이 인간에게도 충분히 적용가능하다는데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호주 안구연구센터의 마크 다니엘박사는 인간의 피부조직이나 세포를 이용한 연구성과 가운데 이처럼 본인자신의 세포를 배양하여 기능을 재생시키는 분야는 매우 흥미로운 영역으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장기이식을 비롯 각종 ‘이식치료’의 최대 부작용은 바로 세포 거부반응인데 지금까지 각종 이식치료의 성과는 단순히 기술적인, 즉 새로운 장기를 대체하고 연결하는데서 만족해야했다면 이번 연구성과는 한 층 더 진화된 것이라는 뜻이다.

각막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한 이번연구가 전체 기관으로 확대될 경우 본인 자신의 세포를 추출하여 배양된 장기를 스스로 이식받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식치료의 최대 부작용인 세포 거부반응을 가장 확실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의학수준으로는 이식된 각막이 수술 후 합병증이나 거부반응 없이 환자의 각막에 안착하는 성공률은 1년 80~90%, 5년의 경우 약 60~70% 정도에 해당한다.

실험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이번 연구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자 임상실험에 지원하겠다는 환자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호주 안구연구센터 측은 현재 임상시험환자를 모집하고 있지 않다는 문구를 보도자료에 추가했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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