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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연극 ‘보이브 오브 밀레니엄’의 주민진, 삶의 힘이 되는 책, 절친 최성원과 배우집단 ‘하고싶다’ 그리고 ‘생존’

지훈(박동욱·정순원), 형석(김호진·김선호), 동우(이강우·주민진), 명구(송광일·이휘종) 이야기 '보오밀'
박해수·임철수·이준혁·최성원·신성민과 함께 하는 배우집단 ‘하고싶다’
오만석 등 선배들의 말 이제야 이해, 연극 '큐', '베어더뮤지컬', '배니싱' 등으로 힘겨운 날들, 심리치료 계획 중

입력 2016-12-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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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의 주민진.(사진=허미선 기자)

 

지훈(박동욱·정순원), 형석(김호진·김선호), 동우(이강우·주민진), 명구(송광일·이휘종) 네 친구 이야기 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이하 보오밀)의 주민진은 한없이 진지한 배우다. 

 

책에 감사하고 박해수·임철수·이준혁·최성원·신성민과 함께 하는 배우집단 ‘하고싶다’로 연기와 인간에 대해 탐구하며 늘 데뷔작인 뮤지컬 ‘하루’,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만난 선배들의 조언을 되뇌며 진지하게도 ‘생존’에 몰두한다.

 

◇책에 감사를 표하는 늦깎이 책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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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민진이 다시 읽기 시작했다는 알랭 드 보통의 ‘불안’.(사진제공=은행나무)

“거창하진 않아요. 저 자신과의 간단한 약속 같은 거죠.”

주민진은 언제나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열독자로 알려진 배우다. 연습실이나 대기실은 물론 무대 오르기 몇 시간 전부터 공연장에 나와 책을 읽곤 한다.

“자기 전에 5페이지만 읽고 자자 정도예요. 책이 재밌으면 더 읽게 되는 거고 아니면 5페이지만 읽고 자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한달에 2~3권은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어린시절 버스정류장 4, 5개는 가야 다른 동네가 나오는 외딴집에 살면서 동화책에 빠져들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부터는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라고는 없었다던 주민진은 21세에 단 한권의 책으로 얼떨결에 열독자의 길로 빠져들었다. 

 

“좀 늦었죠?”라며 껄껄거리는 그를 감동시킨 책이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였다.

“그 작가의 책을 다 읽고 책 안에서 얘기한 책이 궁금해져서 또 읽고…그렇게 이어져서 자꾸 읽게 됐죠.”

아침에도 전날 읽은 책을 떠올리며 ‘겸손’에 대해 생각했다는 그는 “책이 주는 게 많다. 책 자체가 감사한 존재”라고 털어놓는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불안’을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현대인들이 겪는 불안의 이유를 잘 정리해둔 것 같아요. 그 책을 읽으면 불안요소를 떨쳐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어제 읽은 부분이 겸손에 대한 건데…갑자기 샤워하다가 떠올라서 생각했죠. 그런데 겸손은 어느 정도 위치가 돼야 가능한 거더라고요. 한때는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저 같은 배우는 널렸다는 걸 깨달았죠.”


스스로 겸손할 위치가 아니라는 그는 추천하는 책은 최근 다시 읽기 시작한 알랭 드 보통의 ‘불안’과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그리고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 받을 용기’ 두 번째 이야기다.


◇가장 두려운 무대 오르기 1분 전 “데뷔 시절 만난 선배들 말, 이제야 깨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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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의 주민진.(사진=허미선 기자)
“저도 기록을 해야하니까 컴퓨터에 써놓는 프로필 같은 게 있어요. 프로필을 열어 봤는데 작품수가 너무 많더라고요. 심도 있지 못하게 너무 많이 해버렸나…아쉬움이 들었죠.”

그 프로필은 당시에 써둔 메모들로 들어차 있다. 이를 들여다보면서 2006년 데뷔작인 뮤지컬 ‘하루’와 콘서트 뮤지컬 ‘패션 오브 더 레인’을 떠올리곤 한다.

“오만석, 서범석, 윤공주, 엄기준 등 그때 만났던 선배들께 들었던 얘기들을 새삼 깨닫곤 해요. 그때는 그 대단한 배우들이랑 일하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때 형들이 했던 말이 이거구나 싶어요. 특히 만석 형님의 얘기는 늘 귓가에 남아요. 작품하다가도 한번씩 뜨끔뜨끔 하죠. 그 말을 깨닫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나 제 자신이 안타까워요. 사실 지금도 다 이해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는 선배들은 물론 최근 작품에서 만난 후배들의 재능에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정말 희안해요. 지금 후배들 보면 정말 좋은 걸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요. 휘종 배우가 ‘보오밀’ 막내인데 너무 잘해요. 제가 스물여섯일 때는 노느라 정신없었거든요. 연기도 잘 못했고…. 전 지금도 무대 오르기 1분 전이 제일 무서워요. 무대에 서기 전인 7시 59분이 제일 두렵죠. 그리고 무대에 오르면 착각을 해요. 착각과 오해의 연속이랄까요?”


◇여전히 모르겠는 나, 심리치료 그리고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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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의 주민진.(사진=허미선 기자)

“생존이라는 단어를 되게 좋아해요.”

