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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꿈속을 거닐 듯 무대를 누비다, ‘노트르담 드 파리’ 클로팽 그리고 콰지모도 문종원

[人더컬처] '노트르담 드 파리' 1인 2역 뮤지컬 배우 문종원

입력 2016-07-20 07:00 | 신문게재 2016-07-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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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문종원은 국내 최초로 집시의 아버지 클로팽과 노트르담 성당의 곱추 종지기 콰지모도, 두 가지 배역으로 무대 위에 오른다.(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동민 기자)

 

“‘노트르담 드 파리’기 때문에 가능했죠.”

 

문종원에게 ‘노트르담 드 파리’는 특별한 작품이다. 2008년 초연부터 클로팽으로 무대에 오르며 꼬박 10년을 함께 했다. 그리고 2016년에는 집시의 아버지 클로팽과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곱추 콰지모도, 두 가지 배역을 책임지고 있다.
 

“콰지모도를 따로 준비했다기 보다 10년 동안 만날 들은 노래였어요. 네 시즌에 모두 참여한 사람이 저뿐이거든요. 외우려고 안해도 외워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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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로 무대에 오른 문종원.(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노트르담 드 파리’의 안젤로 델 벨키오(Angelo Del Veccio)는 콰지모도와 클로팽, 존 아이젠(John Eyezen)은 그랭구와르와 페뷔스에 동시 캐스팅되는 등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이 만들어진 프랑스에서는 잦은 일이지만 한국인 배우로는 최초다.

“꿈같았죠. 꿈속을 헤매는 느낌이에요. 지금도. 그 대상(콰지모도)이 꿈이란 게 아니라 상상의 공간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요. 모든 것이 낯설면서도 새롭죠. 스트레스도 엄청나지만 도전하는 게 진짜 재밌어요.”

콰지모도로 무대에 오르는 자체가 재밌다는 그에게 클로팽은 자신의 인생을 담은 캐릭터다. 20대에 처음 만난 클로팽은 꾸준히 진화하며 문종원의 30대까지 함께 하고 있다.

“클로팽은 제가 10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온 정력을 다해 만든 캐릭터예요. 제 인생이랑 비슷한 느낌이죠. 젊은 혈기와 에너지로, 에스메랄다에 대한 약간의 연정을 품고 시작한 클로팽은 이제 보호자로서, 거지이고 집시지만 그들을 존중받게 하는 태도가 중요해졌죠. 아주 작은 데서 사람의 가치가 표현되곤 하잖아요. 클로팽은 그런 걸 찾아서 표현하는 재미가 생겼어요.”


◇ 클로팽도 콰지모도도 아닌 ‘노트르담 드 파리’ 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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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드 파리'의 문종원.(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너무 좋은 기회지만 부담도 많이 됐어요.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맞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저의 상황인 거고 관객을 만나야 하니 최선을 다할 뿐이죠. 처음엔 짬뽕 같았어요. 배우마다 노래 부르는 법도, 박자 쓰는 법도 다르잖아요. 어떤 건 (김)법래 형 같고 또 어떤 건 (윤)형렬이 같고….”

 

그는 캐릭터에 푹 빠져 그 감정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은 성향을 가진 배우다. 

 

그에게 남우조연상을 안긴 ‘레미제라블’의 자베르로 극도의 우울을 경험했고 영화 ‘성난 화가’를 촬영하면서는 잔인함과 순수함의 경계에서 꽤 오래도록 혼란을 겪었다.
 

‘성난 화가’ 인터뷰 당시 “당분간 센 역할은 자제할 것”이라던 그는 그 후로 벌써 5편의 연극, 뮤지컬로 무대에 올랐다.

 

센 캐릭터도 있었고 약혼자로 호흡을 맞춘 전미도가 “세상 자상한 남자”라고 평한 역할도 있었다. 

 

그리고 ‘노트르담 드 파리’에선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심하게 긁어대는 목소리로 넓은 음역대를 오르내리는 클로팽과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감정을 퍼올려 노래하는 콰지모도를 오가는 그의 일상은 연습과 집중력으로 점철돼 있다. 


“사실 지금도 캐릭터에 푹 빠지고 그래요. 하지만 두 가지 역할을 하다 보니 바빠서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릴 틈도, 어떻게 할까 걱정을 할 시간도 없어요.

