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스포츠 > 격투기

UFC 최단신 테일러, 함서희에게 던져준 선물?

입력 2016-11-27 09:21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종합격투기 함서희 훈련<YONHAP NO-2088>
종합격투기 단체 UFC 한국 선수인 함서희는 매서운 공격력을 간추었지만 리그 최단신이라는 핸디캡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지가 과제다. 연합뉴스

 

지난 3월 호주에서 벌어진 UFC 파이트 나이트 85에 출전한 함서희(29)는 접전 끝에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상대 벡 롤링스(168cm) 보다 기술에서 우위에 있었던 함서희(157cm)는 10cm의 신장 차이와 6cm의 리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심판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경기 후 롤링스는 “함서희의 공격은 매우 위협적이었지만 나를 넘기에는 무언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 무언가가 무엇일까. 결국 신장의 열세였다.

UFC 입성 전부터 작은 체격으로 인한 핸디캡이 있었지만 UFC 진출 이후 이는 더 도드라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UFC에서 가장 낮은 체급인 스트로급의 한계 체중(52.16kg)보다 낮은 아톰급의 몸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계체량 행사를 앞두고 감량에 한창일 때, 함서희는 증량에 힘을 쏟는 웃지못할 시간을 보낸다.

국내 최초 UFC 여성 선수가 된 함서희는 데뷔전부터 그랬다.

예상대로 함서희는 <TUF 20 피날레>에서 조앤 칼더우드(29,영국)에게 심판 만장일치 판정패했다. 준비기간도 1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시차 적응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역시 신장이었다.

상대 칼더우드는 신장 10cm 우위를 십분 활용해 함서희를 괴롭혔다. 칼더우드는 거리를 두고도 로우킥, 미들키, 하이킥을 자유자재로 날렸다. 함서희는 민첩하고 유연한 동작으로 칼더우드 킥 타이밍에 펀치를 시도했지만 작은 신장으로 인한 체력적 열세를 드러내며 무너졌다.

그러나 지난해 벌어진 <UFN 서울>에서 만난 코트니 케이시(29,미국)는 잡았다. 칼더우드보다 무려 13cm 큰 상대였지만 저돌적인 타격과 돌파로 신체적인 불리함을 이겨내며 판정승을 거뒀다. 이기긴 했지만 역시 신장 차이로 인한 불리함은 감춰지지 않았다. 화끈하게 이겼다고 보기도 어려운 경기였다.

아톰급에서도 작은 체구인 함서희는 자신 보다 최소 10cm 이상의 신장을 가진 선수들을 상대로 UFC에서 1승2패를 기록했다. 체급 구조상 큰 선수와 붙는 것은 당연했다. 어쩔 수 없는 환경에 답답했던 함서희에게 키만 보면 ‘선물’ 같은 상대가 나타났다.

27일 호주에서 벌어지는 <UFN 97>에서 자신보다 신장이 작은 다니엘 테일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지난 8월 UFN 92를 통해 데뷔한 테일러는 함서희보다도 5cm나 작은 152cm의 신장으로 UFC 최단신 선수다. 지금까지 싸웠던 상대보다 최대 18cm나 작다. 입식 타격 시절에도 이렇게 작은 선수와는 붙어보지 못했다.

일부 팬들은 “UFC가 함서희에게 던져준 선물이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느낄 만도 하다.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던 체격과 리치의 열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장기인 킥복싱 등 화끈한 타격을 보여주면서 “함서희 경기는 지루하다”고 느낀 팬들에게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단신이면서도 플라이급에서 뛰었던 테일러는 결코 녹록지 않은 상대다. UFC 입성 전 7승(1패)을 올린 선수로 체급에서 찾아보기 힘든 크고 묵직한 한 방이 있다. KO승도 세 번이나 있다. 신장은 작지만 근육질 몸으로 힘과 탄력이 돋보인다.

지난 8월 데뷔전에서 마리나 모로즈에게 1-2 판정패했다. 비록 지긴 했지만 대회를 열흘 앞두고 출전 요청을 받아 출전한 선수로는 상당한 접전을 펼쳤다. 신장은 작지만 근육질 몸으로 힘이 좋다. 하체가 단단해 쉽게 넘어지지 않고, 그래플링 싸움 양상을 띠면 오히려 위험하다.

자신보다 키가 작은 상대 테일러를 제물로 함서희가 화끈한 공격을 보여준다면, 체격 조건의 한계를 들어 희망 자체를 가지지 않는 팬들의 마음도 돌릴 수 있다. 하지만 테일러에게 져 연패에 빠진다면 UFC에서의 생존 가능성은 한층 더 낮아지게 된다.

함서희에게 테일러는 UFC가 선사하는 선물일지, 심어놓은 돌부리일지 속단할 수 없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