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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이소연·김준수, “우리 선생님들 그리고 우리는요…”

입력 2016-11-0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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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_김준수_B사

 

“스태프진만 보고도 예매한다는 대가분들이세요. 기대도 되고 무섭기도 하고…. 그분들께서 지금까지 지켜온 예술세계를 펼쳐놓은 작품에 함께 하니 영광스럽고 또 무섭기도 해요.”

 

카산드라 공주 이소연의 말처럼 ‘토로이의 여인들’은 옹켕센 연출, 배삼식 작가, 안숙선 명창, 정재일 작곡·음악감독, 원후이 안무가 등 ‘범접하기 힘든’ 창작진들이 함께 한다.

그들 사이에서 숨죽이고 100배쯤 긴장한다는 이소연과 김준수는 ‘선생님들’의 아주 작은 말 하나 행동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녹음기를 상시대기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안숙선, 존재만으로도 아우라가 되는 그 이름!
 

트로이의 여인들_작곡 정재일, 작창 안숙선
전통 작창과 작곡이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음악감독 정재일(왼쪽)과 창작 안숙선.(사진제공=국립극장)

 

“안숙선 선생님께서 말씀을 시작하시면 모든 사람이 귀를 기울여요. 그 시끄러운 연습실이 고요해지죠. 손만 잠깐 움직여도 시선이 따라가게 되고 목소리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부랴부랴 녹음기를 꺼내요. 아우라라는 건 이런 거구나 싶어요. 젊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새롭게 시도하는 풋풋한 창극이지만 선생님들이 무게감을 잡아주시니 든든하죠.”

전체 소리의 진행에서 벗어나거나 배우들이 노래하다 불편한 부분을 꼼꼼하게도 조언하고 수정한다는 안숙선 명창에 대한 이소연의 말에 김준수는 “선생님 앞에서는 얼음이 된다”며 “여전히 백배는 긴장하고 있지만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전하기도 한다.

“다른 역할들과 달리 저는 정재일 선생님이 작곡하신 곡을 주로 불러요.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인) 정재일 선생님이 파리스로 무대에 오르시죠. 전체 연습이 끝나고 선생님과 따로 시간을 내 노래를 연습하고 호흡을 맞췄어요.

 

정재일은 그룹 긱스·푸리의 멤버이자 최근 발매한 박효신의 7집 정규앨범 아이 앰 어 드리머’(I Am a Dreamer) 프로듀서이며 연극·뮤지컬·무용·미술 등의 장르에서 인정받은 뮤지션이다.

 

저희 연습을 보시고 안숙선 선생님께서 한마디씩 조언을 해주시는데 단비 같아요. 오히려 아무 말씀 없으시면 이상해서 달려가 여쭤보곤 하죠. 하나라도 더 듣고 싶어서.”


◇옹켕센 연출, 신뢰의 또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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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출신의 옹켕센 연출(왼쪽)과 배삼식 극작가.(사진제공=국립극장)

 

그동안 외국인 스태프의 합류는 모험이며 변형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트로이의 여인들’ 옹켕센 연출은 기획단계부터 판소리의 원형에 집중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중국의 현대무용가 원후이 역시 배우들의 소리와 움직임에 무리를 주지 않는 안무를 약속한 바 있다.

“한국 고전과 서양 고전이 만났을 때의 번뜩이는 시너지도 있지만 부딪힐 때도 분명 있어요. 외국 스태프들과의 작업은 새롭게 만들기보다는 부딪히는 과정에서 각자의 전통을 제대로 알고 조율해가는 과정이죠.”

이소연의 표현처럼 ‘조율하는 과정’에서 파격적인 의상, 풍성한 춤사위, 극장을 울리는 음악 등으로 표현되며 창극 원형과는 멀어지던 경험에 우려부터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연습이 진행되면서 우려는 금세 굳건한 믿음이 됐다.

“옹켕센 연출님은 되게 섬세하세요. 굉장한 집중력을 요구하시지만 배우를 쪼이거나 그러진 않으세요. 많이 배려해주시는 편이죠. 아직까지 열을 낸 적도 없으세요.”


◇원후이 안무가, “인간 본연의 호흡 살리는 정감있는 분!” 

 

원후이
‘트로이의 여인들’ 안무가 원후이.(사진제공=국립극장)

김준수의 말에 이소연은 “정해진 안무가 아니라 절제된 감정선을 그대로 표현하는 듯한 동작들”이라며 “그 순간 집중하지 않으면 동작에 대한 의미가 없어지고 신 전체가 깨지다 보니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는 작품”이라고 덧붙인다. 원후이 안무가에 대해서 김준수는 “정감있는 분”이라고 표현한다.


“저희들이 얘기하고 있으면 ‘안무님’이 오셔서 어울리려고 하세요. 말이 안통하는데도 소통하려고 하시니 너무 감사하죠. 그런 ‘안무님’은 처음 뵙는 거 같아요.”

두 사람의 귀띔에 따르면 원후이는 중국의 현대무용가지만 한국의 창극배우들에게 중국스러운 춤이나 현대적인 안무를 강요하지 않는 열린 안무가다.

“인간 본연이 가지고 있는 호흡들을 잘 살려주세요. 배우가 가진 감정을 이끌어내 발전시켜주시죠. 외국 작품이다 보니 저희도 모르게 동작이 커지고 현대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거든요. 안숙선 선생님께서 동작이 좀 더 한국적이면 좋겠다고 하셔서 고민하고 있을 때 오히려 선생님들이 추시는 걸 보고 굽실굽실하는 한국적인 느낌을 빨리 캐치해서 조언을 주시죠.”


