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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BMI의 함정… 각박한 기준에 늘어나는 ‘비만인’

입력 2016-10-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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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는 한모 씨(27·여)는 체질량 지수(BMI)를 측정할 때 마다 ‘비만 판정’을 받는다. 165㎝에 70㎏, 근육량이 많아 겉보기엔 늘씬하고 탄탄한 몸매이지만 BMI 기준 25.71로 비만 판정을 받았다.

병원을 찾을 때마다 몸무게를 잰 뒤 ‘비만이니 비만치료를 받으라’는 클리닉 실장의 말에 “매일 운동해서 건강검진 결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간호사는 절대 그렇지 않으니 무조건 치료하는 게 좋다는 말에 불쾌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살이 찌는 것을 무서워하는 분위기가 강한 데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간 한국성인 비만율은 28.7%에서 32.4%로 증가했다.

 

2015년에는 한국 성인 고도비만율이 4.8%, 남성은 5.6%로 나타나며 ‘한국은 더 이상 비만 안전국이 아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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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통계 수치의 배경에는 한국의 ‘각박한’ 비만기준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되며, ‘BMI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비만은 대개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를 이용해 진단한다. 현재 세계비만 기준은 △25~29.9㎏/㎡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태평양 비만 기준은 △BMI 23~24.9㎏/㎡이면 과체중 △25~29.9㎏/㎡이면 비만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본다.

아시아인은 인종적으로 체중이 적은 상태에서도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해서 기준이 낮아졌다. 즉 현재 세계비만 기준이 30㎏/㎡ 이상인 반면 한국은 25㎏/㎡ 이상인 셈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교수는 지금의 국내 비만 기준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성인 남자 35.5%, 여자 33.4%가 비만이나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비만 기준을 25 이상으로 적용해 성인 남자의 38.7%, 성인 여자의 28.1%가 비만으로 나와 미국 남성 비만율보다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만클리닉에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BMI 25 안팎의 정상체중과 과체중을 왔다 갔다 하는 정도의 체격을 가진 사람들이다.

BMI 개정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이처럼 비만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비만에 대한 공포감을 조장하고, 과잉진료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리한 다이어트에 대한 과도한 집착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비만 히스테릭’의 저자 이대택 국민대 체대 교수는 “BMI는 1800년대 중반 벨기에 천문학자·수학자였던 아돌프 케틀레가 사회물리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개발한 것으로 의학·건강과는 별 연관성이 없는 지수였다”며 “19세기 보험업계와 수학자가 만든 지수가 21세기 세계인들을 웃고 울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MI 25를 넘어도 건강하다는 연구도 뒤를 이었다. 2011년 서울대병원이 아시아인 114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인들은 BMI가 22.6∼27.5 사이일 경우 비만과 관련한 질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 다만 체질량지수 27.5 이상부터는 눈에 띄게 사망률이 증가했다.

반면 대한비만학회는 BMI 비만기준을 완화하자는 주장에 대해 ‘쓸데없는 논란’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이 논문을 통해 BMI 기준의 적절성에 대해 언급할 수 있지만, 이를 근거로 BMI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것이다.

기준 완화 반대론을 펴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비만 진단 기준이 세계 기준과 다른 것은 이유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인 등 아시아인들은 BMI 25㎏/㎡ 이하에서도 당뇨병 및 심혈관계질환 위험이 증가하고 동일한 BMI에서 서양인보다 상대적으로 복부지방과 체지방률이 높은 편이어서 기준을 완화하면 건강관리를 소홀히 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한국인은 정상 체중에 배만 나온 마른 비만 상태에서 당뇨병이 빈발하는 만큼 비만 기준을 올렸다가는 경각심이 줄어 당뇨병 환자가 대거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만학회는 현재 체질량지수 23~25 사이를 과체중으로 분류하는 것을 없애는 방안을 심의 중이다. 아울러 체질량 지수 25 이상은 운동과 식이 조절이 필요한 ‘생활습관형 비만’, 30 이상은 약물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비만’, 35 이상은 ‘병적 비만’으로 명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희원 기자 yolo031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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