 

사람의 성대나 몸은 한계가 있어서 전혀 다르게 노래하고 움직이는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해야 하니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 

 

클로팽은 테너인데 저는 사실 바리톤이에요. 콰지모도는 바리톤인데 고음이 있는 거고 클로팽은 높은 음이 당연한 테너인데 굉장한 저음이 있는 거죠. 그래서 넘버마다 위기가 꼭 한두번씩은 있어요. 연습은 괜찮은데 본공연에서 그러면 큰일나니까…오늘 클로팽을 끝내고 집에 가면 콰지모도 걱정이 한가득이죠. 오히려 집중력은 더 좋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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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의 왕 클로팽으로 무대에 오른 문종원.(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하나에만 몰두해 매너리즘과 싸우면서 혹은 매너리즘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역할에 빠져들고 새로 알아지는 것들을 음미하는 ‘곰국’같은 그로서는 여간 힘든 일상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는 상념 전문가(?)다. 한번에 2, 3시간쯤의 멍때리기로 치유받고 집중력을 높이곤 하던 그가 요즘은 치열하게도 고민 중이다.

연습시간의 반은 클로팽으로 또 반은 콰지모도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면서 집중력은 빨라졌고 상념에 빠질 시간은 꿈도 꿀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견딜 수 있는 건 역시 ‘노트르담 드 파리’기 때문이다.

“클로팽이 아닌 문종원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에 가까워져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뭐든 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이해했죠. 캐릭터는 아직 이해 중이지만요. 캐릭터에 빠졌다기 보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 빠진 거죠.”


◇ 생각하는 힘을 잃지 않는 배우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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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원.(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지금도 클로팽으로서 새로 알아가는 것들이 있어요. 진짜 클로팽이 됐을 때, 만날 보던 것들인데 새로 보이는 것들이 있거든요. 콰지모도도 그런 순간을 기다리면서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연기를 해야지 보다는 그 상황에 흡수되면 행동 간격이 넓어지고 이유 있는 행동을 할 수 있게 돼요. 그런 시야가 떠지기를 바라면서 하고 있어요.”

그렇게 시야가 떠지면 찰라와 아주 작은 것들에도 절로 반응을 하게 된다. 그 반응들은 보이지 않는 변화를 만들어 무대 위에서 온전히 캐릭터로만 존재하게 만들곤 한다. 

 

그 작은 변화들이 내면에 축적돼 클로팽을 진화시키고 콰지모도를 확립시키는 원동력이 돼 준다.

“무대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콰지모도는 처음이라 어렵다면 클로팽은 익숙해질법도 한데 여전히 어렵거든요. 그랭구와르가 이야기의 화자라면 클로팽은 콰지모도, 에스메랄다, 프롤로 등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절박함에 깊이를 더하는 또 다른 화자예요. 캐릭터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얼마나 박해받았는지 등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공연의 깊이와 무게감이 달라지거든요. 클로팽도 콰지모도도 매번 이전 무대보다 조금씩 더 깊이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완성된 그림을 만들기 위한 퍼즐 조각들을 차곡차곡 쌓으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배우로서 문종원의 현재 가장 큰 계획이자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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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을 잃지 않는 배우를 꿈꾼다는 문종원.(사진=브릿지경제 DB, 김동민 기자)

“힘들다고 생각하면 세상 힘들죠. 하지만 김영호 선배가 이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죽는 순간 사는 걸 생각하라고. 그러면 살 수 있다고. 클로팽과 콰지모도를 연기하는 지금이 저에겐 인생의 전환점이에요. 정말 힘든 시간이지만 분명 큰 도움이 될 순간들이죠. 제가 하나에 몰입할 수 있도록 벼랑 끝으로 몰아준 것과 같아요. 그 벼랑엔 누구도 아닌 제가 올라갔으니 최선을 다해 책임져야죠.”

벼랑 끝에 선 상황을 이해하고 즐길 줄 알게 된 그의 꿈은 여전히 좋은 배우다.

“자베르도 클로팽도 콰지모도도 가장 중요한 건 ‘강하지만’이에요. 내면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지는 캐릭터들처럼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력, 가창력을 뽐내는 배우가 아니라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잃지 않는 배우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언제든 변화는 가능해지거든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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