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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목돈 된 퇴직연금, 해외채권으로 눈돌리자

입력 2016-11-29 07:00 | 신문게재 2016-11-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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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2016년 6월 기준으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129조원에 이른다. 이렇게 시장이 커지면서 근로자들이 직접 운용해야 하는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및 개인형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아졌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전체 퇴직연금 가입자 중 DC형 가입자의 비중이 40%가 넘는다.

문제는 DC형 퇴직연금 혹은 개인형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있는 사람들이 본인의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그냥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 위주로만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6년 6월말 기준으로 볼 때 DC형 퇴직연금의 78.8%, 개인형 퇴직연금의 70.2%가 국내 금리에 기반한 원리금 보장형 상품들이라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수익과 안정의 기로에 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투자방식은 틀리지 않았다. 2010년 초 퇴직연금 사업자, 즉 금융기관에서 제시한 1년만기 정기예금금리는 최고 7.95%에 달했다. 이는 금융기관들이 시장선점을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며 고금리 경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당시 일반 정기예금금리가 4%였던 점을 감안하면 퇴직연금시장이 얼마나 과열됐는지 짐작될 것이다. 이 정도 금리라면 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정기예금 혹은 원금보장형 ELS 등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 유지됐다면 근로자들은 아무런 걱정이 없다. 2012년 이후 대기업들의 퇴직연금 신규 도입이 마무리되고 퇴직연금 감독규정 변경을 통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자사원리금 보장 상품 편입비중을 50%로 제한하는 등의 추가조치가 시행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퇴직연금시장에서의 원리금 보장 상품의 금리가 계속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제 대부분의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2% 초반 혹은 1%대 금리의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제시하고 있다.

금리가 이렇게 하락한 데는 금융기관들의 역마진 규모가 커진 것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이런 저금리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시대에 접어든 한국경제를 지탱하기 위해서 정부가 저금리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근로자들은 낮은 금리에 만족하면서 이 상태로 퇴직연금을 운용할 것이냐, 아니면 조금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다소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것이냐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물론 근로자 개개인에 따라서 선택은 달라지게 되겠지만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평균수명의 증가이다.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이미 80세를 훌쩍 넘었으며 조만간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근로자들은 투자원금이 깨지는 위험도 생각해야 하지만 인생에서 정년을 맞이하기 전에 돈이 먼저 떨어지는 ‘은퇴 파산’의 위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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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배당·해외 채권에 관심 둬야

지금까지 등한시했던 실적 배당형 상품에도 조금은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도 근로자가 특히 눈 여겨 보아야 하는 것은 해외채권을 활용한 실적 배당형 상품들이다. 어찌 보면 장기적으로 가장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주식을 일부 편입한 주식 혼합형 상품들일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으로 봐도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채권이나 예금 등의 안전자산보다는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은 높은 기대수익률 못지않은 높은 변동성도 가지고 있는 상품이다. 장기 자금을 모으는 초기에는 적합한 상품일 수 있지만, 이미 어느 정도 목돈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는 지나치게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될 수도 있다.

한 가지 예로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근로자가 금융위기가 시작되었던 2008년 초에 자신의 퇴직연금을 전부 주식 혼합형 상품에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 근로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은퇴자금이 심각한 손해를 봐서, 한동안 은퇴를 하지 못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 헤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해외채권은 이러한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주식보다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수익률은 예금보다는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전형적인 중위험·중수익상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근로자들이 해외 채권형 상품을 활용하면 좋을까. 첫째는 오랜 기간 근로하면서 퇴직연금의 규모가 커진 근로자들이다. 둘째는 직장을 이직하면서 그동안 쌓인 퇴직연금을 개인형 퇴직연금으로 옮긴 근로자들이다. 셋째는 회사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을 도입하면서 누적된 퇴직연금을 일시에 지급받은 근로자들이다.

이 세 가지 모두 목돈을 운용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겼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적은 금액을 적립할 때는 근로자의 성향에 따라서 주식 혼합형이나 채권 혼합형 상품들을 활용해도 되지만, 일단 목돈이 형성되면 시장이 급락할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때 해외 채권형 상품을 활용하면 좋은 것이다.

해외 채권형 상품에 투자할 때도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하이일드(High Yield) 채권이나 신흥국 채권에만 투자하는 경우 그 수익률 면에서는 분명 매력적이다. 다만 이런 채권들은 높은 수익에 비례하는 높은 변동성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이런 채권들에서는 큰 폭의 손실이 발생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이 되었지만 높은 변동성을 이겨내기 힘든 투자자들은 꽤 오랜 기간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차라리 글로벌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글로벌채권형 펀드는 선진국 국채, 하이일드채권, 신흥국 채권, 그리고 한국 채권에 일부 자금을 투자하기도 한다. 이는 위기 시에도 상당 부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만 다양한 종류의 채권에 투자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자산배분 능력이 중요해진다.

글로벌채권형 상품을 고를 때는 해당 펀드의 과거 수익률, 특히 시장이 급락하는 시기에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를 유념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해당 상품의 변동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본인이 감내할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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