◇극 에너지의 중심, 진짜 주인공 헤큐바와 여인들!
 

'트로이의 여인들'
‘트로이의 여인들’ (사진제공=국립극장)

 

“김금미 선생님께서 런(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재현하는 연습)을 도실 때는 숨을 죽이게 돼요. 헤큐바(김금미)와 코러스들의 활약이 이 작품에서는 엄청 크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끌어가는데 그 중심에 선 헤큐바 선생님의 에너지가, 무대 위 카리스마가 엄청날 거예요.”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 김준수는 “연습하다 감정에 취해서 다들 울게 된다”고 경건한(?) 연습실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갑자기 등장해야하는 헬레네와 카산드라를 연기하는 김준수와 이소연의 부담감은 그야 말로 엄청나다.

“안그래도 저(헬레네)는 등장하면 뒤에서 다 노려보고 있거든요. 그 감정과 분위기를 깨지 않으면서 관객들을 설득해야하니 고민이 많아요.”

김준수 뿐 아니라 이소연도 이 극의 진짜 주인공은 헤큐바와 여인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퇴장도 없이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끄는 김금미와 코러스들은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극한을 이끌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여인들이 끌어가는 집중도가 엄청나요.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쏟아야 하는 에너지, 자신들끼리 맞춰야하는 에너지 등이 있으니 끝나고 나면 진이 빠지고 다들 울고 있어요.”


◇외유내강? 이소연, 개구쟁이 김준수, 티격태격 사이 좋은 오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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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여인들’ 이소연.(사진=최민석 기자)
“비슷한 경험이나 저에게서 닮은 부분을 찾아 극대화시켜 캐릭터를 표현하는 편이에요.”

이소연도 김준수도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은 비슷하지만 ‘트로이의 여인들’에서만큼은 다소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이소연이 ‘개구쟁이’라던 김준수는 그간 자신을 닮은 역할을 주로 맡아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습하고 무대에 서는 순간에만 헬레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평소에도 헬레네에 빠져있으면 정체성이 흔들릴 것 같거든요. 무대에서 파리스 정재일 선생님과 메넬라우스 두 남자를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로 김준수가 “남자야 남자”라고 놀리다가도 “내면이 강한 여자”라고 등을 토닥이는 이소연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고지순하며 헌신적인 여성상을 연기하는 것이 가장 어렵단다.

“지고지순, 청순가련 등이 제 안에 아예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여자들을 표현하는 게 진짜 어려워요. 그냥 걸어만 가도 남자들이 반하고 그네만 타는데도 이도령이 사랑에 빠지고…이런 거 굉장히 힘들어요.”

 

이소연의 토로에 “말은 이렇게 해도 무대 위에서는 잘하잖아요”라고 은근 추켜세운다. 이어 “무대 위에서 누나만의 아우라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이자 이소연은 “준수는 몸도 잘쓰고 받아들이는 게 빠르다. 가만히 보고 있자면 30대가 되면 큰 배우가 돼 있겠구나 싶다”고 응수한다.  

 

김준수
‘트로이의 여인들’ 김준수.(사진=최민석 기자)

자타공인 밝은 성격의 소유자이며 달변가인 김준수는 무대 위 코미디가 가장 어렵다고 토로한다. 

 

“일상적인 유머감각이랑 무대 위 코미디는 다른 것 같아요. 순간 타이밍이 중요하죠. ‘배비장전’도 그렇고 작년 마당놀이 때도 진지하면서 재밌는 해학과 풍자가 정말 힘들었어요. 진지함 속에서 웃음이 나올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는 게 신기해요.”


김준수의 말에 이소연이 “심각하려면 아예 심각하던지 해학적이면 아예 해학적인 작품들, 관객들과 호흡하는 극들이 좋다”고 거든다.


◇창극단 ‘열일’배우들, “몸은 고되도 행복하죠!”

이소연과 김준수는 국립창극단 내 ‘열일’ 배우로도 유명하다. ‘오르페오전’을 마치고 채 한달도 안돼 또 다시 ‘트로이의 여인들’ 주역으로 무대에 선다.

“몸은 좀 고되도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을 때가 행복해요. 과정은 힘들어도 이런 경험들이 제안에 쌓이다 보면 좀더 발전하고 빛을 발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과부하가 걸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무대에 설 때가 가장 행복해요.” 

  

종종 외부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던 이소연은 최근 국립창극단 작품에 집중하고 있다.“밖에서 했던 다양한 작업들이 창극단 작품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 창작 판소리, 영화, 음악적 작업 등은 전혀 다른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일개미가 되기로 했어요. 창극을 하든 소리를 하든 누군가에게 궁금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B사이드_이소연_김준수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이소연(왼쪽)과 김준수.(사진=최민석 기자)

 

자타칭 ‘욕심꾸러기’로 불리는 김준수 역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지금 뭘 잘하거나 하고 싶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해야할 나이인 것 같아요. 저는 이팔청춘이니까요.(웃음) 앞으로의 경험들이 저를 발전시켜갈테고 더 많이 배울 것들이 생겨나겠죠.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만의 색으로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올 4월 ‘변강쇠 점찍고 옹녀’로 프랑스 관객들 앞에 섰던 두 사람은 ‘트로이의 여인들’로 내년 또 다시 해외 관객 앞에 선다.

“서양 관객들에게 익숙한 이야기지만 우리 판소리의 진면목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들의 고전에 한국이라는 나라의 전통음악이 에워싼 느낌을 받으실 것 같아요. 우리도 자부심을 느끼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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