인터뷰 중에도 주민진은 ‘생존’이라는 단어를 종종 언급했다. 인터뷰도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표현한 그는 “감사하게도 기자님이 찾아와 주시고 얘기를 들어주시는 것도 배우 주민진에게는 생존 욕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인간들은 감정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대화를 하잖아요. 대화하는 순간에도 상처 받지 않으려고 방어기재들을 펼치고…그 이유가 대체 뭘까 궁금했는데 결국 생존이더라고요.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는 게 살아 있는 걸 인식하는 과정이구나 싶어요. 술자리에서도 그렇고 아르바이트할 때도 보면 비슷한 말투가 생겼어요. 손님에게 상처 받지 않으면서도 최고의 예의를 갖출 수 있는, 그럼으로써 좋은 점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말투를 하게 돼요. ‘생존’이 가장 적절한 말 같아요.”

그리곤 “저는 근근이 먹고 살고 있습니다”라며 웃는 그는 최근 심리치료도 계획 중이다. 2014~2015년 17개의 작품에 출연하며 다작과 겹치기의 나날을 보냈던 그는 지쳤고 상처 받았다.

“저도 모르게 일에 중독된 사람처럼 일하다 보니 주민진이라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낮엔 연습실에서, 밤엔 무대에서 다른 연기를 하다 보니 집에 가서도 그 역할로 착각하고…계속 무대에 서있는 느낌이었어요. 얘(캐릭터)는 왜 이러지, 왜 그런 선택을 하지 고민하게 되고 어느새 말하는 투도 바뀌고…제가 캐릭터인양 착각하고 연기를 하다 보니 그 사람이 느끼는 슬픔이 너무 힘들었죠. 시간이 갈수록 주민진이라는 사람을 모르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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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큐'(Q)에 출연 중인 주민진.(사진제공=로네뜨)

 

그리고 2016년에는 ‘베어더뮤지컬’, 연극 ‘큐’(Q), ‘배니싱’ 등에서 어둡고도 아픈 사연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겪은 지극히 불안하고 우울한 정서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베어더뮤지컬’의 맷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상황과 비난에 상처 받았고 ‘큐’의 PD는 아들에 대한 아픈 사연에 잠식돼 자신이 하는 짓이 나쁜 줄도 몰랐다. 

 

“원래 따뜻한 의사, 오라버니 등의 역할을 많이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악랄하고 무섭고 사연 깊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어요. ‘큐’할 때는 진짜 힘들었어요. 공연이 끝나고 온몸이 너무 아파서 마사지를 받으러 갔는데 눈물이 막 나는 거예요. PD 아들을 생각하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자꾸 눈물이 났죠. ‘배니싱’ 때도 거의 정상이 아니었어요. 사람들 만나기도 쉽지 않았고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겉돌고 그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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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의 네 친구.(사진제공=창작하는공간)

‘보오밀’의 동우 역시 마음을 추스르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자신의 실수로 친구가 16년을 뇌사 상태로 누워있었다. 그 친구가 깨어난 후 다시 만난 친구들은 비난과 원망의 눈총을 보낸다. 깨어난 친구가 반갑지만 의사로서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로 설레기도 한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상처들이 저를 괴롭혀요. 다행히 ‘올모스트메인’이나 ‘취미의 방’으로 힐링을 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한 작품들이죠.”


◇‘응팔’ 최성원 등과 함께 하는 배우집단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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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의 주민진.(사진=허미선 기자)
  

“사실 그 얘긴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연신 방긋거리던 그는 박해수·임철수·이준혁·최성원·신성민과 함께 하는 배우집단 ‘하고싶다’ 얘기에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

“2년 정도 열심히 했었는데 친구(최성원)가 아파서 몇 달 동안 못 모이고 있거든요. 이제 괜찮아져서 12월쯤 다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곤 “괜찮아요”를 계속 되낸다. 최성원은 주민진의 절친으로 국민드라마 ‘응답하라 1988’ 덕선(혜리)의 남동생 노을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배우다. 주민진 역시 ‘친구’의 부름을 받고 노을의 친구로 잠깐 얼굴을 비치기도 했다. 최성원은 JTBC ‘마녀보감’ 촬영중 급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투병 중이다.

“말은 연기 공부지만 일주일에 한번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모여서 연기나 요즘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얘기해요. 서로가 서로의 쓰레기통이 돼 주죠. 연기가 곧 사람얘기니 사람은 왜 그럴까를 얘기하는 것 자체로도 연기공부가 돼더라고요.”

주민진과 최성원, 임철수, 신성민이 모여 놀자고 만든 사모임은 조직 일주일만에 큰형 박해수, 이준혁이 합류하면서 이왕 놀 거 직업인 배우에 맞게 놀자고 의기투합해 배우집단 ‘하고싶다’로 자리매김했다.

“저희가 공동으로 읽고 공부하는 책이 있어요. ‘배우와 목표점’이라는 책인데 인문학에 가깝죠. 각자 공부해서 이해 못한 것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들을 가졌어요. 사실 배우집단 ‘하고싶다’는 극단도 아니고 저희끼리 공부하는 게 목적이에요. 하지만 저희 집단 사람들이랑 작품도 한번 꼭 해보고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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