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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남자의 눈물은 ‘무죄’… 슬플 땐 울어야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울증 남성 흡연·음주 의존, 자살 위험 4배↑ … 취업·결혼 문제, 20대 환자 늘어

입력 2016-12-15 07:00 | 신문게재 2016-12-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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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우울증
우울증 남성은 눈물을 흘리는 대신 흡연·음주·약물 등에 의존하거나 폭력 등 위험한 행동을 통해 우울함을 해소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한국사회에서 ‘남자의 눈물’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남성은 책임감이 투철하고 용감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눈물을 보였다가는 자칫 ‘찌질남’으로 손가락질 받기 쉽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남자는 태어나서 딱 세 번만 운다’는 말엔 이런 인식이 잘 드러나 있다.

이 때문에 아무리 우울하더라도 남성은 눈물을 감춘다. 인사고과에 반영될까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것은 생각조차 못한다. 하지만 여성의 우울증보다 파괴적인 성향이 짙어 무턱대고 우울한 감정을 억누르다가는 폭행, 자살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조사결과, 우울증을 겪는 남성의 자살 위험은 여성 우울증 환자보다 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우울증 징후는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표출되는 방식이 약간 다르다. 여성은 식욕감소·무관심·의욕저하·수면장애 등이 동반되면서 슬픔을 느끼는 반면 남성은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강한 모습을 보여한다는 강박관념 탓에 우울증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다가 드러내는 증상이다. 흡연·음주·약물 등에 의존하거나 폭력 등 위험한 행동을 통해 우울함을 해소하려는 경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침묵도 우울증 증상 중 하나다. 말수가 급격히 줄면서 표정이 어두워진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성욕이 줄고 발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16121401

중장년층과 20~30대 등 연령대에 따라 원인과 행태가 달라진다. 4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까지는 테스토스테론 등 남성호르몬 변화에 따른 갱년기 증상과 사회적 지위 상실이 원인이 된다. 호르몬 변화는 여성과 달리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게 아니어서 신체적·정신적 변화가 덜하지만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아 가정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 언제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겹쳐 우울증이 찾아온다.

고령층은 질병에 쉽게 노출되고, 직업전선에서 은퇴하거나, 친구 또는 가족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등 충격을 겪으면서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 젊은층에서도 각박한 사회환경 탓에 우울증을 겪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결과 20대 남성 우울증 환자는 2010년 1만 5800명에서 2015년 2만 2200명으로 41% 급증했다. 나해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대 남성 우울증 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취업, 결혼 등으로 사회적 스트레스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추측한다”며 “과거와 달리 남성도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되면서 병원을 찾는 비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울감이 몰려올 때는 혼자 삭히지 말고 친구 또는 가족과 자신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좋다. 울고 싶다면 마음껏 우는 것이 좋다. 남성의 신체구조는 눈물을 흘리기에 더 적합하다. 눈물 분비샘꽈리가 여성보다 커 더 많은 눈물을 내보낼 수 있고 남성호르몬은 눈물과 깊게 연관된다. 영국안과학회는 남성호르몬이 부족하면 안구건조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의욕저하, 흥미상실, 수면장애 등이 동반되면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우므로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아 진단받는 게 좋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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