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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되면 심해지는 손저림, 혈액순환 보조제 소용없는 이유

말초신경질환, 손목터널증후군 대표적 … 당뇨병 등 대사성질환이 발병률 높여

입력 2016-10-2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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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신경질환은 혈액순환장애와 증상이 비슷해 건강보조제를 복용하거나 민간요법에 치중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손이나 발이 저리는 증상은 가볍게 여기기 쉽지만 인체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말초신경의 이상을 알리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말초신경질환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경미해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고, 특히 한 번 손상된 말초신경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영구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되도록 빨리 진단 및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말초신경은 뇌와 척수에서 전화선처럼 온몸으로 뻗어있는 조직이다. 손과 다리의 감각을 느끼는 감각신경과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신경으로 구성된다. 피부, 골격근, 각종 장기에서 수집된 감각을 중추신경인 뇌와 척수에 전달하고 중추신경이 지시하는 운동자극을 몸 전체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 부위에 문제가 생겨 손과 발의 감각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초신경질환이라고 한다. 김재광 교수는 “저리거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시리거나 타는 듯한 작열감이 동반되고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심하게 아픈 경우도 있다”며 “운동신경에도 영향을 미쳐 근력저하나 근위축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말초신경질환은 당뇨병, 고혈압 등 대사성질환이 가장 큰 원인이며 낮은 확률로 납 같은 중금속 성분, 알코올중독, 비타민 결핍, 항결핵약물·시스플라틴(cisplatin) 등 약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디프테리아·대상포진·쇼그렌증후군·루푸스·폐암·림프종 등 특정 질환, 유전적 소인 등이 발병에 영향을 끼친다. 


주로 밤에 증상이 심해지고 방치하면 감각이 떨어지거나 근육의 힘이 약해져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게 된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서면 머리가 빙글빙글 돌며 어지럼증을 느끼는 체위성 저혈압을 겪기도 한다. 자율신경계가 손상돼 손·발에서 땀이 나지 않고 발기부전을 경험하거나, 설사·변비·요실금 등 배변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혈액순환장애와 증상이 비슷해 혈액순환 개선 건강보조제를 복용하거나 민간요법에 치중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저림보다는 손발이 차가워지는 증상, 반대로 말초신경장애는 저림이 주로 나타나는 점이 다르다.


말초신경질환 중 가장 흔한 게 손목터널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이다. 문준규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손목에 위치한 작은 통로인 수근관에는  9개의 힘줄과 하나의 말초신경이 손끝을 향해 뻗어 있다”며 “수근관이 좁아지거나 압박을 받아 말초신경이 눌리면 감각이상 및 통증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엄지손가락과 둘째 및 셋째 손가락에 집중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통증이 악화되면서 손가락 근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만취 상태로 팔을 괴고 잠을 자고 난 뒤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손저림 또는 마비, 아내에게 밤새 팔베개를 해줬다가 손이 마비되는 ‘허니문마비’, 오랜 시간 쪼그려앉아 일한 뒤에 발목이 축 처지는 것도 말초신경질환 증상 중 하나다.
 
당뇨병 환자는 특히 말초신경질환에 취약하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높은 혈당에 의해 말초신경이 손상되는 합병증으로 당뇨병성 망막병증과 당뇨병성 콩팥질환의 초기 단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당뇨병 환자의 14.4%가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이 정확히 말초신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병기간이 길고 연령대가 50대 이상일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초기엔 일반적인 말초신경질환처럼 저림과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고 감각에 문제가 생긴다. 심할 경우 피부감각이 둔해져 상처를 입어도 잘 모르고 치유가 잘 되지 않아 궤양이나 감염으로 악화된다. 아침에 가장 통증이 적고 오후 시간이 되면서 심해지는데, 밤에 가장 극심해져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손·발 저림이 장기간 계속되거나 광범위하게 번진다면 다발성 말초신경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중 대중에겐 생소한 ‘길랑바레증후군’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급성 마비질환으로 매년 10만명당 1~2명에서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캄필로박터 제주니(Campylobacter Jejuni)’라는 장내 세균에 감염되거나, 호흡기바이러스 감염으로 상기도감염 등을 앓고 난 뒤 생성된 항체가 말초신경계를 공격해 발생한다. 사지 근력이 저하되면서 감각이 없어지고 심하면 호흡근이 마비돼 전신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얼마 전 사회적 이슈가 된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6개월이 지나면 환자 중 85%는 혼자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지만 운동장애가 후유증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말초신경질환 치료의 첫 단계는 원인질환 관리다. 당뇨병은 말초신경질환의 가장 큰 원인이므로 평소혈당 및 혈압 조절에 신경써야 한다. 당뇨병 치료와 함께 증상 완화를 위해 소염제·스테로이드제·항우울제·항경련제를 이용한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하고 비타민을 투여하기도 한다. 만성 신부전환자는 혈액투석보다는 복막투석을 하면 말초신경질환 증상 완화에 도움된다.
증상이 심할 땐 좁아진 말초신경을 넓히는 수술이 필요하며, 최근엔 손상된 말초신경과 정상인 말초신경을 새롭게 이어주는 신경이전술이 도입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말초신경질환은 아직 대중에게 생소한 질환이지만 제 때 진단받으면 약물·운동치료만으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며 “손이 저리거나 마비증상을 느끼면 말초신경 이상을 의심해보고 속히 치료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말초신경질환의 주원인인 대사성 질환 예방을 위해 술과 담배는 가급적 멀리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식습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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