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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내 연금을 망치는 3가지 습관

입력 2016-11-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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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준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 자산을 보유하면 그 것으로 노후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었다. 금리 등 자산 수익률이 높았고, 은퇴 이후 사망할 때까지의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퇴 후 30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기준으로 노후를 대비하려면 아주 많은 자산이 필요하다. 금리가 낮아져서 더욱 그렇다. 이제는 자산기준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에 가장 적합한 상품은 ‘연금’이다.

문제는 한국 사람들이 아직도 연금자산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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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 준비하고 중간에 털어 쓴다

첫째, 연금을 너무 늦게 준비하고 그나마도 중간에 털어 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6년 5월 기준으로 55~79세 사이의 고령층 인구 중 44%만 연금을 받고 있다. ‘나중에 준비하지’ 했다가 준비를 못 하게 된 것이다. 연금에 가입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실제 은퇴 전에 그 돈을 털어 쓰는 것도 문제다. 연금저축의 경우 10년 이상 유지하는 사람이 절반도 안 된다. 연금보험은 10년 유지비율이 더 적다. 퇴직연금 조차 상당 부분을 은퇴 전에 소진하고 만다.

사람들이 이처럼 연금 준비를 미루거나 도중에 참지 못하고 써버리는 이유는 뭘까. 실감나지 않는 먼 미래보다는 생생하게 다가와 있는 현재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자녀교육비가 지출되는 시기도 오늘이고, 오래된 차를 바꿔야 하는 시기도 지금이다. 중요한 현재를 위해서 지금 있는 돈을 쓰겠다는 데 뭐가 잘못됐는가. 그러나 언젠가 은퇴해서 더 이상 소득이 없게 되는 ‘그때’에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의 선택이 그때의 우리에겐 독이 된다. 충분한 노후생활비 없이 30년 이상 살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나로부터 내 연금을 지켜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현재의 나 못지않게 미래의 나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는 그냥 마음먹는다고 되지는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의 나를 직접 만나보는 것이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크루지’가 미래의 자신을 대면한 후 개과천선한 것처럼 말이다. 굳이 타임머신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 현재의 자신을 사진으로 찍으면 나이 든 후의 내 모습을 보여주는 앱(App)이 나와 있다. 이러한 앱을 활용해 ‘나의 노후’를 좀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저축 프레임을 잘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루에 5000원을 아껴서 저축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커피 한 잔 값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달에 15만 원을 저축할 수 있나요?”라고 하면 망설이게 된다. 15만원으로 지금 할 수 있는 다른 재미난 것들이 떠올라서다. 그래서 저축의 금액과 주기를 쪼개야 한다. 하루 5000원이라고 하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니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저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익숙한 원리금 보장형과 국내 투자형 상품에만 집착한다

둘째, 익숙한 것 위주로만 연금자산을 운용해서 수익률을 깎아 먹는다. 한국의 연금투자자들은 퇴직연금의 80%, 개인연금의 90%이상을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익숙한 국내자산에 대다수의 자금이 머물러 있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이러한 투자방법을 고집하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기도 힘들 것이다.

사람들은 왜 이런 식으로 연금자산을 운용할까? 행동재무학에서는 그 이유를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현상 유지 편향’에서 찾는다. 사람들은 생소한 것을 선택할 경우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차라리’ 현재 상황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익숙한 것에 머무는 습관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에게만 결정권을 맡겨놓으면 기존대로 하게 된다. 설령 그것이 ‘손해’가 나도 말이다. 그때는 금융기관에 직접 방문해서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그러한 행동 자체가 투자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고 판단되는 사람과 만나서 정보를 얻는 경우, 우리는 해당 정보에 높은 신뢰도를 부여하게 된다. 따라서 해당 정보에 의거해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원칙 없이 남 따라 한다

셋째, 원칙 없이 남을 따라 투자한다. 군중심리에 사로잡혀서 단순히 남들이 제일 많이 가입하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투자했기 때문에 그 투자 대안이 옳다고 볼 수는 없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따라 하기만 한다면 마음이 편할지는 몰라도 그 투자에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잘못된 모방행동을 피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투자를 할 때 지킬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필자가 퇴직연금 관련 교육을 하러 갔다가 만난 어떤 투자자는 본인의 명확한 기준이 있다. 그는 일단 자신의 퇴직연금자산 절반 정도는 채권이나 안정적인 해외채권형 펀드에 투자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는데, 그 안에서도 국내와 해외 비중을 절반 정도씩 유지했다. 이 상태로 1년을 유지하고 1년 뒤에 다시 포트폴리오를 평가해서 비중을 조절하는 식이었다. 그 투자자의 수익률은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시장 수익률 이상은 달성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세운 합리적인 기준이 있느냐는 점이다. 위에서 예를 든 투자자는 자산 간, 지역 간 분산을 실시하고 있었으며,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 조정도 하고 있었다. 본인도 많은 시행착오를 하고 나서 이러한 투자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합리적인 투자 원칙을 세우고 장기적으로 시행한다면 어설프게 모방하는 투자보다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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